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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불법 정치자금 후원 KT 경영진 겨냥한 주주행동 나설까?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시 적극적인 주주활동 전개… KT새노조 "구현모·박종욱 해임안 제출해 달라"

2022.02.24(Thu) 17:57:11

[비즈한국]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원으로부터 각각 과징금과 벌금형을 부과받은 KT에 대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3월 31일 예정돼 있으며 국민연금은 2월 10일 기준 KT 지분 12.6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KT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원칙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법령 위반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경우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고 있다.  

 

KT새노조(제 2노조)는 지난 22일 국민연금공단에 공문을 발송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했다. 

 

미국 SEC는 지난 17일 KT의 회계부정에 대해 과징금 630만 달러(한화 약 75억 원)를 부과했다. SEC는 “KT가 부적절한 대가성 금품을 제공해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다.

 

KT새노조는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긴급안건으로 미SEC 과징금에 대해 관련 임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이사회에 횡령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구현모 대표, 박종욱 공동대표, 강국현 부문장 등 사내이사 3명에 대한 자격정지와 KT 대표 해임안을 제출해 달라”며 “국민연금의 직접적인 요구에도 KT이사회가 이를 무시한다면 주주대표소송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주주활동에 대해 초기 단계에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구체적인 설명을 자제하는 대신 원론적인 절차와 입장만 밝혔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주주활동은 대상기업을 선정해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비공개중점관리기업과 공개중점관리기업을 구분하고 주주제안 등 단계적 절차를 통해 추진한다”며 “단계별 주주활동에도 개선이 없는 경우 주주총회 시 사안별로 연계된 안건이나 이사선임 안건 등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연계하거나, 공개서한을 발송할 수 있다”고 말했다.

 

SEC가 KT에 대한 조사와 과징금 부과 결론을 내린 발단은 KT의 정치인 불법 후원 사건이었다. 

 

KT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회사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약 11억 5000만 원을 조성했다. 이중 약 4억 3800만 원을 19, 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했다. 

 

후원 대상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입법과 예산을 담당한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으며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KT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임직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측에 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말 KT새노조는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과 함께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2019년 1월 당시 황창규 회장과 구현모 현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원 7명, KT법인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의 수사는 더디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SEC의 조사소식이 알려지자 결국 검찰은 법원에 약식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월 구현모 대표와 박종욱 공동대표, 강국현 부문장 등 사내이사 3명을 포함해 전현직 임원 10명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로 총 4600만 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법원이 본 이들의 횡령금액은 1억 2400만 원이다. 

 

이밖에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 혐의로 넘겨진 KT 전·현직 임원 4명과 KT법인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KT 구현모 대표(왼쪽)와 박종욱 공동대표. 사진=KT


KT이사회는 2019년 12월 황창규 회장의 후임 대표로 이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구현모 후보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 들인다는 조건부 계약을 맺었다. 이를 수용한 구현모 후보는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취임했다.

 

더욱이 KT이사회가 지난 1월 선임한 박종욱 공동대표는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당사자임을 확인하고도 선임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구현모 대표 측은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지난 11일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구 대표는 지난 2016년 회사 대관 담당 임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본인 명의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총 1400만 원을 불법 기부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각각 두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 원과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구 대표는 법원의 약식명령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취임전 이사회와 맺은 조건부 사임에 따라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KT새노조는 “KT이사회는 SEC의 결정과 법원 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경영진 견제에 나서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말뿐인 스튜어드쉽 코드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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