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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대마'가 독일 제약 스타트업의 미래가 된 까닭

눈앞에 온 대마 합법화, 의료용 시장 넘어 기호용 시장까지 관련 스타트업 투자 붐

2022.02.28(Mon) 14:55:04

[비즈한국] 최근 독일의 슈퍼마켓 매대에서 눈에 띄게 많이 발견되는 품목이 있다. 바로 대마(독일어로 Hanf, 영어로 Cannabis)와 관련한 상품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마는 불법이고 금기시되는 단어라 조심스럽지만, 스타트업을 관찰하는 이들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만한 주제다. 

 

껍질이 벗겨져 환각 성분이 제거된 대마 씨앗은 국내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2014년 ‘타임’은 대마씨를 ‘세계 6대 슈퍼 곡물’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대마씨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으로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하며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 오메가 6, 비타민 B1, 엽산이 풍부하고 항암효과가 있어 ‘가능성의 씨앗’으로도 불린다. 

 

올초부터 독일 슈퍼마켓에서는 대마씨로 만든 우유, 대마씨로 만든 단백질 분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환각성분(THC)이 제거된 대마씨 관련 제품이 건강식품으로 꾸준히 사랑받았는데 최근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독일이 조만간 대마의 재배 및 판매 합법화를 계획하면서 대중에게 대마가 건강식품이자 식재료의 일부로 여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몰타가 EU 최초로 대마 재배와 판매 합법화를 선언한 후 유럽에서는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정권이 바뀌면서 대마 합법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이는 대마 관련 독일의 스타트업들이 큰 투자를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독일에서 대마 관련 산업이 스타트업 분야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독일 스타트업 바바리아 위드는 나토군의 벙커를 인수해 이곳에서 대마초를 가공하고 생산한다. 사진=bavariaweed.de

 

#스눕독이 투자한 독일 스타트업, 칸사티바

 

미국 래퍼 스눕독은 열렬한 대마초 애호가로 유명하다. 대마초가 합법인 미국의 일부 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리프스 바이 스눕(Leafs by Snoop)’이라는 대마초 함유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출시했을 정도이다. 이후 그는 대마초 관련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눕독은 2015년 대마초 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를 하는 펀드인 ‘카사 베르데(Casa Verde)’를 미국에서 공동 설립했다. 이후 세계 무대로 눈을 돌려 대마 관련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카사 베르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스타트업 칸사티바(Cansativa)에 1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라운드를 주도하며 성공적으로 투자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새 연립정부가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하겠다고 밝힌 직후였다. 

 

대마 산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VC(벤처캐피털) ‘카사 베르데’에 본명 캘빈 브로더스(Calvin Broadus)로 소개된 래퍼 스눕독. 사진=casaverdecapital.com

 

칸사티바는 2017년 설립돼 이미 ‘의료용 대마초 유통 플랫폼’으로 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스스로를 ‘대마초계의 아마존’이라고 부르면서 독일에서 의약품 관련 공급망과 물류를 관리해 나가며 의료용 대마초 시장에서 B2B 사업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었다. 약국과 병원에 의료용 대마초를 공급했는데, 소비자는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다. 

 

칸사티바는 2020년 독일 연방의약품관리국(BfArM)으로부터 독일에서 재배되는 의료용 대마초에 관한 독점 유통 계약권을 따내면서 사업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스눕독의 투자 이후 대마초 시장의 합법화에 대비해 의료용 대마초뿐만 아니라 기호용 대마초 제품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넓힐 계획이다. 

 

칸사티바의 설립자이자 대표 베네딕트와 야콥 존스 형제. 사진=cansativa-group.de

 

#유럽의 대마초 관련 스타트업계를 선두하는 독일

 

독일은 이미 유럽에서 의료 소비 시장이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인데, 대마초 합법화로 더욱 급속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유럽 스타트업 전문 매체 ‘시프티드(sifted)’에 따르면 연간 15톤의 의료용 대마초를 소비하는 독일은 2024년까지 의료용 대마초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카사 베르데의 파트너인 요니 마이어(Yoni Meyer)는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칸사티바가 유럽의 대마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칸사티바는 B2B 유통 플랫폼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수입된 대마초를 보관·유통하는 물류 창고도 운영한다. 현재 독일에서 유통되는 대마초의 95%가 캐나다, 네덜란드, 덴마크,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생산된다. 칸사티바는 유럽 교통의 허브 프랑크푸르트공항 근처에 물류 창고를 건설해 앞으로 유럽 대마초 산업의 최강자가 될 꿈을 꾸고 있다. 

 

유럽 대마초 관련 스타트업은 대부분 독일 출신이다. 베를린의 대마 기반 제약 스타트업 새너티그룹(Sanity Group)은 2018년에 설립됐는데, 독일 대마초 합법화 발표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이들 역시 스눕독의 카사 베르데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미국 래퍼 윌아이엠, 배우 알리사 밀라노에게도 투자를 받았다. 

 

새너티그룹은 스타트업이지만 2개의 자회사와 2개의 소비재 브랜드로 구성된 제법 규모가 큰 기업이다. 약용 대마초 제품을 개발해 약국과 임상기관에 판매하는 풀라이선스 (fully-licenced) 제약회사 바야메드(Vayamed), 의료용 대마초를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의료 기기와 디지털 헬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벨프라이 메디컬(Belfry Medical)이 자회사다. 그 밖에 CBD오일 관련 소비재 브랜드 배이(VAAY), 대마 성분 기반 코스메틱 브랜드 디스 플레이스(This Place)가 새너티그룹의 자체 브랜드다.

 

새너티그룹의 CBD오일 브랜드 배이(VAAY)에서 판매하는 CBD오일 함유 수면 보조 스프레이. 사진=vaay.com

 

2018년 뮌헨 근교 헤어슁에 설립된 바바리아 위드(Bavaria Weed)도 여러모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대마초를 무제한 수입하고 가공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최초로 획득한 회사로 이름을 알렸다. 또 나토(NATO)군의 벙커였던 곳을 대마초 가공품 생산 창고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1.35미터 두께의 철근콘크리트 벽, 모든 모서리 부분에 철창과 카메라를 장착한 이 창고는 대마초 관련 사업에 최적이었다. 

 

바바리아 위드의 대표 랑어는 ‘쥐드도이체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 분야는 아직 완전히 도달하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창고에 출입하기 위해서 철저한 신분 검증, 보호복이 필요하다. 모든 재료가 캐나다와 포르투갈에서 오고, 모든 제조 공정이 첨단 기술을 따른다. 각 단계는 섬세하게 문서로 기록되고, 직원들의 업무 기록도 철저하게 남긴다. 이곳을 출입하는 모든 직원은 약물검사를 철저하게 받아야 한다”고 바바리아 위드의 보안 상태를 강조했다. 

 

바바리아 위드는 독일에서 직접 원재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미 독일에서 대마를 재배할 수 있는 합법적인 면허를 취득해 올해 첫 번째 수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의 대마 산업을 선도하려는 독일 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제약회사들보다 훨씬 발 빠르게 그 자리를 선점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서 혁신의 순간을 보게 된다. 지금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자들에겐 위험해 보이는 미래가 작고 영리한 스타트업들에겐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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