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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죽을지 몰라" 환경미화원, 불법 개조 트럭 타야 하는 사연

불법 개조 발판 없으면 시간 내 업무 종료 못 해…지자체는 예산·인력 늘리지 않고 "사용 금지" 지시만

2022.02.28(Mon) 09:51:29

[비즈한국] 10년 차 환경미화원 A 씨는 매일 밤 악몽을 꾼다. 5톤짜리 청소차 덮개에 머리가 낀 채로 차에 질질 끌려가는 동료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5년 전 일이지만 남은 이들의 상처는 어제 일인 듯 패여 있다. A 씨는 “어쩌면 예견된 사고였다”고 말한다. 바로 두 달 전에도 환경미화원 두 명이 숨졌다. 환경미화원은 쓰레기를 줍다 승용차에 치이기도 하고, 청소 작업을 하다 70톤짜리 기중기에 깔려 목숨을 잃는다. 불법으로 개조된 후미 작업 발판에서 떨어져 사망하기도 한다. 

 

환경미화원은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고, 한 해 산업재해 신청만 몇 백 건이다. 무게 있는 쓰레기를 손으로 나르고, 거대한 청소차에 올라타 직접 작업해야 하는 환경이다. 날카로운 캔 뚜껑에 손이 베이고, 쓰레기를 뒤집어쓴다. 쓰레기봉투 안에 들어 있는 칼이나 유리병에 손이 베이고 찢어지는 일은 예삿일이다. 이렇게 다치는 건 통계로도 보이지 않는다. 산업재해는 중상이 아니면 인정이 쉽지 않고, 인력 부족 탓에 경상으로는 일을 쉴 수 없는 탓이다. 

 

용산구 환경미화원들이 핼러윈 데이로 인해 생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환경미화원 안전사고에 정부도 나섰다. 2018년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겠다”며 ‘환경작업안전 개선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안전사고 발생 건수를 90% 이상 줄이고, 근무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환경미화원 작업시간을 낮으로 바꿨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비교적 안전한 ‘한국형 청소차’도 개발했다. 그러나 현장의 환경미화원들은 여전히 “근무환경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불법 개조 차량 계속 타는 이유

 

4년 전 보급하겠다고 한 ‘한국형 청소차’는 어떻게 됐을까. 환경부에서 이를 개발하겠다고 한 이유는 사고발생 위험이 큰 불법 후미 발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후미 발판은 청소차 뒷면에 불법으로 개조된 발판으로 쓰레기 수거 지역마다 차에서 타고 내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만들었다.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을 어긴 불법 개조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청소차량에는 후미 발판이 달려 있다. 

 

