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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18곳 시공사와 결별한 까닭

건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분쟁 늘어…조합 '똑똑해진' 것도 한몫

2022.04.14(Thu) 10:38:28

[비즈한국]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으로 난항에 빠진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중 최소 18곳이 시공사와 도급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자재 가격 상승과 저가 수주 관행으로 불거진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분쟁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서울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18곳 시공사와 결별, 디엘이앤씨 8곳으로 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중 최소 18곳이 기존 시공사와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지역별로 서울 방배6·사직2·신당8구역, 경기 의정부시 금오생활권1구역, 인천 주안10·갈산1구역, 부산 괴정5·범천4·서금사5·서금사6·우동3구역, 경남 창원시 회원2·합성2구역, 경북 포항시 장성동, 광주 광천동, 대전 장대B구역, 충북 충주시 용산주공아파트·청주시 사직1구역 등이 시공사와 갈라섰다.

 

우리나라 시공능력 8위 건설사인 디엘이앤씨는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8곳을 잃었다. 회사가 단독으로 수주한 서울 방배6·신당8구역, 경남 창원시 회원2구역, 인천 주안10구역 등 4개 사업장과 공동도급 형태로 따낸 4개 사업장에서도 각각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우리나라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 중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도급 계약이 해지된 회사는 디엘이앤씨(8곳), 롯데건설(3곳),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2곳), 지에스건설(1곳), 대우건설(1곳), 현대엔지니어링(1곳), 에스케이에코플랜트(1곳) 등으로 나타났다.​

 

시공사를 교체한 사업장은 모두 기존 회사보다 시공순위(2021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가 높은 건설사를 선택했다. 지난해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한 뒤 새로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현재까지 서울 방배6구역(디엘이앤씨→삼성물산), 인천 주안10구역(디엘이앤씨→포스코건설), 갈산1구역(한진중공업→현대산업개발‧포스코건설), 경기 의정부시 금오생활권1구역(아이에스동서→현대건설), 부산 서금사5구역(디엘이앤씨·한화건설·​에스케이에코플랜트·디엘건설→지에스건설·​포스코건설), 범천4구역(디엘이앤씨·​호반건설·​한진중공업→현대건설), 경남 창원시 합성2구역(이수건설→두산건설), 창원시 회원2구역(디엘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충북 충주시 용산주공아파트(이수건설·​극동건설→한화건설), 대전 장대B구역(지에스건설→현대건설) 등 10곳이다.

 

디엘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발생한 계약 해지는 대부분 조합 집행부 교체에 따른 요구 사항 변동이 주된 원인이 됐다. 당초 합의된 사항보다 더 나은 공사 조건과 아파트 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과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다른 시공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조합의 인식도 일부 반영된 것”이라며 “지난해 계약이 해지된 사업장은​ 대부분 회사 매출에 반영되기 전 단계의 사업장이다. 조합 귀책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홍보비 등 사업장에 소요된 비용 역시 추후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건자재 가격 오르면서 공사비 증액 분쟁 늘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시공사와 결별하는 배경에는 대부분 금전적인 문제가 걸렸다. 건설사가 사업 수주 당시 제안한 공사비나 건축 설계, 금융지원 조건 등이 향후 달라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반대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 등 수주 당시에는 없었던 사업 조건을 ​요구해 계약 해지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도 적잖다.

 

서울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9월 시공사인 디엘이앤씨가 시공사 선정 당시보다 1000억 원이 넘는 도급공사비를 요구하고 특화 설계로 제시한 단지 내 공중 교량 설계 등이 무산됐다는 이유로 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2017년 재개발 구역에서 직권 해제돼 조합 지위를 상실했다가 대법원 판결로 2년 만에 복권한 서울 사직2구역은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판결 이후 조합 운영비 대여에 응하지 않자 같은 해 8월 계약을 해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정비사업에서 착공 이후에는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변동을 적용하지 않는데, 지난해 철근이나 시멘트 등 건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조합 측과 공사비 증액 분쟁을 벌이는 건설사가 늘었다. 건설사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는 저가 입찰로 사업을 따낸 뒤 시공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공사비를 크게 인상하려는 시도를 벌여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합·​건설사 모두에 금전적 손해 “득실 잘 따져 고지해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과 시공사의 결별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조합이 시공사를 변경하려면 조합원 과반이 출석한 총회에서 과반이 결의하면 되지만, 시공사를 다시 뽑는 데 드는 비용과 사업 지연에 따른 사업비 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건설사가 조합에 계약 해지 책임을 물을 경우 위약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 계약이 해지된 건설사는 시공한 공사 비용을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미래 매출로 인식될 나머지 사업 물량을 잃게 된다. 사업 수주에 들인 홍보비 등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은 매몰비용으로 남을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가 맺는 계약 역시 도급계약이기 때문에 별다른 계약 해지 사유가 없더라도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계약 해지가 법적인 효력을 얻으려면 조합이 계약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과 공사비 정산액 등을 꼼꼼히 따져 총회에서 ​조합원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건자재값이 오르면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다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역시 총회 의결을 받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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