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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대기업 vs 공기업' LX 이름의 주인은 누가 될까

영문 두 글자는 원칙적으로 식별력 부정…사업 영역 겹치는 LG하우시스도 변수

2021.04.06(Tue) 10:25:13

[비즈한국] 지식재산권은 상표·특허·​디자인 같은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4차 산업의 부상으로 중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식재산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 혹은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한다.

 

‘LX’ 상표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구본준 고문의 신설 지주회사가 새 사명을 LX로 예정하자, 이에 영문명이 LX로 일치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상표권 침해 등을 이유로 사명 금지가처분 신청 등의 강력한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LG 측은 지난 3월 2일부터 3월 11일에 이르기까지 LX, LX 글로벌, LX 하우시스, LX 세미콘, LX 엠엠에이, LX 판토스 등 107건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러한 상표출원 상황을 볼 때 신설지주회사는 LX 홀딩스 그리고 지주회사의 계열사로 LX 글로벌(현 LG 상사), LX 하우시스, LX 세미콘(현 실리콘웍스), LX 엠엠에이, LX 판토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07건 모두에 우선심사를 신청한 상태로서, 대기업이 흔히 취하는 전방위적인 상표출원 및 빠른 권리확보 전략이다.

 

작년에도 주식회사 한국테크놀로지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간의 이름 분쟁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결국 상호를 포기하고 한국앤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이 사례에서는 주식회사 한국테크놀로지의 상호가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었다고 판단되었고 양 회사의 상호가 ‘한국테크놀로지’를 포함함으로써 서로 매우 유사했다. 게다가 사업영역도 꽤 겹치기 때문에 상법상의 부정한 목적에 의한 상호사용금지 및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의한 표장 사용 금지가 주요했다. 

 

이 분쟁에서는 LX를 제외한 상호가 크게 상이한 점, LX의 상호가 널리 인식되었다고 판단되기 어려운 점, LX 하우시스 사업 일부만이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사업영역과 겹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이 어려울 수 있어, 한국테크놀로지 사례와 결이 다른 상표법 위주의 전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벳 두 글자​는 원칙적으로 식별력 부정…인지도 따라 등록 여부 결정

 

한국국토정보공사와 LG의 이름 분쟁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가 출처로서 기능하는지 여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와 LG 간의 사업영역에 교집합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두 글자의 영문 이니셜은 원칙적으로 식별력이 부정돼 상표등록이 불허된다. 다만 인지도가 현저하게 높다고 판단될 경우 등록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LG에서 계열분리되는 그룹 LX 로고와 LX한국국토정보공사 로고. 사진=특허정보사이트 키프리스

 

우선 상표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어 알파벳 두 글자 만의 상표는 간단하고 흔한 표장이라고 하여 식별력을 부정한다. 즉 영어 알파벳 두 글자는 자신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하는 능력이 없고, 누구나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표 등록을 불허한다. SK, LG, GS, CJ, KT 등도 원칙적으로는 상표등록 받을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출원된 LG 측의 모든 LX 상표에 로고가 결합되어 있다. 로고를 통한 상표권을 우선 확보하고 이후 사용하면서 LX의 식별력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식별력이 없는 표장도 등록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유명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즉,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해당 상표가 유명해지고 일반 수요자가 해당 상표를 특정인의 출처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상표 등록도 가능하고 독점도 가능해진다. 

 

LX의 경우는 어떨까. 만약 공공기관인 LX가 SK, LG, GS, CJ, KT 등과 같이 저명하게 알려진 정도에 해당된다면, 우선 상표 등록이 가능한 것은 자명하다. 저명한 공공기관의 명칭이 되기 때문에 사업 영역 무관하게 타인의 상표등록을 배제할 수 있고(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3호), 나아가 저명한 명칭의 타인의 사용 또한 금지될 수 있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및 다목). 즉 LX 상표가 저명하다면 LG 측의 모든 LX 상표 출원이 거절될 것이며 LG 측의 상표 사용 또한 제한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LX의 인지도는 SK, LG, GS, CJ, KT의 인지도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꽤 부족해 보인다. 따라서 LX의 상표적 효력이 한국국토정보공사와 무관한 영역까지 확장되기는 어렵다. 다만 2014년 상표법 개정에 의하여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의 조건이 종래 “현저하게 인식되는 경우”에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경우”로 완화되었고,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알려졌다면 해당 분야에 한하여 상표등록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 또한 2012년 대한지적공사(2015년 한국국토정보공사로 바뀜) 시절부터 LX가 포함된 상표를 등록하여 관리해 오고 있으며, 공공기관으로서 지적측량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면서 LX를 알려온 점 등을 고려해보면, LX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사업 영역인 측량업, 도시계획업, 지리정보제공업 등에 관하여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도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사업 영역에서의 LX의 독점이 가능해 보인다.

 

#인지도 확대 대기업에 유리…한국국토정보공사가 빠르게 대처해야

 

결국 LG 측의 사업 영역 중 한국국토정보공사의 해당 사업 분야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영역에 한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 LG 측의 상표 중 LX 하우시스가 건축업, 건설업 등을 영위하고 있고, 건축업, 건설업 등이 측량업, 도시계획업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종이라고 판단된다면 LX 하우시스의 상표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의 상표권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실제 상표권 침해 소송이 진행된다면, LG 측에서는 LX의 자체의 식별력이 부족하다는 주장 및 사업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게 될 것이고, 한국국토정보공사 측에서는 반대로 LX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 및 사업 영역의 연관성을 주장하게 될 것이다. 입증의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LX 자체의 식별력과 양 사업의 상관성 모두 인정된다면, LX 하우시스의 상표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상표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LG는 건설업 등에 대하여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일정 로열티를 지불하고 LX의 상표를 사용하거나 또는 건설업 등에 대하여 LX의 상표를 포기해야 한다. 

 

한편 시간은 공기업인 한국국토정보공사보다 대기업인 LG 편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광고홍보력을 고려해보면 LG 측의 LX 인지도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고, 이 경우 일반 수요자에게 빠르게 LX의 표장을 신설 지주회사인 LX의 표장으로 인식시킬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 경우에 따라서 LX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상표와 LX 하우시스의 상표가 공존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름 분쟁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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