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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한국 법무부 장관이 베를린 스타트업에 간 까닭은?

한국과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 교류 현장에 동행하다

2022.01.17(Mon) 19:00:14

[비즈한국] 지난 1월 8일부터 15일까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베를린을 다녀갔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방문하러 ​하노버에 ​간 것을 제외하면 전 일정이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근 문화·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한국과 스타트업에서 가장 핫한 베를린이 만나는 흥미로운 자리였다. 

 

한국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창업지원 법무 플랫폼’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스타트업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므로, 이들을 법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근 법무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이 스타트업의 메카 베를린의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것은 앞으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좋은 마중물이 되었다.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베를린을 다녀갔다. 스타트업을 법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베를린의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서다. 사진=법무부 제공

 

#베를린의 한국계 스타트업 ‘이지쿡아시아’와 ‘노타’

 

현재 베를린에는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10여 개 있다. 최근에는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가 주축이 되어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포럼이 만들어졌다. 이 포럼을 통해 매달 정보를 교류하고 베를린 창업 생태계에서 겪는 고충을 나누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 가운데 이지쿡아시아는 2019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아시아 음식 밀키트 스타트업이다. 이번에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지쿡아시아를 방문해 한국과 독일의 창업 지원 시스템의 차이, 해외시장에서 유망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어려움을 들었다. 이민철 이지쿡아시아 대표는 베를린에서 MBA 과정을 하면서 창업 아이디어를 키웠다. 이후 베를린, 독일, 유럽 단위의 많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창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


베를린의 아시아 밀키트 스타트업 ‘이지쿡아시아’를 방문한 박범계 장관과 이유리 CPO(왼쪽), 이민철 CEO(맨 오른쪽). 사진=법무부

 

베를린 스타트업 공유 공간이자 액셀러레이터인 베타하우스에서는 한국에서 독일로 진출한 스타트업 노타(Nota AI)의 ‘베를린 진출기’를 들었다. 노타는 2015년 카이스트 학내 창업으로 시작한 AI 스타트업이다. 초기 네이버의 투자를 받은 후 2020년 삼성과 LG에서 동시에 투자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2021년 시리즈 B 투자까지 잘 마쳐 275억 원 규모의 누적 투자금액을 달성하면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AI 모델 경량화’를 주 무기로 유럽에 진출한 노타는 앞으로 유럽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계획을 갖고 인재 영입 등에 힘쓰고 있다. 안세리 유럽법인장은 “노타와 나의 인연 또한 베타하우스와 KIC유럽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기관들 덕분”이라며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를린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노타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하는 안세리 노타 유럽법인장. 사진=이은서 제공


안 법인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Daimler)의 혁신 부서 플릿 보드 이노베이션에서 리드 UX 디자이너로 일을 하던 중 독일 대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노타와 인연을 맺었다. 독일 기업의 노하우가 한국의 역동적인 스타트업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게 될지 무척 기대되는 대목이다.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 뒷받침하는 베타하우스, 엔팍트, 베를린시 

 

이후 박 장관은 베타하우스에서 베를린의 스타트업 관계자 및 창업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독일은 스타트업에 우수한 인프라와 다양한 법적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유럽에서도 창업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독일 안에서 베를린은 창업 생태계 규모가 가장 큰 도시다.

 

베를린에는 다양한 공유 오피스가 있다. 공유 오피스에서는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베타하우스(BetaHaus)는 이 공유 오피스 중에서도 시조새 격인 곳이다. 

 

6명의 학생이 2009년 창업 정신을 가진 예술가, 프리랜서, 창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베타하우스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오갈 때 여권을 검사하던 체크포인트 찰리 옆에 있다. 통일된 독일이 이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이 나뉘어진 경계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베타하우스. 사진=betahaus.com


독일 함부르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도 베타하우스 지점이 있다. 또 코펜하겐에서 도쿄까지 전 세계 22개 도시에 파트너 공간이 있어 베타하우스의 멤버라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베타하우스는 서울시, 창업진흥원 등과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어 한국과도 매우 가까운 관계다. 베타하우스 대표 막시밀리안 폰 데어 아헤의 안내로 공간 투어가 진행됐다. 

 

엔팍트 대표 얀 라헨마이어는 자체 개발한 스타트업 친화 지수(SFI, Startup Friendliness Index)를 통해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엔팍트는 저개발국과 신흥 개발도상국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베를린시에서 설립한 비영리 기구다. 주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의 스타트업과 그 생태계를 직접 지원한다. 

 

SFI에 따르면 베를린은 스타트업 허브로서 매우 훌륭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전체 100점을 기준으로 스타트업 밋업 그룹 부문에서 85.4점, 정부지원금 부문에서 91.4점을 얻어 타 도시에 비해 네트워크와 지원금이 월등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를린 스타트업 친화 지수를 발표하는 엔팍트의 수장 얀 라헨마이어. 사진=이은서 제공


특히 엔팍트는 법률 전문가와 베를린시 산하 경제개발공사인 베를린 파트너(Berlin Partner)를 통해 많은 스타트업이 법적 문제에 도움을 받는 사례를 소개해 한국 법무부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후 베를린시 경제·에너지·비지니스부의 스타트업 담당관 노어베르트 헤어만이 스타트업을 위한 베를린시의 다양한 사업을 소개하며 베를린이 어떻게 스타트업을 통해 미래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특히 베를린 신공항이 문을 열기 전 오랜 시간 국제공항으로 큰 역할을 했던 테겔공항이 ‘미래의 장소(Zukunftsort)’가 되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베를린시는 총 11곳에 ‘미래의 장소’를 선정해 과학비즈니스 혁신센터를 운영한다. 앞으로 다양한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사업할 수 있도록 베를린시에서 유치사업을 펼칠 것임을 발표했다.

 

이어서 베를린시 경제·에너지·비지니스부의 국제협력 담당관 라이너 자이어는 20여 년 동안 이어온 아시아와 베를린의 관계에 대해 소개하고, 매년 활발하게 진행된 아시아베를린(AsiaBerlin) 서밋에서 한국의 활동을 독려했다. 앞으로 아시아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투자자 클럽을 결성할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했다. 

 

베를린시의 스타트업 관련 정책을 설명하는 노어베르트 헤어만. 사진=이은서 제공


두 사람의 발표를 듣던 옆자리 한국인의 질문이 새삼 새로웠다. “저 두 분이 그러니까 시 공무원인 거죠?” 라이너 자이더는 베를린시에서만 20년 이상을 일했고 대부분의 기간에 아시아와의 관계 구축 업무를 맡았다. 노어베르트 헤어만은 스타트업, 국제 협력 기관, 대학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고 베를린시에서 ‘스타트업’ 업무를 맡은 지 5년이 되어간다. 

 

순환보직제도로 공무원들이 1~2년 만에 업무가 바뀌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장기적인 계획은 고사하고 전문성도 쌓기 힘들다. 국제 협력과 같이 ‘관계’가 중요한 영역이라면 더더욱 좋은 사업을 이끌어가기 어렵다. 노어베르트는 참석자들에게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주면 좋을까요?”라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전통산업 기반이 없던 베를린을 ‘스타트업’ 도시로 브랜딩하고 전 세계 투자자들과 인재들이 모여 도시를 역동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관’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끈질기게 열정을 쏟아부은 ‘international’과 ‘startup’이라는 키워드가 베를린을 어떻게 바꿨는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였던 베를린은 이제 ‘가난’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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