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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소각장 옆에 더 큰 소각장 짓는다고?" 마포구 반대를 '님비'라 하기 어려운 이유

5개구 쓰레기까지 처리중인데 1000톤 추가 시설 결정…비공개 선정에 주민 비난 거세, 전문가 "나쁜 편의주의"

2022.10.17(Mon) 18:35:51

[비즈한국] 서울시 마포구청 인근에는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천막과 현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8월 31일 서울시에서 광역자원회수시설 최적 입지 후보지로 마포구를 선정하자 마포구청과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마포구 상암동이 광역자원회수시설 최종 후보지로 결정되자 후보지 인근에 반대 현수막이 설치됐다.  사진=전다현 기자

 

마포구 주민들은 부지 선정 과정에 하자가 있고, 마포구가 서울시 내 절반의 쓰레기 소각을 담당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시 내에 있는 자원회수시설은 총 4곳(강남구, 노원구, 양천구, 마포구)이다. 시설마다 하루에 각 400~9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2026년부터 생활건설 폐기물의 수도권 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자원회수시설 증설이 절실해졌다. 자원회수시설은 폐기물을 고온으로 태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생산해 주변 지역난방을 공급한다. 

 

이에 서울시는 2020년 12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8월 31일 시설이 들어설 후보지를 최종 선정했다. 2019년 5월부터 12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내 자치구를 대상으로 입지 공모를 했지만, 어떤 자치구도 신청하지 않았다. 향후 서울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주민의견 수렴, 환경부 등 관계 기관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효율성 때문에 부지 선정? 주민들​ “님비현상 우려해 마포구에 몰빵” 분통

 

서울시는 신규 자원회수시설의 건립 비전을 △랜드마크 △지역발전 △소통공간 △친환경성으로 두어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시설과 같이 수영장, 놀이공간을 함께 조성해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피시설’을 ‘기대시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서울시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시설(사진)과 같이 광역자원회수시설을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서울특별시 제공

 

그러나 주민들 반응은 심상치 않다. 매일 오전 6시마다 오세훈 시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마포구 주민들로 구성된 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투쟁본부)는 입지 선정 과정이 무효라고 지적한다. 또 이미 마포구가 5개구(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종로구) 쓰레기를 소각하는 상황에서 자원회수시설을 늘리는 것은 마포구를 ‘쓰레기 도시’로 낙인 찍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러다 우리 다 죽어요”, “아이들을 살려야지요”. 14일 마포구청 인근에서 마포구 주민 A 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연차를 내고 반대 서명운동을 도우러 왔다는 B 씨는 “정말 조용히 사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일은 납득이 안 된다.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했다”고 말했다. 

 

마포구 주민들은 마포구 입지 선정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를 구성해 서명 운동 등을 진행 중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25년간 마포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C 씨는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서울시 절반의 쓰레기를 한 곳에 몰아넣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이냐. 상식적으로 쓰레기 소각장이 건강에 좋을 수 없다. 지하화해서 환경에 문제없다고 하더니, 비판이 일자 굴뚝 방향을 바꾸겠다고 한다. 처음 선정 과정에서는 이미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곳은 제외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결국 다른 곳에도 쓰레기장을 설치하면 주민 반대가 일어날 줄 아니까 마포구에 ‘몰빵’한 게 아니냐. 이게 진짜 님비현상이다”고 비판했다. 주민 D 씨는 “마포구를 ‘쓰레기 도시’로 낙인 찍는 행위다. 최소한 여러 개로 시설을 나누어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이 시설을 왜 한 곳에 다 짓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마포구 추가 소각장 백지화 호소문 내용. 사진=마포소각장추가백지화투쟁본부

 

투쟁본부는 △특정 지역에 ‘독박 소각’을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포기했다 △선정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배제됐다 △평가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등을 근거로 ‘마포구 입지 선정 백지화’를 위해 싸우겠다는 방침이다. 

 

최은하 마포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쓰레기 소각장을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말은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다. 기존 상암동에 있는 시설이 랜드마크가 됐는가. 그동안 마포구민은 원래 있던 시설도 감내했는데, 여기서 1000톤을 추가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서울시는 그간 논의했던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강동구 등에서 미리 후보지를 알고 서울시에 요청해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입지 선정 2차까지는 상암동이 없다가 갑자기 상암동이 후보로 포함된 정황도 확인했다. 서울시는 신속히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지도 공개 안 해…전문가들 “정말 나쁜 편의주의”

 

서울시는 현재 마포구에 있는 자원회수시설을 지하화 해 일 1000톤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최종 평가를 통해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원회에서 5개 후보지를 추려 5개 분야(입지, 사회, 환경, 기술, 경제), 28개 항목에 대한 정량평가를 실시했는데, 이 중 마포구 상암동 부지가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 부지가 △영향권역(300m 이내) 내 주거 세대 없음 △현재 폐기물 처리시설로 도시계획시설 결정 필요 없음 △시유지로 토지 취득 불필요 △소각열 지역난방에 이용 가능 등의 이유로 타 후보지보다 우수하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기존 마포구에 위치한 자원회수시설은 2035년까지 운영 후 철거할 예정이다.  

 

선정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항공 사진(빨간 선).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부지다. 사진=서울특별시

 

선정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모습. 현재 이 부지에는 캠핑장 주차장, 태양광 발전시설, 여가센터, 반딧불이생태관 등이 위치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현재 입지선정위원회가 추린 5개 후보지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부지 선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한다. 선정 과정에 마포구 주민대표를 포함되지 않았고 대상 부지를 공개하지 않는 등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없었다. 투명성이나 공정함이 결여된 선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장은 “입지 선정 시 원래 자원회수시설을 가지고 있는 곳은 배제했어야 하는데, 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1000톤을 추가로 처리하는 건데, 마포구만 1750톤을 처리하는 셈이다. 원칙대로라면 후보지였던 5곳도 공개해야 하는데, (마포구를 제외하고) 지금 공개된 후보지가 없다. 선정 과정에서 주민 참여도 없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이미 마포구가 매립지로 쓰였고, 자원회수시설이 설치된 상황이니 ‘원래 쓰레기장이었으니까 그냥 계속해’ 하는 식으로 정말 나쁜 편의주의가 작동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부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고,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운다. 현재 서울시는 기존 자원회수시설만으로는 생활폐기물 처리 용량이 부족해 나머지 생활폐기물은 직매립에 의존하고 있다. 생활폐기물의 증가도 이 같은 상황에 한몫한다. 서울시의 1일 쓰레기 매립량은 2015년 719톤, 2016년 766톤, 2017년 799톤, 2018년 868톤, 2019년 969톤으로 계속 증가했다. 

 

절차적 하자 등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시는 2020년 12월 4일 폐기물처리시설 촉진법 시행령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는데, 11명 이상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개정된 시점은 2020년 12월 8일이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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