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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사태 급한 불 꺼졌지만 금융시장 불안 여전한 까닭

4대 금융지주 CDS프리미엄, 신용스프레드 급증, 금융사 신종자본증권 만기 줄줄이 도래

2022.11.09(Wed) 14:12:23

[비즈한국] 흥국생명 사태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금융권 전반에 번진 불안정 상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흥국생명은 9일 만기되는 5억 달러 규모(한화 약 7000억 원)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해 예정대로 조기상환(콜옵션 행사)하면서 사태는 수습 국면이다. 흥국생명은 이달 1일 신종자본증권의 만기일에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고 내년 5월까지 기간을 미루기로 했지만 시장 혼란과 금융당국의 압력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무엇보다 흥국생명 건은 외화표시증권(한국물)이라는 점에서 해외 채권시장에서의 한국물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했다. 흥국생명의 입장 번복에도 4대 금융지주의 신용 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급등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고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는 금융사들에게 자금조달 문제와 발행금리 상승 등 상당 기간 악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7년 이후 보험사들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영구채를 발행해 왔는데 조기상환일이 줄줄이 도래하고 있다. 이들 증권과 채권들은 대체로 5년 이후 매 이자지급일에 ‘조기상환 가능’이라는 5년 콜옵션 행사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입장을 바꿨지만 국내에서 금융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미행사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라 시장에 미친 파장은 막대했다. 

 

흥국생명 사태는 먼저 다른 금융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도 타격을 입혔다. 내년 8월 조기 상환일이 도래하는 신한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이달 4일 기준 1주일 전보다 8.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내년 10월 조기 상환일을 맞는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11.1%나 급락했다. 

 

채권의 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경우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평균치는 75bp(1bp는 0.01%포인트)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말 22bp에 비해 11개월 만에 세 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3분기 4대 금융지주가 13조 원 규모의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올 들어 기록적인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4대 금융지주 CDS 프리미엄 평균은 올 상반기 50bp대였다가 8월 30bp대로 떨어진 후 9월 40bp대로 오른 후 확연한 상승세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CDS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0.22bp에서 지난 4일 0.77bp로 뛰었다. KB금융은 0.22bp에서 0.75bp로, 신한금융은 0.24bp에서 0.73bp로 올랐다. 

 

복수의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지주 소속 시중은행 등의 차주들의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들은 국내 금융시장 신뢰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채 투자 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도 지난달 이후 급등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금리 차)는 1.486%포인트를 기록했다. 과거 금융위기 직후 최고 1.200% 포인트 안팎 수준보다 훨씬 높다.  

 

신용 스프레드가 높을수록 시장은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 지난 9월 말까지만 해도 1.1%가 되지 않던 신용 스프레드는 레고랜드 사태, 한전채 발행 급증, 흥국생명 사태 등 여파로 급격히 벌어졌다. 

 

흥국생명을 제외하고 이달 중 세 보험사의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다만 이들 보험사들의 경우 금액 규모도 적고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에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본현대생명 사모 신종자본증권 400억 원, 롯데손보 후순위채 900억 원 2건 등 총 1300억 원 규모가 있는데 두 보험사 측은 “예정대로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DB생명은 오는 13일 예정인 300억 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했다. DB생명 측은 “소수의 사모 투자자가 보유한 증권이고 투자자와 협의를 거쳐 계약 내용을 바꿔 콜옵션 행사 시점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사태로 대형 금융사도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신호를 남겨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불안감이 가시지 않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금융 시스템 전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일 간담회에서 “시장에서 발행 시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점과 흥국생명 측의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이복현 원장은 “최근 단기자금 시장의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관리 가능한 상황이다”며 “금융회사들 역시 최근의 위기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건전성과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9일 예정대로 콜옵션 행사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를 위해 대주주 출자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 등으로 총 8000억 원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했다. 4대 은행이 4000억 원 규모로 흥국생명의 RP를 매입하고 다른 보험사들도 1000억 원 수준으로 자금 조달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는 대주주인 태광그룹 등의 출자전환 등으로 해결한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기존 결정으로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대주주인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흥국생명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 측은​ “​구체적인 이행은 흥국생명 측에서 담당할 것이고 그룹 계열사들이 조력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레고랜드발 단기자금 시장 경색에 이어 외화 채권시장의 혼란을 두고 볼 수만 없다는 판단에 RP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로 상환을 맞추는 카드까지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연기 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 책임론과 뒷북 행정 논란이 불거지는 등 사태가 확산일로에 들어서면서 금융당국이 수습을 위해 흥국새명의 콜옵션 이행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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