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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환경부 '안전 가이드라인' 생겼는데 광산구 환경미화원은 더 힘들어졌다, 왜?

청소차·인력 증원 없이 가이드라인 지키려니 업무강도만 높아져…공단·구청 "예산 문제로 전부 이행 어려워"

2022.07.08(Fri) 09:57:36

[비즈한국] 체감온도 40도가 넘어선 6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앞에 광산구 환경미화원 7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4일부터 ‘무기한 집회’에 들어간 상태다. 

 

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환경미화원들이 무기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광주 환경미화원들은 △격일제 시도 중단 및 청소차 증액 △과도한 징계 규정 완화 △민간 경력 인정 △성과급 차등 지급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환경미화원은 노예가 아니다”, “처우 개선하라”, “청소차 증설해라”, “안전작업 가이드라인 준수해라” 등 구호가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환경미화원들은 삭발식을 하고 폐기물 수거 업무 후 집회에 참여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잠깐 서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였지만, 이들은 야외에서 8시간 폐기물 수거 작업까지 마친 후 집회를 온 것이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환경미화원 A 씨는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여한 환경미화원들은 “그동안 이런 풍경을 쉽게 볼 수 없었다”며 스스로 놀라워했다. 소속 노동조합을 따지지 않고 광산구 환경미화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다. 광산구 환경노조는 교섭단체인 한국노총 연합노련 외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등이 있는데, 이들이 처음으로 함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조합원은 “광주 환경미화원이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라 집회에 함께 참여했다.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모이게 된 계기는 지난 2월 개정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각 지자체에 고시한 이 가이드라인에는 ‘폭염강추위 등에는 작업시간 조정 및 작업 중지 등 조치’, ‘3인 1조 작업 원칙’, ‘배기관 방향 전환’ 등이 명시돼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시설관리공단 환경노동조합은 공단에 이를 준수하고 후미발판 탑승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소차와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을 위해 안전 작업복을 모두 착용하고 불법 후미발판 없이 쓰레기수거 작업을 하면 업무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안전지침을 따르기 위해선 청소차량과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이 같은 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환경노조는 “실질적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것인데, 모두 환경미화원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청과 공단은 예산 문제라며 회피하다가 격일 수거를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인당 업무량이 더 늘게 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차고지에 있는 청소차. 총 58대로 하루에 운영되는 청소차는 50대 정도다. 사진=전다현 기자


문제는 또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광산구가 다른 구청에 비해 징계 규정이 엄격해 작은 실수나 쌍방과실 사고에도 징계를 내리고, 청소차에 GPS를 설치하는 등 인격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타 지방공기업에 비해 성과급 지급 비율이 낮고 민간 경력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처우가 열악하다고 호소한다. 이들이 속한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은 광산구청에서 운영하는 공기업인데, 같은 광주광역시라도 소속 자치구에 따라 대우나 임금, 노동환경이 상이한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집회를 시작하자마자 업무 중 차사고가 났던 조합원들에게 징계가 내려졌다. 타 자치구보다 광산구의 징계 규정이 엄격해 이를 노동자들을 휘두르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은 ​공문을 통해 ​성과급 개선 등 미화원들의 요청은 즉각 이행되기 어렵다고 밝힌 상태다. 

 

무더위 속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오준표 광주광역시생활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환경미화원 작업 환경 개선 문제는 지속해서 논의됐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계속 참아오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합적으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청소차 증설 등은 노조에서 계속 요구해왔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불법 후미발판을 이용하지 않고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업무시간이 훨씬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감온도가 4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오준표 광주광역시생활환경노동조합위원장은 매일 5시간 이상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노조는 공단과 구청에서 계속 명확한 답변을 피한다면 단식에 돌입할 예정이라 밝혔다. 오준표 노동조합 위원장은 “무기한 단식 등 앞으로 투쟁을 불사할 것이다. 지금까지 환경미화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다. 말 그대로 노예 취급 당했다. 최소한의 노동 조건과 환경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희민 한국노총 연합노련 법률지원차장은 “광산구시설관리공단 환경직 노동자들은 차량 노화와 업무 과중에 따라 이전부터 증차·증원을 요구했지만, 공단 측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공단에 아무리 의견을 전달해도 구청과의 협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공단을 통해 전달받지 못했다’는 등 책임을 계속 회피했다. 그러니 환경미화원들이 뙤약볕에 나와 소리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산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노조 주장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지만,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일례로 증차 같은 경우 작년에 신청한 청소차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증차와 성과급 체계 모두 예산이 드는 일이라 공단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구청과 협의해야 한다. 문제는 구청도 재정자립도가 20% 정도이기에 환경부 지침대로 전부 이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광산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1차적으로 공단과 노조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예산 문제도 공단에서 구청에 요청하면, 그 부분을 구청은 검토할 뿐이다. 집회 진행 등에 대한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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