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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CEO '갑툭튀' 인사에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

산업은행 시작으로 농협·BNK·신한·우리·기업은행까지 코드 맞추기 혹은 낙하산 의혹

2022.12.15(Thu) 13:46:07

[비즈한국] 연말과 내년 초 일부 금융권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선임 절차로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정부 개입 손길이 곳곳에서 감지돼 관치금융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올 6월 KDB한국산업은행 회장에 정치인 출신 비금융전문가 강석훈 전 의원 선임을 시작으로 BNK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최근 내부 규정을 바꿔 외부 인사 선임을 가능하게 해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던 정부 예산통 출신의 비금융전문가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금융감독원장인 정은보 전 원장은 피감기관이던 IBK기업은행장으로 가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3연임을 추진하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석연찮은 이유로 갑자기 용퇴를 택했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연임 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 수장이 물갈이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과 정치인 출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에 이어 현 흐름대로 인사가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김승유, 이팔성, 강만수, 어윤대)’ 같은 체제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현판. 금융권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의 개입이 감지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학자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과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를 거쳤지만 금융 관련 전문경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산업은행 노조는 강 회장 취임 초기 낙하산 인사 반대와 부산 이정 반대를 내걸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당초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는 손병환 회장의 임기 1년 연장이 유력했다. 농협금융 회장은 통상 ‘2년+1년’ 임기를 보장했다. 손 회장이 농협 내부 출신이고 디지털금융 전문성을 갖춘 데다 농협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임기 연장은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농협금융은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회장 후임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석준 전 실장은 대선캠프에서 정책자문단 총괄간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현 정권 코드에 맞는 인물이다. 이석준 전 실장의 관료 시절 금융 관련 경력으로는 2011년 금융위원회(금융위) 상임위원을 지낸 것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년 1월 초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 선임이 유력시된다. 정은보 전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거친 금융관료 출신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기업은행 노조는 “직전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인 기업은행 수장으로 온 전례는 없다. 정 전 원장이 임명될 경우 출근저지 투쟁 등 강경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 윤종원 행장도 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역임하고 2020년 1월 기업은행장에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윤 행장 전에는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 인사가 기업은행행장을 맡았다. 윤 행장 취임 당시 기업은행 노조는 ​무려 26일간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BNK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내부 승계로 회장직을 선임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이 선임 방식을 두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폐쇄적이라는 여권의 비판이 나온 뒤 이사회는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CEO 경영승계 규정을 바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발판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BNK금융은 지난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지주 최고경영자(CEO)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했다. 그룹 계열사 대표 9명과 외부 자문기관이 추천한 외부 인사 9명 등 총 18명이다. 이들 중 외부 인사 9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출신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금융관료 출신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 금융 관료 출신인 김창록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이 거론된다. 임추위는 서류 심사 등을 거쳐 2차 후보군을 압축한 뒤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한국노총, BNK부산은행 노조, IBK기업은행 노조, 참여연대 등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금융 분야 정부 관료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규정까지 바꿔 외부 출신 CEO 임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배후에 ‘모피아(금융관료)’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외부 인사 후보군은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은 얼마전까지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됐다. 조 회장은 올해 6월 부정채용과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고,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탈환까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는 지난달 29일 조용병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로 구성된 숏리스트(압축후보명단)를 발표했는데, 조 회장이 세대 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고려해 용퇴를 결정했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조 회장이 물러날 생각이 있었다면 용퇴를 선언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최종 후보 면접날 용퇴를 선언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조용병 회장의 용퇴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손태승 회장은 임기 초 지주사 체제 전환과 지난해 말 우리금융의 숙원이던 완전 민영화를 이끌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무난하게 연임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손 회장의 재임 기간 내내 뒤따르던 사법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1월 9일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2019년 라임 사태 책임을 물어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무려 1조 6000억 원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과 관련해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라임펀드 3577억 원어치를 판매했고, 금융당국은 손 회장이 당시 우리은행장으로서 부실을 알고도 판매한 책임을 물었다. 더욱이 올해 벌어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 규모 횡령 사건, 가상화폐와 엮인 수상한 외환거래 사건 등으로 손 회장의 내부통제 역량에 의구심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회장의 징계 확정과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말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이복현 원장이 해명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연임 도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한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는 이달 1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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