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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반려동물 스타트업엔 '경기 침체'가 없다

경제 안 좋아도 반려동물 관련 지출 '필수'로 인식…2021년 펫 보험 분야 폭발적 성장

2022.08.01(Mon) 17:29:12

[비즈한국]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테크 기반 기업이나 스타트업에도 예외는 아니다. 정리해고를 비롯한 기업 가치 하락, 투자 생태계 위축으로 스타트업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적인 분야가 있다. 바로 반려동물 분야의 스타트업이다. 

 

투자자, 창업자 및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처럼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와중에도 반려동물 분야의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진단한다.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 덕분에 반려동물과 관련한 소비를 ‘추가적인 지출’이 아닌 필수적인 지출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안 좋아도 반려동물 산업은 전망이 밝다.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관련한 소비를 ‘추가적인 지출’이 아닌 필수적인 지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은 헌법에 동물보호에 관한 조항이 있을 정도로 동물권에 관한 의식이 남다르다. 2002년 개정된 독일 연방 기본법 제20조 a항에는 ‘국가는 미래세대를 위하여 책임감을 지니고 자연스러운 생활환경과 동물들을 헌법에 적합한 질서의 범위 내에서 입법을 통하여 또는 법률 및 법의 기준에 따라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는 국가가 동물을 불필요한 고통과 상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다. 

 

법의 제정은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뿐만 아니라 법의식, 법제도와 문화가 모두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헌법에 명시된 동물권의 내용이 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기 침체에도 낙관이 점쳐지고 있는 유럽의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을 살펴보자. 

 

#2021년 반려동물 보험 스타트업 붐

 

2021년 유럽 반려동물 산업에서 반려동물 보험회사는 기록적인 수준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딜룸(Dealroom)에 따르면 2021년에만 3억 2800만 유로(4376억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됐다. 2020년에 1억 2900만 유로(1721억 원)였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수준이다. 여기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은 영국의 반려동물 보험 스타트업 ‘보우트바이매니(Bought by many)’다.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 중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분야는 보험이다. 사진=dealroom.co

 

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고립감을 느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반려 동물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생긴 결과다. 

 

스웨덴 스타트업 래시(Lassie)는 2021년 반려동물 보험 분야의 뉴페이스다. 래시는 음식배달스타트업인 볼트(Wolt)를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 한 북유럽의 유망한 VC 인벤처(Inventure)가 이끄는 시드 투자 라운드에서 200만 유로(26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래시는 예방의료에 중점을 둔 보험회사다. 래시가 제작한 콘텐츠를 성실하게 구독하고 읽는 보험 가입 고객을 위해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래시의 보험에 가입하고, ‘개에게 위험한 음식: 초콜릿’과 같은 콘텐츠를 읽으면, 다음 달 보험료가 할인되는 형식이다. 이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되어, 서로 필요한 질문을 주고받는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래시의 세 창업자 소피 윌킨슨, 헤다 바베루드 올슨, 요한 욘슨(왼쪽부터). 사진=lassie.co

 

이 모두 래시 앱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래시는 2020년에 헤다 바베루드 올슨( Hedda Båverud Olsson), 소피 윌킨슨(Sophie Wilkinson), 요한 욘슨(Johan Jönsson)이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각기 컨설팅, 보험, 개발 분야의 전문가다. 반려동물 보험 분야는 데이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기존 보험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분야다. 청구 구조도 기존 보험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청구가 반려동물 생애 첫해에 발생한다. 기존 보험사라면 믹스견을 모두 하나의 범주로 묶을 것이다. 하지만 반려견의 품종에 따라서 발생하는 질병과 그에 대한 치료 방법이 각기 다르다. 래시는 초기 고객 1만 명의 데이터에서 개의 품종에 따른 세부 건강 데이터를 확보해서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정한다. 이런 방식은 커뮤니티화된 고객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주목할 만한 반려동물 스타트업과 M&A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전통적인 산업을 기반으로 거기에 혁신을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인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한 방식으로 혁신을 실험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투자자들도 핀테크나 헬스테크와 같은 인간 중심의 서비스에 더 많이 주목해왔다. 반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사료나 수의사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에 국한되어 발전했다. 

