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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지만…' 항공업계 구조조정 뒷말 나오는 까닭

급여 삭감·무급 휴직·직원 감축 등 코로나19 틈타 '직원에게 피해 전가' 의심

2020.04.08(Wed) 14:59:20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항공업계의 비상 경영이 장기화 체제에 접어들었다. 기업들은 임직원 급여 삭감을 비롯해 항공사나 지상 조업사 대부분이 유급·무급 휴직 체제로 고정 비용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직원 축소 계획을 발표한 업체들도 있다. 직원들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 같은 조치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를 틈타 회사의 피해를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의심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사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국내 항공사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먼저 직원 축소 계획을 발표한 항공사는 이스타항공이다. 이스타항공은 당초 직원 700명을 줄일 계획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운영이 정상화될 경우를 고려해 노사 간 협의로 감축 인원을 300여 명으로 조정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희망퇴직 접수 계획이나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스타항공은 1~2월 직원들의 월급에서 공제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던 사실이 6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스타항공은 2월 40% 삭감된 월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했고, 3월엔 전 직원 휴업을 선언한 상황에서 대규모 감원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니라 회사 매각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공지가 나가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일부러 감춘 건 아니다. 직원들의 2월 월급이 40%가 삭감되는 과정이었다. 월급이 어떻게 지급되는지에 대한 명세서를 보고 실제 납부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 변호사는 “월급 명세서가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실제 사측이 납부한 내역과는 다를 수 있다. 다만 추후 국세청에 신고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 조업사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활주로에서 비행기의 짐을 하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급 휴직 중인 타 업체 직원들도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무급 휴직 동의서를 받는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협력업체인 케이에이(KA) 주식회사는 무급 휴가 강요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진정서와 고소장을 접수한 진정인을 먼저 조사한 후, KA 관계자를 만날 계획이다. 

 

지상 조업사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들도 자사의 무급 휴가 동의 과정에 불만을 품고 있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 A 씨는 “동기들이 무급 휴가 동의서를 작성할 때 상사들이 ‘다들 동의서에 서명하는데, 너만 동의 안 하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거지’라고 말했다더라”라며 “농담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동기들은 불편한 마음으로 동의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관계자는 “일부 매니저가 직원에게 저렇게 말했다면 그건 잘못됐다고 본다. 아직 보고받은 게 없어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무급 휴가 동의서는 철저히 직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무급 휴가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도 줄 일이 없을 만큼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명했다. 

 

들쭉날쭉한 회사 스케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항공업계 직원들은 일정 기간마다 짜지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지만, 코로나19로 여객기·화물기 운항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려운 실정이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관계자는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3월까지만 해도 5월 3일에 비행기가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가 코로나19로 그 계획을 2개월 더 미뤘다. 반대로 갑자기 들어오는 비행기도 종종 있다. 항공사 사정이 다르다 보니 날마다 예측이 어렵다. 직원들의 스케줄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변경되는 스케줄에 휴직 중인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 A 씨는 “하루 전 갑자기 익일 출근을 지시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매니저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출근 통보를 받고 다음 날 회사에 갔더니 다른 매니저가 ‘왜 출근했냐’며 귀가하라고 하더라. ‘출근해서 4~5시간만 일하고 가라’며 정직원을 파트타이머처럼 쓰기도 한다. 아무리 무급 휴가 동의서에 ‘휴가 기간 중 회사 정상화 시 출근 통보를 할 수 있다’라는 조건이 담겨 있어도 스케줄 변경이 너무 잦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항공업계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틈타 직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샤프에비에이션케이 홈페이지 캡처


유급 휴가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IDT는 4~6월까지 직원들에게 7일씩 유급 휴가를 부여한다. 직원들의 월급은 10.5% 삭감될 예정이다. 스위스포트코리아도 4월 한 달간 1일 근무, 4일 유급 휴가 체제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근무 일수는 직원마다 차이가 있으며, 지상 조업사는 고용노동부 특례에서 제외돼 직원들은 유급 휴가 시 통상 임금의 70%만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도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한 지상 조업사 관계자는 “스위스포트코리아의 경우 시뮬레이션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당사 관계자도 5월에도 유급 휴직 체제를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위스포트코리아 관계자도 이를 암시하듯 “코로나19로 향후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급 휴가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말씀드릴 게 없다”고 짧게 말했다. 

 

실제로 샤프에비에이션케이는 4월 유급 휴직 계획을 철회했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관계자는 “급여 책정 기준인 통상 임금에는 초과 수당이 포함된다. 지상 조업사는 초과 수당 비중이 상당하다. 우리는 월급의 45%가 초과 수당일 정도다. 유급 휴가로 인건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직원들의 수가 많아 이를 감당할 재원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염려했다.

 

그러나 샤프에비에이션 직원 A 씨는 “직원들이 어려운 시기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직업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무급 휴직 서명을 받아낼 때는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그만둬야 한다는 뉘앙스로 직원들을 설득해놓고, 유급 휴직은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계획을 번복하는 게 속상할 뿐이다. 어려운 사정을 핑계로 직원들에게 고통을 감수하라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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