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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대한민국의 절반' 여성의 역사를 찾아서, 국립여성사전시관

신라 토우부터 위안부, 파독 간호사 등 지난 100년간 여성의 삶 재현…영상·음악·터치스크린으로 생생 체험

2022.05.11(Wed) 10:10:20

[비즈한국] 분명 대한민국 역사의 절반은 여성이 만들었지만, 역사책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성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가뜩이나 적게 남아 있던 여성의 역사는 조선을 거치면서 더욱 빈약하게 되었다. 이렇게 사라진 여성의 역사를 복원해 놓은 곳이 바로 국립여성사전시관이다. 아직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홀대 받아온 우리나라 여성의 역사를 알차게 전시해 놓은 곳은 여성가족부 산하 국립여성사전시관이 유일하다.

 

국립여성사전시관은 대한민국 여성의 사라진 역사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고 기리는 공간 ‘기억과 기림’. 사진=구완회 제공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여성의 역사

 

국립여성사전시관은 1층의 기획전시실과 2층의 상설전시실로 나뉜다. 상설전시실은 다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여성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100여 년간 우리 할머니와 엄마, 언니의 삶을 다양한 테마로 묶어서 보여주는 공간이다. 특히 여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은 단순히 유물이나 자료만 전시한 것이 아니라 영상과 음악, 터치스크린 등을 이용해서 생생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꾸며 놓았다. 

 

여성의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까마득한 옛날, 우리 땅에서 살아간 고대의 여성들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숭배 대상이 되기도 했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다양한 신라의 토우(흙인형)을 보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남성들과 똑같이 재산을 물려받았던 고려 시대의 여성들은 직접 장사를 하거나 불교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했다.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재산을 물려받던 고려 시대와 달리 조선 후기가 되면서 여성들은 재산 상속에서 배제되고 아버지와 남편,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도’가 강요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조선 후기가 되면서 유교가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자 여성들의 처지가 나빠졌다. 여성들은 재산 상속에서 배제되고 아버지와 남편,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도’가 강요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여성들은 아내이자 어머니로 가정을 꾸려나갔고, 한글을 활발히 사용해 한글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대한제국의 여성들은 ‘여권통문’이라는 여성 인권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여성들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의 여성들은 독립운동에 앞장섰고, 광복 이후에는 새나라 건설에 나섰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폐허가 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21세기, 이제 여성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들은 지난 100년간 어떻게 살았을까

 

지난 100여 년간 여성들의 삶은 ‘변화와 대응’, ‘기억과 기림’, ‘협력의 기록’이란 키워드로 전시되고 있다. ‘변화와 대응’은 한국전쟁 이후 사회적 변화와 함께 여성 관련 사회정책과 여성의 직업과 경제 활동, 여성운동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시대별 가족계획 표어와 포스터다. 1960년대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에서 시작된 가족계획 표어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를 거쳐 ‘둘도 많다!’에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00년대 들어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시대 변화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시대별 가족계획 표어와 포스터. 사진=구완회 제공

 

여성의 직업과 경제 활동에는 가발공장의 여성 노동자와 야쿠르트 판매원, 화장품 판매원 등의 모습이 보인다. 195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독일로 파견되었던 약 1만 명의 간호사들의 이야기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들이 국내로 송금한 약 1000만 마르크의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기억과 기림’은 일제강점기에도 해방 이후에도 생존을 위해 침묵을 강요당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고 기리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소녀상 대신 나이 든 ‘위안부’ 할머니의 조각상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등 선구적인 활동을 펼친 김학순 할머니의 모습이다. 이분이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국가 기념일이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친 김학순 할머니의 조각상이 전시돼 있다. 사진=국립여성사전시관


음식과 조리법, 여성의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 특별기획전 ‘세상을 짓다-조리서로 읽는 여성의 역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립여성사전시관


마지막 전시인 ‘협력의 기록’은 남북 협력과 평화 운동 등 여성들이 주도한 다양한 사회 운동을 담았다. 이런 사회 운동들은 가족법 개정과 호주제 폐지라는 성과를 낳았다. 21세기의 여성 운동은 평화의 가치를 이어받으면서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 등 새로운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행정보>


국립여성사전시관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중로 104번길 50

△문의: 031-819-2288

△이용시간: 10:00~18: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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