 

그러나 통계회사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반려동물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거의 2배 이상 성장하면서, 반려동물 분야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기업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1인당 반려동물 돌봄과 관련한 지출이 54억 파운드(8조 5880억 원) 이상으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다. 그 다음을 잇는 것이 프랑스, 스위스, 독일로 모두 유럽 국가다. 그러니 유럽에서 이 시장은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 기술에 가장 먼저 주목한 기업 중 하나다. 네슬레의 글로벌 펫 케어 사업부인 네슬레 퓨리나는 영국의 사료 스타트업 테일스닷컴(tails.com)을 인수하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테일즈닷컴은 영양학적으로 맞춤화된 반려견의 사료를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2018년 4월에 네슬레 퓨리나가 1억 5000만 파운드(2385억 원)에 인수했다. 

 

맞춤형 사료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인 테일스닷컴. 사진=tails.com

 

개의 품종, 특성, 활동성, 현재 가진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사료를 배합하여 보내주는 것이 테일스닷컴의 핵심이다. 

 

네슬레 퓨리나는 2020년 4월 천연 유기농 사료 회사 릴리스 키친도 1억 파운드(1590억 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가 주목한 스타트업 

 

네슬레 퓨리나는 사료 부문을 넘어 반려동물 관련 전 분야로 관심을 확장했다. 2020년 반려동물 분야 스타트업을 액셀러레이팅 하는 프로그램인 ‘언리시드(Unleashed)’를 론칭했다. 언리시드는 매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2022년에는 총 6개의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우승자로 선정돼 각종 투자 유치 기회를 얻었다. 첫 번째 우승자인 핀란드 스타트업 에니퍼바이오(EniferBio)는 미생물에서 채취한 지속 가능한 단백질인 마이코프로틴 생산에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반려동물 사료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에 마이코프로틴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과정과 비용면에서 효율적인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

 

두 번째 우승자인 독일/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 페라젠(Feragen)은 반려동물을 위한 ‘틴더(Tinder)’라고 불린다. 데이팅앱 틴더가 연애 상대를 연결해주듯, 페라젠은 동물의 DNA 분석을 통해 좋은 번식 파트너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 페라젠의 분석을 통해 장애나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교배와 번식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페라젠을 이용하기도 한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말의 DNA 검사를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유전정보를 알 수 있는 페라젠 앱. 사진=feragen linkedin

 

네슬레가 주목한 세 번째 스타트업은 스페인의 키버스(kibus)다. 키버스는 반려견이 신선한 사료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기기를 개발한다. 일종의 조리용 로봇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사료, 레시피 등을 모두 키버스에서 직접 만들어 반려견의 특성에 따라서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만큼 조리해 제공한다. 반려동물 가족은 앱에서 직접 기기를 제어하고, 자신의 반려견이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키버스용 사료를 정기적으로 구독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수의사가 직접 고안한 레시피여서 신뢰도도 높다. ​

 

키버스의 자동 조리용 로봇과 맞춤형 사료. 사진=kibuspetcare.com

 

그 밖에 반려동물의 원격 진료를 도와주는 포르투갈 스타트업 노크(knok)와 이집트 스타트업 벳워크(Vetwork)가 선정됐다. 수의사의 진료를 디지털 플랫폼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각기 다른 지역에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각 시장에 맞는 솔루션으로 승부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모아푸드텍(MOA Foodtech)은 식품부산물을 발효해 대체 단백질을 얻는 기술로 언리시드의 2022년 우승자로 선정됐다. 다양한 식품 미생물 데이터와 AI 기술을 이용해서 탄소 배출이 적은 대체 단백질을 생산해내는 것이 목표다. 

 

언리시드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한다.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 분야는 아직 가시성이 높지 않고 정보가 많지 않아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언리시드의 슬랙커뮤니티에는 약 400명의 반려동물 관련 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모여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이전의 위기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서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보통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높아지지만,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12번의 경기 침체 중 이번에 실업률은 역대급으로 낮다. 이 때문에 지금 위기가 시작되었는지, 아직 오지 않았는지 전문가들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위기의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꽤 낙관적으로 보이는 영역들도 발견된다. 특히 전통 분야가 아닌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반려동물 산업도 그런 측면에서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 될 것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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