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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6] 이정인-버려진 나무를 물고기로 되살리다

2020.05.26(Tue) 09:59:35

[비즈한국] 당연하게 여겨왔던 평범한 일상사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그 소소함의 가치가 우리 삶의 전부라는 깨달음은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에 미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초심은 평범하지만 솔직함의 가치를 찾아가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 미술의 중심으로 보듬는 일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아름다움을 주는 미술의 구축이 그것이다. 처음의 생각을 더 새롭고 확고하게 펼치기 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2019오색물고기065C: 122×76.3cm 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 2019


역사의 거대한 흐름은 의외로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미술사의 방향을 바꿨거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혁명적 미술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하찮은 것으로부터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동력은 작가의 엉뚱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생각이다. 한 개인의 생각이 시대의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게 환경이다. 

 

창조적인 생각이 발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난다는 것은 예술가에게는 행운이다. 새로운 예술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개인의 창작력이 예술로 성장하는 데는 환경이 중요하다. 

 

잡魚: 지름 80cm 유목, 아크릴, 먹 2012


물고기 작가로 알려진 이정인도 선택한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예술을 창출한 경우다. 그는 인생의 굴곡에서 독자적 예술 세계를 만들었기에 더욱 특별하다. 삶의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꾼 인간 승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잘나가던 일러스트 작가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희귀난치병이 그를 현대미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해주었다.  

 

“사람 없는 곳이면 어디든 좋은 거 같았어요. 깨끗한 공기와 물이 있는 곳, 소음 없는 강원도 산골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건강을 회복하게 됐고, 생계를 위해 우연히 시작한 목수의 길이 버려진 나무를 이용한 새로운 예술을 만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힘든 일로 전원생활을 택했지만, 결국엔 좋은 방향이 됐지요. 그 힘든 시간을 작품 속에 녹이고 자연에서 느끼는 긍정의 힘을 작품에 담고 있거든요. 고통의 시간을 이기기 위해 자연으로 왔고, 자연 덕에 치유할 수 있었어요.”

 

이정인은 폐목을 물고기로 만든다. 한때는 배 혹은 집이나 가구의 일부분으로 긴요한 역할을 했다가 기능을 다해 버려진 나무. 모서리가 부서져 나가고 커다란 못이 박혀 있거나 햇빛에 허옇게 바래버린 나무 조각들.

 

20-F007: 60.2×72.2cm 장지에 호두나무 조각, 아크릴 2020

 

 

그는 이런 나무 조각의 형태를 활용해 물고기를 그린다. 또렷한 눈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금빛 비늘까지 새겨 넣어 싱싱한 생명력을 뽐내는 물고기로 살려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정인의 나무 물고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처음 버려진 나무를 보았을 땐 단순한 재료에 불과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무가 제게 말을 걸어왔어요. ‘난 일생 동안 보고 들은 것, 겪은 걸 모두 내 속에 품고 있어.’ 전 그걸 에너지로 느꼈고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그의 나무 물고기는 나무가 품고 있는 자연 생명의 이력서 같은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정인의 작품에서는 강한 에너지가 뿜어 나온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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