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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유럽 테크신은 우리 한국인이 꽉 잡고 있습니다"

베를린 등 유럽 스타트업·테크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모인 '독,한 사람들의 밤'

2022.11.02(Wed) 11:28:34

[비즈한국] 잘란도, 딜리버리히어로, N26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을 넘어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잘란도는 유럽 최대의 패션 이커머스 기업으로, 딜리버리히어로는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50개국에 법인을 설립해 음식 배달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N26은 핀테크계 성공의 대명사로 불리는 디지털 은행의 시초다. 

 

이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한국인이 여럿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 규모가 큰 회사들이니 한국인이 한두 명 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베를린 스타트업신, 또는 유럽 테크신으로 넓혀서 본다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아마존, 테슬라, 구글 같은 미국계 빅테크 회사의 유럽 지사나 쇼피파이, 부킹닷컴, 깃랩 등 세계 스타트업신을 주름 잡는 회사 어디서든 한국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많은 한국의 인재들이 글로벌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한국과 유럽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유럽 테크신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지난 10월 27일 베를린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의 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한국-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 Factory가 주관한 ‘독,한 사람들의 밤’이라는 행사를 통해서다. 

 

지난 10월 27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한 사람들의 밤’ 행사. 사진=우아한형제들

 

#서로의 ‘비빌 언덕’이 되도록

 

행사의 제목은 ‘독,한 사람들의 밤’이었지만 암스테르담, 파리 등 근교 유럽에서도 모였다. 유럽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테크기업에서 일하는 80여 명의 한국인이 베를린에 모여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럽 스타트업신의 한국인 밋업(meet up)이 최초로 이뤄진 순간이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스웨덴 핀테크 스타트업 클라르나의 시니어 데이터 엔지니어 안광택, 베를린 딜리버리 히어로의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준석, 베를린 잘란도의 프로덕트 매니저 윤유진 씨가 참여해 ‘독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패널 토크를 진행했다. 

 

유럽 테크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 80여 명이 ​‘독,한 사람들의 밤’​에 모였다. 사진=123 factory

 

베를린에 와서 일하게 된 계기, 회사에서의 업무 등 기본 소개에서 시작해서 글로벌 회사에서 다문화를 이해하며 일하기, 커뮤니케이션 방법 같은 문화적인 화두뿐만 아니라 연봉 협상 꿀팁, 이직 시 고려해야 할 점 등 진짜배기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에서 모두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한 윤유진 씨는 “한국에서는 비즈니스의 문제를 내가 발견한 뒤 깊이 있게 리서치할 시간이 거의 없는데, 독일 잘란도에서는 2~3개월을 프로젝트화해서 한 주제를 파고들 시간이 많다는 것이 다르다”며 한국과 독일의 차이를 얘기했다. 

 

패널 가운데 독일에 가장 오래 살았고 다양한 스타트업을 경험해본 안광택 씨는 “이직할 때나 승진할 때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나댄다’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여기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내 공을 알아주겠지 하고 수동적으로 기다리면 연봉 협상 과정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딜리버리히어로에 다니는 오준석 씨는 “글로벌 회사이기에 다양한 문화권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정책적으로 모국어 사용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영어 표현을 자제하고 명확하고 쉬운 영어를 구사하는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한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글로벌 소통 능력이 많이 성장했다”며 베를린 스타트업 생활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비즈니스 파워존의 민희정 대표가 ‘Rethink your success, Aim high’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민희정 대표는 독일 아디다스 본사 글로벌 세일즈 총괄로 일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국 인재들이 커리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했다. 

 

비즈니스 파워존의 민희정 대표는 ‘Rethink your success, Aim high’라는 강연에서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했다. 사진=123 factory

 

참여자들은 세션의 중간중간 서로 네트워킹하면서 다양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독일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의 교류 행사는 유럽의 테크신에서 일하는 서로를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비빌 언덕’이 되자는 다짐으로 마무리되었다.  

 

#파리, 베를린, 그리고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을 새로운 가능성

 

베를린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입주한 드라이버리에서 김밥, 한국식 치킨과 함께한 이 행사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먼저 유럽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진출한 한국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다. 베를린의 아시아 밀키트 스타트업 이지쿡 아시아, AI 경량화 기술을 유럽에 확장하고 있는 노타, 이제 막 뮌헨에 진출한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뷰런 테크놀로지가 그 주인공이다. 앞으로 이들이 연결해갈 한국-독일, 나아가 아시아-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가 기대된다. 

 

파리에서 한국과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역할을 하는 스쿨랩(Schoolab)의 반기안 상무도 자리를 함께했다. 반 상무는 “독일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매체에서 접하는 내용 이상으로 알기 어렵지만 오늘 같은 네트워킹이 이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의 직접 연결을 통해 그 시장과 지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 넓고 깊은 인사이트를 갖는 것은 스타트업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무척 중요하다”며 파리와 베를린, 그리고 서울의 만남을 강조했다. 

 

이는 행사에 참여한 다른 기업과 스타트업 사람들에게도 유효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한 회사에서 일할 때는 하기 어려운 경험을, 타 스타트업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시야가 넓어지고 전체를 이해하게 된다. 유럽 테크신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단지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서, 또는 묵묵히 일을 잘하는 것만이 매력이라면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유럽 스타트업신을 이끌어 나갈 리더급 인재들이 한국인 가운데에도 있음을 발견했다. 

 

베를린에서 유럽 테크신을 이끄는 한국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123 factory

 

이런 행사를 ‘우아한형제들’이라는 독일과 한국을 잇는 테크 기업에서 이끌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우아한형제들은 베를린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 합병되면서 독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주 32시간 근무, 근무지 자율제 등을 선포하면서 한국의 ‘일 문화’에 화두를 던진 테크 기업이 앞으로 한국과 독일, 두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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