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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판단" 금감원장 말 한마디에 우리금융그룹 떠는 이유

이복현 금감원장, 잇단 경고성 메시지 두고 해석 분분 …관치금융 논란 있지만 사법리스크 '상존'

2022.11.22(Tue) 17:38:28

[비즈한국]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당부드린다.”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실 사모펀드 사태와 그에 따른 금융당국의 제재가 금융사 CEO 연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에 금감원장이 직접 금융사 지배구조를 언급해서다. 특히 긴장하고 있는 곳은 사모펀드 사태로 CEO가 두 번째 중징계를 받게 된 우리금융지주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19년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지주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단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이다. 지난 10일 이 원장은 전일(9일)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관련해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서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연임에 이 원장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했다.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손 회장이 징계에 불복하고 연임하게 되면 향후 우리금융지주가 금융당국과의 동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 것.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행정소송을 진행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손 회장은 앞서 2020년 3월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징계처분 취소소송 1·2심에서는 손 회장이 승소했고, 금감원이 이에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14일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가 기름을 부었다. 이 원장은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사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의 적극적 역할과 이사회의 안정성·독립성 제고, CEO 선임의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를 강조했다. 또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하는 분이 지휘봉을 잡고 운영하는 것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분이 운영하는 경우 당연히 후자에 더 타이트하게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번 발언 역시 손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손 회장이 문책경고를 받게 된 DLF와 라임 사태 모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손 회장은 DLF 징계 재판에서 2심까지 승소해 책임을 벗어난 상황이다. 유사한 건인 라임 사태 징계에 대해서도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도, 공기업도 아닌 시중은행에 이처럼 압박을 가하는 발언은 외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임기가 남아 있는 회장을 금융당국이 먼저 흔드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주요 금융그룹 CEO들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 원장의 발언은 금융당국이 CEO 선임을 지켜보겠다는 압박을 넘어 전직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관치 금융’ 논란으로 번졌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달성, 외풍을 차단할 지배구조를 갖췄다. 이에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은 각각 지난 17일과 21일 “CEO 승계에 외압을 가하지 말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놓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 여론조사를 했다는 이른바 지라시가 돌았다. 금감원이 지난해 4월 송부한 제재안을 금융위가 1년 7개월 만에 처리한 타이밍이 논란을 증폭한 탓이다. 이후 이 원장이 검사 관련 문제로 금감원 내부 직원들을 강하게 압박하며 ‘검사 본색’을 드러냈다는 지라시도 돌았다. 금융권의 관심이 금융당국, 특히 이 원장의 행보에 집중됐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원장이) 현재 외부평은 상당히 좋지만, 검찰에 있었을 때의 평이 따라와 잘해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 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은행,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다수 금융지주와 은행이 회장 및 행장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유독 우리금융지주가 언급되는 것은 사모펀드 사태 관련 제재 때문만이 아니다. 금감원이 쥐고 있는 카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700억 원대의 횡령사고가 드러나며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금감원의 현장검사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7월 검사결과를 발표하며 ‘내부통제 기능 미흡’을 사고원인으로 언급했다. 횡령을 벌인 직원은 재판에 넘겨졌으나, 금감원은 아직까지 제재심을 준비 중이다. 제재 범위와 대상 등도 알려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제재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도 “제재심 시기 등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인해 관치금융 논란이 증폭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손 회장의 금감원 제재 수용과 연임 포기를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비록 손 회장이 (DLF 사건에 대한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항소심까지 승소했으나 오히려 재판 과정을 통해 당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엉망이었다는 사정은 상세히 드러났다”며 “다만, 법원이 내부통제의 ‘마련’과 ‘운영’을 엄밀히 구분하면서, 내부통제 운영상의 잘못을 이유로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기 때문에 항소심까지는 징계가 인정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손 회장의 거취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우리금융은 아직 라임 사태 관련 중징계에 대한 대응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등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에 관련 내용이 상정되지 않았다”며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소송은 90일 이내에 진행하면 되고, 임추위 또한 2월 초까지 하면 된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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