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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윤석열 정부 편일까 아닐까

급증한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윤 정부 50조 원 추경은 충돌 변수

2022.04.01(Fri) 16:25:32

[비즈한국] 향후 4년간 통화정책을 이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인근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 후보자는 무난하게 한은 총재에 임명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은 총재로 마주칠 문제는 만만치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차려진 인사청문회 TF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당장 이창용 후보자 지명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합의 여부 진위 논란이 벌어져 자칫 새로운 정부에서 어려운 위치에 처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공언으로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 조합)가 아닌 정책 엇박자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또 미국이 올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대응이 쉽지 않다. 이창용 후보자가 최근에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돼 한동안 휠체어와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던 탓에 이런 악재들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겨낼 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창용 후보자가 한은 총재를 맡을 경우 가장 먼저 마주할 숙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 남은 6번의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심지어 제롬 파월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5월에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즉 빅스텝이 필요하면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상황만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는 항상 글로벌 경기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최근에 미 연준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던 때는 1979년 8월부터 1981년 5월,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다. 1979~1981년 기준금리 인상 때 미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과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 재침체하는 이중 침체)을 겪었고, 남미 부채위기까지 초래했다. 2004~2006년 금리인상 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지속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만 보고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과거와 같은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가계부채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격히 늘어난 상태여서 기준금리를 미국에 맞춰 빠르게 올리면 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바라만 보다가는 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놓고 시장에 미묘한 신호를 보내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의 5월 기준금리 결정 전인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이러한 신호를 보내야 하지만 이창용 후보자가 그사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임명되기는 시간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이창용 후보자를 둘러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감정싸움도 이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 측은 윤 당선인 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발표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 후보자를 제안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후보자는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뒤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 국민의힘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향후 한은 총재로 활동하는데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역대 정부는 항상 전임자가 임명한 한은 총재와 마찰음을 빚어왔다. 이러한 마찰은 당장 윤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후 추진키로 한 5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둘러싸고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월 31일 “추경 관련 작업은 인수위에서 하고 제출은 윤석열 정부 출범하고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가 50조 원의 추경을 실시할 경우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고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조합은 사라지고 정부와 한은 간 정책 엇박자가 커지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역대 최대규모의 50조 원 추경은 기준금리 속도를 높고 고민할 이창용 후보자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후보자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1일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은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있어 가계부채를 고려할 뜻을 밝혔다. 또 자신을 매파(통화긴축 선호)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나눈 건 적절치 않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창용 후보자는 이어 “최근 중앙은행들의 정책도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를 종합적으로 본다”며 “어떻게 정책을 조합해 정부와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해 정부와의 정책 엇박자 최소화 의지를 보였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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