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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의 유령 '암흑물질'을 찾는 새로운 방법

미세한 진자들의 떨림으로 암흑물질의 정체를 찾으려는 천문학자 고스트버스터즈

2020.11.02(Mon) 10:47:09

[비즈한국] ‘고스트 버스터즈’는 유령을 전문적으로 퇴치하는 일명 유령 청소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다. 이 드라마에서는 유령을 탐지하고 포획하는 트랩부터 유령을 빨아들이는 청소기까지 인상적인 장비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때 이 영화의 장비와 복장은 할로윈 코스튬으로 인기였다. 

 

천문학자들 역시 고스트 버스터즈처럼 유령을 쫓고 있다. 수십 년째 아직 흔적조차 찾지 못한 가장 지독한 유령, 바로 우주의 암흑물질이다. 그런데 최근 물리학자들이 암흑물질을 생포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암흑물질의 사냥 장비는 어떤 모습일까? 과연 우리는 이 유령을 잡을 수 있을까? 

 

귀신 잡는 해병? 아니 귀신 잡는 천문학자들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이란 유령을 어떻게 쫓고 있을까? 유령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유령의 흔적을 발견하다 

 

우주는 밝게 빛나는 별과 가스 구름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는 별과 가스는 우주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게 빛으로 그 흔적을 남기는 일반 물질, 바리온(baryon)은 우주 전체의 4퍼센트일 뿐이다. 우주 대부분은 빛과는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하다. 우리가 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존재는 우주 전체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암흑물질은 말 그대로 빛이나 다른 일반 물질과는 아무런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 빛을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빛, 즉 전자기파를 감지하는 기존의 관측 방식으로는 암흑물질을 확인할 길이 없다. 기존의 망원경으로는 잡을 수 없는 진정한 우주의 유령이라고 볼 수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비율. 일반 물질 바리온은 극히 일부인 4퍼센트 남짓에 불과하다. 그 나머지 대부분은 아직 정체조차 알지 못하는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이미지=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하지만 암흑물질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바로 암흑물질의 중력이다. 사실 천문학자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암흑물질이란 존재를 추정하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이 중력 덕분이었다. 1930년대 초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는 앞서 에드윈 허블이 관측했던 머리털자리 은하단 속 은하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그런데 츠비키는 은하들의 움직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은하들이 은하단의 중력을 진작 벗어나 탈출했어야 할 정도로 너무 빠르게 은하단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츠비키는 이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서, 은하단이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더 육중한 질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빛을 내지 않는 어떤 미지의 질량이 추가로 은하단에 더 들어있어서 은하단이 보기보다 더 강한 중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만, 그 빠르게 돌아다니는 은하들을 계속 붙잡을 수 있었다. 

 

츠비키가 처음으로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발견했던 머리털자리 은하단. 은하단 속 밝게 빛나는 은하들뿐 아니라 은하와 은하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숨어 있는 암흑물질들이 은하단의 질량을 육중하게 차지하고 있다. 사진=NASA/JPL-Caltech/L. Jenkins(GSFC)

 

이후 1970년대 또 다른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은 은하단에 이어 그보다 더 작은 개개의 은하 규모에서도 미지의 질량의 흔적을 발견했다. 루빈은 은하 속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했다. 그런데 앞서 츠비키가 은하단에서 발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은하 속 별들의 움직임도 너무 빠르게 돌고 있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은하 속 별들 대부분이 강한 중력에 의해 은하 중심부에 몰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하 중심부의 별들은 훨씬 강한 중력으로 붙잡힌 채 빠르게 궤도를 돌지만, 별들의 밀도가 낮은 은하 외곽으로 갈수록 중력이 약해지면서 궤도를 도는 속도도 느려져야 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루빈이 실제로 관측한 은하 속 별들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았다. 은하 외곽의 별들도 안쪽 별들 못지않게 아주 빠른 속도로 은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서, 루빈도 은하 속에 빛을 내지 않는 미지의 물질이 추가로 들어있어야 한다고 추정했다. 그리고 그 물질을 보이지 않는 물질(Invisible matter)라고 부르기도 했다. 

 

암흑물질에 의한 은하 외곽 별들의 빠른 움직임을 표현한 영상. 암흑물질을 몰랐던 과거에 예상했던 은하의 움직임은 안쪽이 바깥쪽보다 더 빠르게 도는 모습이었다. 마치 태양계에서 태양에 바짝 붙어 있는 안쪽 행성은 빠르게 돌지만, 바깥에 멀리 떨어진 행성은 느리게 도는 것과 같다. 이러한 궤도 움직임을 케플러리안 모션(Keplerian mot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흑물질이 은하 외곽까지 넓게 퍼져서 외곽의 별들도 강한 중력으로 붙잡혀 빠르게 돌고 있다. 영상=CAASTRO/Swinburne Astronomy Productions

 

