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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사 갈등 격화, '리도카인'이 뭐길래

침술 과정서 고통 줄이기 위해 암암리 사용…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 충돌 도화선

2019.08.22(Thu) 15:25:30

[비즈한국] 국소마취제이자 부정맥 치료제인 ‘리도카인’을 두고 한의사와 의사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리도카인과 같은 전문의약품은 의사와 치과의사만 처방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한의원에서도 리도카인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사들은 극구 반대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 한의사한테 리도카인 판매한 제약업체 의협이 고발

 

이번 갈등은 지난 8일 수원지방검찰청이 한의사에게 리도카인을 판매한 제약업체를 고발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사건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2017년 경기도 오산에서 한의사가 환자에게 리도카인을 주사로 투여해 환자가 결국 사망한 사건을 두고 의협이 제약업체를 의료법 위반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해당 처분을 검찰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며 향후 전문의약품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한의원에서 전문의약품 처방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방치료과정 중 고통을 수반하는 약침 시술을 할 때 한의사들은 리도카인 크림을 바르거나 리도카인액을 약침에 주입해 사용하는 식으로 암암리에 사용해왔다.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행위가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의사들은 리도카인을 비롯한 일부 전문의약품과 응급의약품에 한해 한의사들의 처방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도카인액과 크림 제형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한의사들은 일부 전문의약품에 한해서라도 한의사들이 처방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모든 전문의약품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아니다. 조율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한방의료 행위를 할 때 보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나 위급 상황 발생 시 사용하는 응급의약품은 한의사들도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의사들의 이러한 주장을 두고 의사 측은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20일 의협은 기자회견을 열고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는 이미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돼 법원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 원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며 “대한의사협회는 현 시간 이후 일체 배려 없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라고 반발했다.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도 “전문의약품 사용은 의사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의정부시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인 한 한의사는 “봉침 시술은 효과가 상당히 좋지만 부작용도 분명하다. 그런데 마황의 주성분인 에페드린을 투여해 교감신경을 자극해주면 부작용이 덜하다”며 “리도카인도 마찬가지다. 마취하고 시술을 받으면 훨씬 덜 아픈데 지금은 환자가 고통을 그냥 참거나 한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리도카인을 처방한다. 더 좋은 치료 방법이 있는데도 환자가 사용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 “위험 예방 대책 없어 당장 사용 정당화 주장도 무리”

 

당장 한의사들의 리도카인 처방을 합법화하기에는 준비가 덜 돼 있는 점도 문제다. 최성철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양방 기관에서도 리도카인 때문에 환자가 수술 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관련 교육이 현대의학보다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한의원에서 리도카인 부작용과 관련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그래서 당장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문의약품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을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의사와 의사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 환자의 권익이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사진=이종현 기자


뚜렷한 타협점 없이 한의사와 의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 환자의 권익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의원에서 전문의약품 처방을 무조건 막자니 환자가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암암리에 처방이 늘어나면 안전장치도 없는 가운데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지난 21일 원칙적인 입장만 밝힌 가운데 중재에 나설 의지도, 계획도 없어 보인다.

 

논란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애매한 법 조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약사법 23조에는 의사와 치과의사만 전문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약사 처방과 약사 조제라는 의약분업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은 막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와 한의사가 이권 다툼을 멈추고 국민의 건강을 우선으로 두고 올바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성철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한의사와 의사는 각자 입장을 떠나 해법을 모색하고, 정부 역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에 놓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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