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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점검⑥] 뒤로 간 장애인 정책, '지켜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재난 안전 정보 제공 의무화·문화예술 활동 지원 강화 등 사실상 폐기, 주거·편의·활동지원은 기존에 하던 것

2022.08.17(Wed) 17:36:26

[비즈한국]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집에 거주하던 A 씨(47)와 언니인 발달장애인 B 씨(48), A 씨의 딸(13)이 고립돼 숨졌다. 지인의 신고로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했지만, 빠르게 침수된 탓에 이들은 구조작업 전 모두 사망했다.

 

지난 8일 밤 기습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집에 거주하던 여성 A 씨(47)와 언니 B 씨(48), A 씨의 딸(13)이 고립돼 숨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당초 경찰은 이 신고를 긴급출동을 해야 하는 ‘코드제로’로 분류했지만, 소방 인력 등이 부족한 탓에 신고한 지 약 3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구조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장애인 C 씨도 침수로 사망했다.

 

연이은 장애인 익사 사고에 시민사회는 이번 침수 피해가 ‘재난’이 아닌 ‘인재’라고 지적한다. 열악한 주거·인력 문제와 더불어 장애인 재난 상황에 대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서비스연맹)은 추모제를 열고 “사망한 이들은 불시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수 시간 동안 수재를 피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립된 상황에서 사투를 벌였다. 인력 부족 등 원인으로 사고 대처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비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170여 개가 참여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재난 위험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또한 “이번 재난 역시 평등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비극으로 다가왔다. 이미 대응할 수 있었고 막을 수 있었음에도 발생하게 된 사회적 타살”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과제서 사라진 ‘재난 안전 정보 제공’ 

 

경찰과 소방관은 출동 당시 신고 대상자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악구는 6월부터 위급상황 발생 시 608명의 ‘재난안전도우미’가 취약계층을 긴급조치 할 수 있게 하고, 4월부터는 관악소방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장애인 등 자력으로 피난이 불가능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종합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신림동 일가족에게는 작동하지 않았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신림동 일가족은) 이전에 침수피해 가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재난안전도우미가 관리하는 돌봄 대상자가 아니었다. 소방서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지체장애인, 홀몸 어르신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여기에 해당이 안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장애인 대상 재난 안전 정보 제공 의무화’는 어떻게 됐을까. 윤 대통령은 “​화재, 지진, 수해 등의 각종 사고 시 장애인 재난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도 체계적인 예방 및 지원 체계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유형별 재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정책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선 후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해당 내용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수해 발생 이후에도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폭우 발생 후 ‘장애인 대상 재난 안전 정보 제공 의무화’​에 대해 논의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장애인 정책 대폭 축소, 월 10만 원 지급도 빠져

 

윤 정부의 장애인 정책은 공약에 비해 대폭 축소·삭제됐다. 윤 정부 장애인 공약은 △4차 산업형 장애인 인재 육성 및 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 △장애인 이동·교통권 보장 및 편의시설 확대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및 이용자 선택권 강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조기 개입 추진 △장애인 의료지원 확대 △장애인 대상 재난 안전 정보 제공 의무화 △장애인의 방송·문화·체육 이용 환경을 더욱 확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강화 및 장애예술인에게 제약 없고 공정한 활동 기회 보장 △생계급여 대상자 및 지원금 확대 등 10여 개 항목이다.

 

 

 

 

그러나 5월 10일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장애인 대상 재난 안전 정보 제공 의무화 △장애인의 방송·문화·체육 이용 환경을 더욱 확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강화 및 장애예술인에게 제약 없고 공정한 활동 기회 보장 △생계급여 대상자 및 지원금 확대 등의 공약이 사라졌다. 여러 항목으로 약속했던 문화예술 지원과 관련한 내용도 없었다. 대선 기간 “장애인에 월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겠다”며 적극 홍보했던 생계급여 확대에 대한 부분도 빠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인수위 등 논의 과정을 통해 국정과제에 빠진 내용들은 현재 복지부에서 논의하지 않는다. 국정과제에 담긴 내용만으로도 추진 계획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적인 사업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은 공약은 사실상 폐기된 상황이다. 다른 공약 역시 대부분 발전된 형태로 국정과제에 담기보다 축소됐다.

 

구체화된 공약은 ‘2023년부터 시내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를 의무 교체하겠다’, ‘택시 원스톱통합예약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등 이동권과 관련한 내용이다. 이 밖에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고도화’​, ‘​시설 거주 장애인에 자립을 위한 주거 서비스 지원’​ 등의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러나 장애 단체는 이마저도 기존 정부에서 진행하던 사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를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이전 정부들이 지금까지 하던 정책의 반복적 언급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비전이나 철학이 없다. 저상버스 교체나 고용 등의 문제는 전부터 계속 진행해왔던 사항이다. 현재 장애인 재난 안전 계획을 관리하는 담당자도 없는 게 현실인데, 이러한 대응 계획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대선 기간 장애 단체의 환영을 받았던 공약은 ‘개인예산제 도입’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도는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시행하는 정책으로 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복지 예산을 스스로 세우고 이를 행정기관에서 심의해 지원하는 구조다. 파격적인 내용인 만큼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내용은 국정과제에 그대로 담겼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된 바 없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개인예산제도의 방향이 잡힌 부분은 없다. 바로 활성화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번 정부에서 개인예산제 도입에 대한 부분을 공론화하고, 5년간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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