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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의 사이, 불법음란물 거래 잡는 '텔레그램 자경단' 등장

보안 허점 이용, 거래자 최소 50명 이상 개인정보 게시…"위법 소지 있지만 현실에 경종"

2019.12.06(Fri) 19:08:02

[비즈한국] “이 방에 박제된 인원은 모두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범법자들입니다. 우리는 사회 정의를 위해 힘쓰는 텔레그램 자경단입니다.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소지하거나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자 이 방에 박제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보안점검을 하고 다닙시다. 작은 불씨도 다시 봅시다. 이 방은 텔레그램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도 있습니다. 이 방의 주인공은 당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보는 환영입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등 불법음란물을 거래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사람을 추적해 공표하는 ‘텔레그램 자경단’이 등장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위키피디아커먼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등 불법음란물을 거래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사람을 추적해 공표하는 ‘텔레그램 자경단’이 등장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불법음란물 거래를 시도하는 사람의 이름, 나이, 거주지, 사진 등 개인 정보를 모아 텔레그램 대화방에 게시한다.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이용하는 불법음란물 거래자가 정작 거래당사자 간 개인정보를 쉽게 노출하는 점을 이용했다. 윗글은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 상단에 고정된 공지문이다. 

 

자신을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남성으로 소개한 A 씨는 올 7월 말 텔레그램 대화방 ‘주홍글씨’를 개설했다. 텔레그램으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거래를 시도하는 사람의 신상정보를 게시하려는 목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상은 불법촬영물이나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하는 ‘딥페이크’​ 음란물 거래(시도)자 등으로 확대됐다. 

 

A 씨에 따르면 주홍글씨에는 지금까지 최소 50명 이상의 인적사항과 거래 시도 당시 메신저 대화 캡처본이 게시됐다. 인적사항에는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는 물론 개인 SNS 게시물 등도 포함됐다. ​현재 이 대화방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만 2067개에 달한다. 당초 소수였던 대화방 참여자는 6일 현재 약 3000명으로 기존 A 씨 혼자였던 운영진은 10명으로 늘었다. 대화방에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권한은 운영진에게만 주어졌다.

 

불법음란물의 판매자 또는 구매자로 가장해 함정을 파는 게 주홍글씨 운영진의 주된 추적 방법이다.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이용하는 불법음란물 판매​·구매자가 정작 거래당사자끼리 쉽게​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점을 이용했다. 텔레그램 상 불법음란물 거래자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등 불법음란물의 반대급부로 현금, 가상화폐는 물론 신분증이나 연락처, 나체사진 등을 요구·지불하기도 한다.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SNS 게시물 등 2차 정보를 수집해 게시하는 게 일반적인 운영방식이다.

 

방장 A 씨는 “어떤 금전적인 대가도 받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운영진의 정체는 서로 모르지만, 실제 불법음란물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한 사람은 추후 운영진 자격을 박탈한다. 보통 텔레그램에서 불법음란물을 거래하는 사람은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하지만 일단(판매자나 구매자에게) 접근해 친해져서 정보를 캐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종의 화전양면 전술”이라며 “방법상 좋은 일이 아니고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만 운영진의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추적 결과를 게시만 하고 있다. 통상 3개월이 지나면 로그 기록이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처럼 피의자를 특정하지 않으면 절대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이 우리처럼 그런 노력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등 불법음란물을 거래하거나 이를 시도하는 사람을 추적해 공표하는 ‘텔레그램 자경단’이 등장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민간이 텔레그램 불법음란물 거래(시도)를 단속하는 하는 것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텔레그램은 누구나 가입해 이용할 수 있지만 서버가 국외에 있어 경찰이 추적하기 쉽지 않다. 텔레그램 활용에 능한 민간의 도움을 빌어 범죄자 색출과 처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미수에 그친 사람과 범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유포한 행위가 또다른 위법 행위를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주홍글씨를 기획한 사람이 대단한 선인이라거나 이들이 하는 행위가 온전히 치하할 일이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텔레그램 상에서 피해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하는 사람이 음지에서 노출되지 않는 암울한 현실을 돌이켰을 때 불법음란물 거래자에게 견제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메신저나 SNS에서 벌어지는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가 더딘 상태에서 실제 처벌할 수 있는 함정을 만들어낸  것은 결과적으로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움직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권한이 없는 개인이 정보를 수집해서 게시하는 행위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범죄자의 인권도 보호돼야 하지만 젠더 이슈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권리가 앞서는 측면도 있다. 운영 목적을 고려해 이 텔레그램 대화방의 운영진 10명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에는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따라 음란물을 유포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배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검찰에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로 접수된 사건은 2237건으로 전년 대비 97건 늘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으로 접수된 사건은 991건으로 전년 대비 351건 증가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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