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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모호함

입점업체에 절대적 영향력에도 규제는 찬반 '팽팽'…'자율규제' 이상적 구호로 현장 어떻게 다루나

2022.12.06(Tue) 15:21:07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참여연대 관계자가 2021년 12월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열린 공정거래 가로막는 플랫폼 기업 항의 기자회견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 유통업자와 상담하다 보면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지위가 절대적임을 느낀다. 온라인 플랫폼이 유통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심화했다. 많은 유통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을 수용할 수밖에 없고, 만일 퇴점이라도 당하면 사업 자체가 중단된다. 

 

온라인 플랫폼의 결정이 입점업체의 사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반해, 이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딱히 많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의 결정으로 입점업체가 손해를 입었다고 해도, 그 결정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직접적인 이득을 취득했음을 입증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병행수입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병행수입품을 판매하는데 상표권자가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객관적인 증거도 없음에도 병행수입품을 가품으로 신고하는 경우다. 온라인 플랫폼은 이를 받아들여 병행수입업자의 스토어를 폐쇄해버린다.

 

과거에는 상표권자가 병행수입품을 단속하려면 무고죄의 책임을 안고 상표권 침해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입증 부족으로 패소할 부담을 감안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병행수입업자는 그 과정에서 다투는 구조로 분쟁이 전개됐다.

 

그러나 병행수입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사업을 의존하는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이 병행수입업자의 스토어를 폐쇄하면 병행수입업자의 영업활동은 중단되고, 병행수입업자가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온라인 플랫폼의 힘이 크지만 입점업체가 플랫폼의 일방적인 결정에 다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로 인해 최근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새로 제정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입법 배경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입점업체의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가 강화되고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 피해 발생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기존 정책 수단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 온라인 플랫폼-입점업체 간 거래관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플랫폼 생태계의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제기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2020년 9월 입법 예고한 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법은 ①필수 기재 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②계약 내용 변경 및 서비스제한·중지·종료 시 사전통지 의무 등을 부과 ③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금지조항을 구체화하는 것이 내용이다.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의 입법에서 보듯 공정위는 갑을관계에서 비롯한 불공정거래행위 사안을 규제하기 위해 분야별, 업종별, 거래별로 법률을 제정해 법 위반행위의 구성요건을 구체화한 후 규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온라인 플랫폼법을 제정하려 할 때도 그 방식에 따른 것이다.

 

개별 입법을 통한 규제는 집행하기 간명해 효율적이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을 전제로 한 과거의 규제 대상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온라인플랫폼법의 제정은 입법단계에서 좌초됐다. 

 

제정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건 기본적으로 혁신을 통해 거래의 효율성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물론 입점 사업자의 후생도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맞서 자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축적한 흔하지 않은 국가인데, 섣부른 규제 입법은 플랫폼의 긍정적인 혁신 역량을 저해하는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가 8월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쿠팡과 자회사 '씨피엘비(CPLB)'를 대규모유통업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거래 질서 공정화를 위해 자율규제 방안을 도입한다고 한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이슈별로 자율규제 안건을 설정하고 주관부처가 논의하는 듯하다. ①갑을 분과에서는 공정위의 주관하에 플랫폼 갑을관계 개선, 불공정행위 방지 및 자율분쟁 조정을 ②소비자·이용자 분과에서는 공정위와 방통위 주관하에 플랫폼 소비자 보호, 유해콘텐츠 관리 등 이용환경 개선, 자율분쟁조정을 ③데이터·AI 분과에서는 과기부의 주관하에 데이터 이동성·호환성, AI 투명성·신뢰성 제고,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 등을 ④ESG 분과에서는 과기부 주관하에 플랫폼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디지털 포용, 플랫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자율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이 없으므로, 현장에서는 자율규제를 통한 시장 상황의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 애초에 자율규제라는 용어도 어색하거니와, 자율과 규제라는 단어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진영에 따라 자율규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자율규제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난하기도 하고, 업계에서는 “명시적 근거와 권한 없이 개념조차 모호한 행정지도로 규제가 이루어지는 그림자 규제”에 불과하다고 냉소한다.

 

한편으로는 카카오 먹통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율규제를 어떤 양상으로 전개할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가 각자 책임성, 자율성, 투명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규제한다는 자율규제는 내용만 놓고 보면 참으로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어떻게 규제하겠다는 건지 짐작하기 어렵다.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정부가 어떻게 논의를 전개할지 지켜볼 뿐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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