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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형 그린뉴딜엔 '그린'이 없다

10일 국회 토론회에 여야의원 북적…"탄소중립 목표 빠진 채 일자리에만 초점" 지적

2020.06.11(Thu) 15:30:43

[비즈한국] ‘그린뉴딜’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그린뉴딜에서 ‘그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에 핵심인 ‘넷제로(탄소중립·Net Zero)’ 목표가 빠져 그린뉴딜의 방향에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 넷제로는 탄소 감축 및 흡수 활동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상쇄해 실질적인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그린뉴딜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의 정책이다. 뉴딜은 1930년 미국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 위기 타파를 위해 추진한 대규모 공공사업이며, 그린뉴딜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그린뉴딜을 디지털뉴딜과 함께 한국형 뉴딜의 핵심축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책으로 새롭게 내놓은 정책이다.

 

‘그린뉴딜’이 새로운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그린뉴딜에서 ‘그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화상으로 기조연설을 한 제러미 리프킨. 사진=이종현 기자


그린뉴딜을 둘러싼 높은 관심도를 증명하듯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국회의원이 참석해 자리를 채웠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조정식 정책위원장 등 20여 명의 의원들이 토론회를 찾았다. 정부 쪽에선 조명래 환경부 장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참석했다. ‘소유의 종말’, ‘수소혁명’, ‘글로벌 그린뉴딜’의 저자이자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의 이사장인 세계적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화상으로 기조연설을 했고, 태양광·​풍력·​산업 등 각 분야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초청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린뉴딜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제러미 리프킨 이사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팬데믹을 경험하게 될 거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지 못하면 홍수·​가뭄·​산불·​허리케인 등 기후 재앙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한국은 통신과 교통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그린뉴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기후 위기 극복과 제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다수 나왔다. 코로나19와 같은 기후변화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데, 기후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고용 안정성을 꾀하자는 말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통계청 ‘2020년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소득불균형 수준을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분기 5.18보다 0.23배 포인트(p) 증가한 5.41배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양대 축으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부도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2022년까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전환’과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사업에 12조 9000억 원을 투입해 13만 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공공임대주택 등 리모델링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100대 유망기업 육성 △​아파트 500만 호 스마트전력망 구축 등의 방법을 통해 그린뉴딜 관련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그린뉴딜에 ‘그린’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정작 중요한 탄소 감축이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야기는 빠졌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논의되는 그린뉴딜에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가령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유럽그린딜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사회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미국 민주당이 지난해 2월 제출한 그린뉴딜 결의안에도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오래전부터 탈탄소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유럽 국가들은 2030~2050년에 100%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을 달성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2050년 넷제로 목표가 빠진 것은 그린뉴딜의 방향과 정책 디자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지언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현재 논의되는 그린뉴딜은 방향·규모·​속도에 대한 정의 없이 모든 ‘친환경’ 일자리 창출형 사업 과제 발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등 여러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러나 앞으로 정부가 기후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진일보한 그린뉴딜 정책 구체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그린뉴딜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현재 여기저기서 탈탄소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의당은 2050년 탈탄소를 명시한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한 그린뉴딜 특별법’을 마련해 28일 공청회를 열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시작 이후 그린뉴딜기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일에는 219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부에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요구했다. 

 

산업계도 이를 염두에 두고 미래를 구상하는 분위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대웅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실장은 “친환경차 시장은 초기 단계고 불확실성이 크다.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 지원과 인프라 확대가 필수”라며 “유럽에서는 자동차산업계에 향후 2년간 200억 유로의 클린자동차 구매 기금을 운용하고, 2025년까지 200만 대의 전기·수소차 공공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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