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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계약 해지까지' 건설사들, 건자재값 상승에 울상

상장 6개 건설사, 영업익 평균 16% 하락…민간공사는 공사비 못 올려 착공 미루기도

2022.05.04(Wed) 17:55:45

[비즈한국] 건자재 가격 급등으로 올해 1분기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 영업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수주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부문에서 착공 이후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인정하지 않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사는 수익성을 타개하고자 민간 발주자와 공사비 증액 협상을 벌이거나 착공을 지연하는 등 해법을 찾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현장. 사진=임준선 기자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6개 대형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의 1분기 잠정 매출은 14조 3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950억 원으로 16.4% 줄었다. 이들 중 영업이익이 증가한 건설사는 삼성물산(+14.8%) 이 유일했다.

 

건설사 실적 악화는 건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43.2%), 합판(24.4%), 시멘트(11.2%), 판유리(7.0%)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앞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건자재 가격 상승률이 2008년(30.2%) 이후 최고 수준인 28.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기 어렵다. 통상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인정하는 공공공사와 달리, ​재건축·재개발사업 등 민간공사는 대부분 착공 이후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배제하는 특약을 계약에 포함한다. 공사비 산정 기준일 이후에 물가가 오르면 수주업체가 물가 인상 부담을 온전히 떠안는 셈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건설사가 수주한 공사 197조 1000억 원 중 162조 7000억 원(82.5%)​은 민간공사였다.

 

이런 이유로 민간공사 발주자와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중 최소 18곳이 기존 시공사와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관련기사 작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18곳 시공사와 결별한 까닭). 대부분 건자재 가격 상승과 저가 수주 관행으로 불거진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분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 창궐 이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지금까지 주요 건자재 값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착공 이후부터는 민간 발주자에게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수 없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건자재 가격 상승기에 공사를 진행한 건설사와 협력업체는 비용을 온전히 감내하거나 발주처와 공사비 증액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건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착공을 미루는 건설사도 나타났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건축 착공 동수는 3만 4726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착공 면적은 2602만 100㎡로 15.8% 감소했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착공 물량이 많았던 영향도 있지만, 최근 건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허가를 받은 건설사들이 착공에 나서지 않고 기다리는 상황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건자재 가격 상승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2일 “6월 1일 이후 주요 건자재 가격이 15% 이상 오르면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본형 건축비는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건축원가다. 기본형 건축비가 늘면 재건축·재개발조합 등 민간공사 발주자의 분양 수입도 증가하기 때문에 건설사 공사비 인상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계획단계에서 산정한 공사비와 실행단계에서 실제 들어간 비용 간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영업이익 감소가 가시화되는 건설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공공사와 달리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 불가능한 민간공사에서는 건설사와 발주자의 공사비 증액 협상이 실패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되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민간 발주자 입장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로 수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사비를 쉽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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