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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값만큼 오른 배달비, '공시제'로 잡을 수 있을까

치킨·떡볶이 대상 서울서 시범 실시…라이더 부족한 상황이라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2022.02.23(Wed) 14:45:55

[비즈한국] 외식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배달비 공시제를 통해 배달비 인상을 막아보겠다고 나섰지만 업계와 소비자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다. 

 

서울 서초구 일대에 배달대행 오토바이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배달비 공시제’로 배달비 잡는다? 가격 인상 부작용 낳을 수도

 

A 식당의 대표 메뉴인 경양식 돈가스의 가격은 9500원. 배달 주문서를 작성하니 배달료 7000원이 추가됐다. B 샐러드 가게는 6900원에 판매 중인 샐러드를 주문하면 배달료 6000원이 추가된다. 대학생 박 아무개 씨는 “집 앞 순댓국집에서 순댓국을 배달시키려고 했는데 배달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순댓국은 8000원인데 배달료가 5000원이다. 결국 귀찮았지만 포장해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배달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급격히 상승한 배달 수수료는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배달시장이 급격히 커졌고, 자영업자들이 배달비 부담에 음식값을 올리면서 외식물가 상승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아파트 주민, 대학 기숙사 학생들이 함께 배달을 시키는 오픈 채팅 등이 활성화되고, 배달 공구 전문 앱까지 등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억대 연봉 라이더’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자 소비자들의 배달료 거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배달비 논란이 지속되자 이제는 정부까지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3개 배달앱별 배달비를 조사해 공개하는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배달비 비교 공개 품목은 치킨과 떡볶이(분식)로 지역은 서울로 한정했다. 추후 품목과 지역은 확대될 예정이다.

 

배달비는 소비자단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해 공개한다. 정부는 배달비 공개를 통해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배달료 인상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가격이 한눈에 보이게 공개되면 배달 플랫폼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에 이미 배달료가 모두 공개돼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또 날씨나 매장 상황 등에 따라 배달료가 변동되는데 월 1회 공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히려 배달비 인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료가 모두 공개됐을 때 업주 사이에서 경쟁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배달비는 업주와 고객이 함께 분담하는 구조다. 배달비가 5000원일 때 업주가 3000원을 부담한다고 결정하면 나머지 2000원은 소비자 배달비로 책정되는 것”이라며 “배달비 공시를 통해 다른 업주들보다 본인이 부담하는 배달료가 많다고 느끼는 점주들은 소비자에게 부담하는 배달료를 인상할 수도 있다. 경쟁이 꼭 가격 인하만 불러일으킨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배달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라이더 수급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라이더 수급 경쟁에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배달비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배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올림픽 특수가 있어서인지 올해 들어 배달 주문량이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한파가 지속된 것도 배달 수요 증가에 한몫했다. 

 

반면에 라이더 수급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통계청의 ‘2021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배달 종사자 수는 42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상반기 37만 1000명보다 14.2% 증가한 수치로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최대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라이더 수급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통상 날씨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배달 성수기로 본다. 배달 주문이 많이 늘어나 라이더가 귀해지는 시기”라며 “덥고 추운 날씨로 라이더도 운행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라이더 숫자가 늘었다고 해도 실제 근무하는 라이더 숫자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공급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배달비 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플랫폼사와 배달대행업체가 라이더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배달비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건 배달 도입 후 필요한 라이더 숫자가 크게 늘면서 배달시장에서 라이더 모시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라이더 확보를 위해서는 타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 수밖에 없다. 결국 기본 배달료 인상이 이어지고 있고, 1만~2만 원의 배달료 얘기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부담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배달대행업체가 1월에 기본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는데, 며칠 전에는 라이더 수급이 어렵다며 거리, 야간할증을 붙여 배달비를 더 올렸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배달비를 올리면 상생이 아니라 결국 다 같이 침몰하게 될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라이더가 일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감한 상황”이라며 “봄, 가을에는 배달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활동하는 라이더 숫자는 많아진다. 3월 이후 라이더 수급이 안정화되면 배달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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