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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제주 자연사 기행① 산방산에서 시작해 다랑쉬오름으로 완성되다

첫 화산 폭발에서 오름의 탄생까지

2022.04.12(Tue) 14:00:55

[비즈한국] 제주도를 제대로 맛보려면 먼저 제주도의 자연을 알아야 한다. 제주도의 멋진 자연이야 보이는 대로 즐기면 그만 아니냐고? 그래서는 평생 ‘제주도 겉핥기’를 못 벗어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역사를 알아야 제주도의 속살에 닿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제주도의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 또한 달리 보일 것이다.

 

산방산 뒤쪽으로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산방산은 87만 년 전쯤, 한라산은 10만 년 전쯤 모습을 드러냈으니 산방산이 ‘제주도의 터줏대감’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제주도 터줏대감, 산방산

 

제주도 자연사 기행의 시작점은 서귀포 산방산이다. 대략 87만 년 전쯤 모습을 드러낸 산방산은 한라산보다 먼저 생겨난 ‘제주도의 터줏대감’이다. 뜬금없이 둥글게 솟은 모습이 종을 닮은 산방산은 제주도의 기초를 이루는 지층인 ‘서귀포층’의 대표 선수다. 약 200만 년 전에 시작된 바닷속 화산폭발이 100만 년 동안이나 지속되면서 서귀포층을 만들어냈다. 제주도의 기초 공사에만 약 100만 년이 걸림 셈이다. 

 

서귀포층의 가장 큰 특징은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 지층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수중 화산 폭발이 지속되면서 서귀포층은 점점 두꺼워졌다. 반대로 바닷물은 점점 얕아졌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바닷물 위로 용암이 솟구쳐오르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물 밖에 나온 제주도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현재 제주도의 남서쪽 일부만 물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무렵 등장해서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바로 산방산이다. 범섬과 문섬, 숲섬 등 서귀포 앞바다의 작은 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용암이 흘러 이룬 대지, 용머리해안

 

자, ‘산방산과 친구들’이 스타트를 끊었으니 나머지 화산들이 줄줄이 터져주기만 하면 제주도가 완성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 제주도가 작은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나서는 갑자기 잠잠해져 버렸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이 10만 년쯤 흐른 후, 땅속의 마그마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화산 폭발은 지난번과 달랐다. 엄청난 양의 용암이 얕은 바다 위로 흘러나오면서 격렬하게 폭발하는 대신 천천히 식어간 것이다. 식어서 굳은 용암 위로 다시 용암이 빠르게 흐르면서 넓은 대지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태어난 용암대지는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현무암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암석이 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의 일이다. 

 

수십만 년 동안 용암이 천천히 흘러나와 식어서 만들어진 서귀포 용머리해안. 사진=구완회 제공


이렇게 수십만 년 동안 용암이 흘러나오면서 지금과 거의 비슷한 제주도의 해안선이 만들어졌다. 서귀포의 용머리해안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다. 하지만 아직 한라산과 오름은 생겨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화산폭발이 멈췄다면 제주도는 넙데데한 소 똥 모양의, 아주 심심한 섬이 되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다행히, 제주도 전역의 틈이란 틈에서 모두 흘러나오던 마그마가 땅 속 한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거대한 폭발을 준비하면서. 지금부터 대략 30만 년쯤 전의 일이다. 

 

#드디어, 한라산 탄생!

 

쾅! 드디어 제주도의 한가운데로 모인 마그마가 폭발했다. 한라산의 시작이었다. 이 폭발은 무려 20만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그동안 한라산은 점점 높아져 지금과 비슷한 높이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오백장군 바위와 탐라계곡, 백록담 등도 생겨났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만 년 전쯤 한라산이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갖춘 셈이다. 완만한 원뿔 모양의 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모습 말이다. 

 

그런데 한라산을 자세히 보면 남북으로는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하고 동서로는 완만한 것을 알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꼭 타원형의 방패를 엎어놓은 모습이다. 지질학자들은 이러한 모양의 화산을 ‘순상화산’이라고 부른다. 방패 순(盾)에 모양 상(像)을 썼으니 글자 그대로 ‘방패 모양 화산’이란 뜻이다. 

 

한라산 남북으로는 끈적한 용암이 흘러 울퉁불퉁 깊은 계곡이 생겨났다. 신선이 찾는다는 ‘방선문 계곡’도 그렇게 탄생했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건 동서와 남북으로 흐른 용암의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동서로는 묽은 용암이, 남북은 끈적한 용암이 흘렀던 것. 묽은 용암은 흐르는 속도가 빨라 더 멀리까지 도달했고, 끈적한 용암은 그보다 가까운 곳에서 멈췄다. 덕분에 동서로 더 길쭉한 타원형의 방패 모양이 된 것이다. 끈적한 용암이 급한 경사를 이루니 울퉁불퉁 깊은 계곡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한라산의 계곡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풍광을 자랑한다. 신선이 찾는다는 ‘방선문 계곡’이 딱 그렇다. 

 

#오름의 탄생, 제주도의 완성

 

한라산까지 만들어졌으니 이제 오름만 남았다. 오름이란 보통 작은 산이나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제주도 말이다. 제주도에 큰 산이라고는 한라산 하나뿐이니, 한라산을 제외한 제주도의 모든 산은 오름이 되는 셈이다. 한라산이 형성된 이후부터 약 2만 5000년 전까지 오름이 집중적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예전에는 큰 분화구에 붙어 있다고 ‘기생화산’으로 불렀으나, 그렇지 않은 오름도 많아서 지금은 ‘단성화산’이라 부른다. 

 

단성화산이란 단 한 번의 분화로 생겨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라산처럼 여러 번의 폭발로 생겨난 화산은? 복성화산! 그러니 제주도는 한라산과 수백 개의 오름, 단 하나의 복성화산과 수백 개의 단성화산으로 이루어진 화산섬이다.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 오름은 작은 산이나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제주도 말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제주도에는 모두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 이 중에는 거문오름이나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다랑쉬오름처럼 ‘오름’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있지만, 산방산이나 송악산처럼 ‘산’으로 끝나는 것도 있고, 일출봉이나 부소악처럼 ‘봉’이나 ‘악’이 붙은 이름도 있다. 심지어는 산굼부리 같은 독특한 이름도 있다. ‘굼부리’란 ‘분화구’를 뜻하는 제주도 말이다. 

 

오름은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모습도 제각각이다. 거문오름처럼 오름 안에 또 하나의 오름이 있는 것, 산방산처럼 도무지 화산으로 보이지 않는 것, 일출봉처럼 제주도와 연결된 작은 섬처럼 생긴 것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오름들 덕분에 제주도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곳이 되었다. 오름이 태어나면서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완성된 것이다.​ 

 

다랑쉬오름에서 내려다본 풍경.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산방산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16

△문의: 064-794-2940

△이용시간: 상시, 연중무휴

 

용머리 해안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문의: 064-760-6321

△이용시간: 09:00~17:00, 연중무휴

 

방선문계곡

△주소: 제주도 제주시 오라동 

△문의: 064-710-3314

△이용시간: 상시, 연중무휴

 

다랑쉬오름

△주소: 제주도 구좌읍 세화리 산6

△문의: 064-728-3918

△이용시간: 상시,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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