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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노 플라스틱, 노 레더, 노 그린워싱' 지속 가능 패션을 실험하다

파인애플, 폐청바지, 쓰레기…새로운 소재 개발로 친환경 시도하는 스타트업들

2022.07.25(Mon) 11:17:23

[비즈한국] 최근 몇 년간 유럽 스타트업에서 가장 핫한 분야는 핀테크였다. ‘돈을 어떻게 쉽게 쓰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큰 화두였고, 그에 따라 ‘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하라(BNPL, Buy Now Pay Later)’는 모델을 제시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욕망의 끝자락을 살짝 자극해준 덕분이다. 그러나 코로나 장기화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로 잘나가던 핀테크 스타트업에도 하나둘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면서, 욕망의 결과를 우리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됐다. 

 

그 욕망의 대표주자가 패션이다. 패션은 지속 가능성과 거리가 멀고, 만들고 소비하고 버려지는 모든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유럽 도시 간 네트워크 단체인 유로시티(Eurocities)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EU 시민 1인당 1년 동안 평균 26kg의 옷을 소비하고, 약 11kg의 섬유를 버린다. 1996년 이후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1인당 옷 소비량이 약 40% 증가했다. 여기에 패스트패션까지 등장해 소비를 더 부추겼다.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는 유럽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환경과 다른 생명체를 배려하고, 자원을 좀 더 책임감 있게 활용하자는 ‘지속 가능성’이 가장 뜨거운 화두다. ​​​자연히 패스트패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자라(Zara), H&M 등 유럽에 기반을 둔 글로벌 SPA 기업들이 하나둘 지속가능성, 오가닉, 그린, 친환경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케팅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비영리 단체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Changing Markets Foundation)이 2021년 하반기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들이 친환경을 가장한 ‘그린 워싱(Green washing)’에 빠져 있다. 

 

​욕망과 지속 가능성 사이에는 적절한 타협점이 있을까. ​패션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이를 시도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파인애플로 동물 가죽을 대체하다

 

소재에 집중한 흥미로운 스타트업이 있다. 런던 기반의 스타트업 ‘아나나스 아남(Ananas Anam)’이다. 이들은 천연 가죽의 대체품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천연 가죽의 질감과 내구성과 가장 유사한 재질을 가진 식물성 섬유를 찾다가 파인애플 잎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나나스는 독일어로 ‘파인애플’이라는 뜻이다.

 

아나나스 아남의 창업자 카르멘 히호사(Dr. Carmen Hijosa) 박사는 스페인 출신으로 가죽 제품 및 디자인 분야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1990년대에 섬유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를 계기로 필리핀으로 왔다가, 필리핀에서 매우 흔한 ‘파인애플 잎’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가죽의 대체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왕립대학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이노베이션 RCA(Innovation RCA)를 통해 창업했다. 

 

아나나스 아남 설립자 카르멘 히호사 박사. 사진=ananas-anam.com

 

히호사 박사는 2015년 럭셔리 패션 브랜드 카르티에가 만든 카르티에 여성 이니셔티브 어워드의 ‘지속 가능한 혁신’ 분야의 상을 받았고,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가 세계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TED 강연을 비롯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아나나스 아남에서 만드는 섬유의 이름은 피냐텍스(Piñatex)다. 피냐텍스 섬유를 생산할 때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는 일반 섬유보다 264톤가량 적고, 이는 3300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대세는 소재 재활용, 인피니티드 파이버와 리뉴셀

 

핀란드의 스타트업 ‘인피니티드 파이버(Infinited Fiber)’는 패션 스타트업보다 생명 공학 스타트업으로 불리기를 바란다. 이들은 매립되거나 소각될 쓰레기 원료에서 프리미엄 섬유의 일종인 셀룰로스 카바메이트 섬유를 개발한다. 전적으로 소재에 집중하고 있어서 패션 영역보다는 생명 공학 영역에 더 가깝다. 인피니티드 파이버에서 만든 고품질 섬유는 ‘인피나(Infinna)’라고 불린다. 셀룰로스가 풍부한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면이 많이 함유된 쓰레기가 가장 좋지만, 오래된 신문, 종이 박스, 겨나 밀짚으로 만들어진 포대 등도 아주 좋은 원료가 된다. 미가공된 원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쓰레기를 재생해 섬유를 만들기 때문에 ‘순환 경제’에 일조한다고 본인들의 사업 모델을 설명한다.

 

버려진 옷 등 다양한 쓰레기에서 새로운 섬유를 만드는 인피니티드 파이버. 사진=infinitedfiber.com

 

인피니티드 파이버는 2016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 근교의 에스포(Espoo)에서 설립됐다. 에스포는 ‘핀란드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정도로 첨단 기술 기업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패션 산업에 문제의식을 느낀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3명이 뜻을 모아 창업했고, 현재 약 50명의 직원이 있다. 지난 2021년 7월에 시리즈 B 투자 유치로 약 4460만 유로(596억 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패션 기업 H&M과 아디다스가 직접 투자할 만큼 기술력이 주목받았다. 실제로 이들이 개발한 섬유를 H&M, 아디다스, 자라, 파타고니아 등 유수의 패션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된다. 

 

낡은 청바지를 재활용한 스웨덴 스타트업 ‘리뉴셀(Renewcell)’은 2012년에 설립됐다. 기존 패션 산업과의 적절한 협업을 통해 거대 플레이어들을 움직이겠다는 포부가 흥미롭다. 이들이 낡은 청바지를 회수해서 만든 천연 신소재 이름은 ‘서큘로스(Circulose®)’다. 청바지에서 플라스틱, 폴리에스터와 같은 오염물질을 1차적으로 제거하고, 면 등의 천연 소재만 남긴 생분해성 유기 고분자 셀룰로오스를 새 옷으로 제작할 수 있게 ​시트로 만든 것이 서큘로스다. 

 

청바지를 재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리뉴셀. 사진=renewcell.com

 

리뉴셀은 2020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혁신 100’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크게 주목받았다. H&M그룹과 장기 계약을 했고, 2022년까지 6만 톤의 섬유를 생산하고 2026년까지 글로벌 패션 브랜드 20개와 협력하는 것이 목표다. 리뉴셀은 2020년 11월 26일 나스닥 퍼스트 노스 그로스 마켓(Nasdaq First North Growth Market)에 이름을 올리면서, 8000만 유로(1069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스웨덴 북부 지방에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은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다. 작은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보고 큰돈이 투자되고, 이 중 열의 아홉은 실패하는 일종의 도박판과 같다. 빠른 성장, 큰 투자, 거대한 꿈. 어쩌면 욕망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트업 현장에서 지속 가능성은 무엇을 의미할까. 패션 스타트업이 그저 또 하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거품’과 ‘부풀리기’에 불과할지, 아니면 지금 삶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구와 인간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해결책을 제시해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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