문제는 두 가지 점에서 발생한다. 첫째, 후미 발판을 이용해야 하루 수거 업무량을 끝낼 수 있다. A 씨는 “발판을 이용하지 않으면 하루 업무량을 다 끝낼 수 없다. 최근에 이 발판을 사용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고 있는데, 작업 업무량을 못 끝내고 있다. 담당 공단에서는 (업무 속도 저하가) 노조의 단체 행동이라며 압박하는 상황이다. 후미 발판을 쓰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21년 차 환경미화원 B 씨는 “후미 발판을 사용하면 하루 작업량의 100%를 끝낼 수 있다.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60% 정도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사실상 담당 지자체에서 후미 발판을 사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후미 발판을 타면 하루에 3만~4만 보가 나오는데, 사용하지 않으면 2~​3만 보만 추가된다. 일인당 작업량 자체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영향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쓰레기가 증가하고, 업무에 과중이 왔지만, 증원이나 증차는 없었다. 기존 3인 1조 체제를 유지하고, 인원도 동일했다. A 씨는 “42만 명 규모 지역에 하루 150명이 투입된다. 쓰레기 양이 늘어도 동일하다. 예산도 증액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소차 뒷면에 달린 후미 발판의 모습. 사진=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둘째, 한국형 청소차는 종량제 쓰레기 수거에 적합하지 않다. 한국형 청소차는 가운데 공간을 내 2인이 탑승하는 저상차다. 당초 환경부는 “우리나라 환경미화 작업 특성을 비롯해 도시의 골목, 농촌의 좁은 도로와 같은 국내 지형을 감안하여 개발한다”고 밝혔지만, 막상 개발된 청소차는 현장에 적합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생활환경노동조합 광주미화지부 김명권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같이 거점수거가 아닌 방문수거다. 저상차는 거점수거에 알맞은 방식이다. 방문수거를 하다보니 환경미화원들이 양쪽에 타도 찻길에는 한쪽으로만 내려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좁은 골목이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위험해진다. 작업 현장과 전혀 맞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19년 차 환경미화원 C 씨는 “효율성이 너무 없다. 한국형 청소차가 60cm가 더 길어 평소보다 운전도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쓰레기를 실을 수 있는 용량도 더 적다. A 씨는 “기존 청소차가 5톤 정도 쓰레기를 실을 수 있는데, 한국형 청소차는 4톤 정도를 실을 수 있다. 원래 하루에 매립지까지 2번을 왔다 갔다 하면 끝낼 수 있는 양인데, 한국형 청소차를 이용하면 하루에 3번을 왕복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존 청소차 대수보다 증액해 교체해야 하고, 인원도 그만큼 늘려줘야 하는데 그렇게는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환경부의 ‘한국형 청소차’ 개발은 무용지물이 됐다. 2018년 이후 한국형 청소차 보급은 매년 50대가량에 그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작업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아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 지자체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교체를 추진하는 데 지체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됐지만… “작업 환경은 더 열악”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 이론대로라면 청소미화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지자체·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현장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강석화 정책본부장은 “작업 환경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 이후 일일 평균 1톤 이상의 쓰레기가 늘었다. 코로나 전보다 업무량이 훨씬 늘어난 상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로 제한이 늘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후미 발판 사용 안 하고, 안전지침을 다 지켜서 작업하면 쓰레기를 다 치울 수 없다. 환경미화원 입장에서는 업무 시간이 지났다고, 몇십 년 치우던 구역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현실이다. (담당 지자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서 규제는 하지만, 그로 인해 남는 쓰레기 문제는 처리를 안 한다. 방법은 예산 투입과 증원밖에 없는데, 하지 말라고 지침만 내리면 그만인 상황이다. 행정은 늘 뒤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14년 차 환경미화원 D 씨는 “지침을 지켜 일부 구역을 치우지 않으면 민원이 들어온다.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오니 다시 가서 치우라고 한다. 이런 방식이 반복된다. 결국 환경미화원들은 지침을 어겨서라도 쓰레기를 다 치울 수밖에 없다.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이 불법 후미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위탁업체 시스템도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자체 직영업체보다 위탁업체에서 재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 시스템 역시 통합돼 있지 않다.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돼 안전지침은 통합됐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모두 관할 광역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한다. 현장에서는 관리·감독 시스템이 분할된 구조를 문제점으로 꼽는다. 

 

강석화 정책본부장은 “소각장이나 매립장의 관할은 광역자치단체지만 쓰레기 수거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이다. 관리·감독 권한 역시 광역자치단체에 있지만, 사업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상황”이라며 “광역자치단체에 책임 소재는 없고 권한만 있는 상황이다. 사업을 평가하고 예산을 배분하지만, 예산 증액이나 문제점에 대해 건의하면 광역자치단체의 권한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명권 위원장은 “예산이 제대로 책정이 되는지 중앙정부에서 확인하고, 코로나 사태 예비 인력 등을 충원해줘야 하는데, 중앙이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다 지자체 행정이라고 미뤄놓는다”고 말했다.  

 

예산 및 인력 부족 등에 대한 현장 상황을 묻자, 환경부 관계자는 “예산 책정은 지자체 고유 업무다. 종량제봉투 비용을 조례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것처럼 각 지자체마다 예산 확보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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