이후 이 미지의 물질은, 앞서 츠비키가 명명했던 암흑물질이란 이름이 더 널리 알려지면서 암흑물질(Dark matter)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은하들은 그 전체 질량의 대부분인 80퍼센트 가까이가 모두 암흑물질로 채워져 있다. 눈으로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밝은 별과 가스는 사실 은하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은하의 진짜 질량을 재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별과 가스 구름뿐 아니라, 그 사이 암흑 속에 숨어 있는 내장 지방, 바로 암흑물질까지 모두 더해주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은하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실제보다 훨씬 더 가벼운 척을 하고 있는 ‘마른 비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암흑물질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까지 많은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이 실제 물질로서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말 암흑물질이 존재하는지, 또 그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이론적으로 제시된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분명 은하와 은하단의 모습을 보면 그 안에 유령이 어질러 놓은 흔적이 보이지만, 그 유령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니 애초에 유령이 있기는 한 건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가상의 입자로 윔프(WIMP)가 있다. 윔프는 그냥 말 그대로,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이란 뜻으로, 실제로 그 존재가 확인되지는 않은 이론적인 가상의 입자다. 그런데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 가상의 윔프가 아주 드물게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 감마선과 같은 전자기파로 그 흔적을 남길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바로 이 감마선을 포착할 수 있다면, 암흑물질이 윔프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암흑물질 입자의 후보로 거론되는 윔프가 다른 일반 입자와 상호작용을 아주 드물게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암흑물질의 흔적을 쫓기 위해서 디자인한 거대한 검출기의 모습. 뉴트리노를 검출한 물탱크 형태의 검출기와 유사한 개념이다. 사진=LUX-ZEPLIN(LZ) COLLABORATION/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실제로 질량이 거의 0에 가까워서,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투명한 입자라고도 불렸던 뉴트리노도 결국 끈질긴 기다림 끝에 그 흔적이 포착된 것과 같이 암흑물질도 결국 그 꼬리가 잡힐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암흑물질이 포착된 적은 없다. 암흑물질이 그물에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강태공들의 낚싯바늘에는 아직 입질이 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런 기존의 암흑물질 사냥 방식에 근본적인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빛을 거의 방출하지도 흡수하지도 않는 암흑물질을 찾는 데 빛을 감지하는 센서와 검출기를 활용한다는 것이 헛수고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암흑물질은 결국 빛이 아닌 중력으로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진자들의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암흑물질 자객 

 

그렇다면 암흑물질 입자의 미미한 중력의 흔적을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일부 물리학자들은 아주 작은 초소형 진자들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작은 추가 매달린 초소형 진자 곁에 암흑물질 입자가 우연히 지나간다면, 그 암흑물질이 가하는 미미한 중력에 의해서 진자는 미세하게 떨릴 수 있다. 

 

물론 진자는 암흑물질뿐 아니라 바람이나 진동, 또 다른 일반 물질의 중력과 전자기력에 의해서도 떨릴 수 있다. 그래서 진자를 하나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수십억 개의 작은 진자들을 설치하는 일종의 진자 어레이(array)를 제안한다. 약 10미터 크기 안에 수십억 개의 미세한 진자들을 쫙 설치해놓으면, 주변 환경에 의한 크고 작은 노이즈 효과는 서로 상쇄되어서 암흑물질에 의한 효과만 감지할 수 있다.

 

새롭게 제안된 진자 어레이를 활용한 암흑물질 입자의 사냥 장치. 입체적으로 배열된 진자들의 움직임을 통해 그 사이 공간을 지나가는 암흑물질 입자에 의한 중력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미지=NIST


이렇게 사방에 깔린 진자들 사이로 암흑물질 입자가 지나가면, 순서대로 일제히 떨리는 진자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아무런 빛도 검출되지 않았지만 분명 그 사이로 미미한 질량의 어떤 물질이 지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무협 영화에서 갈대 수풀 속에서 들리는 미세한 바람 소리를 통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자객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말 그대로 미세하게 떨리는 진자 갈대밭 속을 지나가는 암흑물질 자객을 찾겠다는 흥미로운 계획이다. 

 

#암흑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아라 

 

이런 미세한 진자들의 떨림은 각 진자를 조준하는 레이저 장비를 활용해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미 중력파를 검출한 LIGO 검출기 속 광학 장비들의 미세한 움직임도 이런 레이저 장비를 활용한 것이다. 이미 활용하고 있는 상용화된 기술인 만큼, 이번에 제안된 진자를 활용한 암흑물질 사냥 장비 역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기대할 수 있다. 

 

암흑물질이 정말 물질로서 존재하느냐에 대한 현대 천문학이 마주한 이 도전에 대해 과연 인류는 실험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까? 사실 암흑물질의 정체를 추적하는 것이 아직 어려운 이유는,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의 최소 질량 단위를 아예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파악한 입자들의 표준 모형에 포함되는 기존에 알고 있는 입자인지, 아니면 표준 모형에 포함되지 않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입자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일단 암흑물질이 얼마나 무거운지부터 알아야 한다. 

 

과연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그 질량은 얼마나 무거울까? 빅뱅 직후부터 우주에 존재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 태초의 물질, 암흑물질의 기원을 파악해야만 우리는 우주 진화의 빈 칸을 마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우주는 바로 이 수수께끼의 보이지 않는 손, 암흑물질을 통해 빚어졌다. 이미지=KIPAC/SLAC


이번에 제안된 이 새로운 진자 어레이 아이디어는 바로 이 암흑물질 입자의 기본 질량 단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금 알갱이, 모래알보다 더 가벼운 아주 미미한 질량의 존재도 감지할 수 있다. 벼룩의 알 수준으로 가벼운 약 20마이크로그램, 거의 플랑크 질량 수준의 미미한 질량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이번에 제안된 실험으로도 유의미한 진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암흑물질이 어떤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더 증폭될 수 있다. 또는 암흑물질이 기존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가벼운 입자로 구성되어있다는 의심도 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의 최소 질량 단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암흑물질은 정말 우주에 존재하고 있을까? 아니면 암흑물질의 흔적이라고 생각했던 은하단과 은하들의 이상한 움직임은 모두 우리의 착각이었을까? 과연 우리는 진자 어레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매순간 지구를 관통하고 있는 암흑물질 소나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까? 암흑물질이란 유령을 쫓는 우주 고스트 버스터즈의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고

https://journals.aps.org/prd/abstract/10.1103/PhysRevD.102.072003https://www.nature.com/articles/nphys4039?proof=trueMay%252F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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