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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손해사정 자회사 세무조사, 일감몰아주기 규제 예고편?

대형보험사, 자회사 업무위탁 86%…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 "업계 특성도 모르고" 반발

2017.12.28(Thu) 21:13:17

[비즈한국] 국세청이 현대해상의 손해사정 자회사인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에 대한 세무조사를 최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해상 측은 4년 만에 자회사에 실시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하지만 이번 세무조사는 일감 몰아주기에 규제 의지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손해사정 자회사에 대한 정부의 첫 액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주목된다.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사진=현대해상 공식 블로그


손해사정 자회사는 보험사고 발생 시 모기업 보험사의 위탁을 받아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할 적정보험금을 산출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사정은 지출되는 보험금 문제와 직결된다. 손해사정 자회사들이 모회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탓에, 공정한 손해사정에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대부분 100% 지분을 소유한 손해사정 자회사를 두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구을)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빅3’(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와 4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옛 동부)화재·KB손해보험) 등 국내 7개 대형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업무의 86.2%를 손해사정 자회사에 위탁했다.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은 현대해상의 자회사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의 경우 2016년 기준 모회사를 통한 매출 의존도는 전체 매출의 99.2%에 달했다. 현대해상의 다른 손해사정 자회사인 현대하이카손해사정도 현대해상 매출 의존도가 96.9%에 달하고 나머지 3.1% 매출 역시 다른 계열사로부터 발생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당사뿐만 아니라 다른 손해보험사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다”며 “보험사들이 무조건 자회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지는 않는다. 보험계약자가 자회사 손해사정 외에 다른 손해사정인의 손해사정을 원할 경우에는 제공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라고 해명했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등 2개의 손해사정 자회사를 두었다. 2016년 기준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의 삼성화재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86.7%에 달했고,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은 매출 전부를 모회사에 의존했다. DB화재는 DB자동차보험·DBCAS·DBCNS 등 4개 손해사정 자회사가 있는데, 이 가운데 유일하게 감사보고서에서 모회사를 통한 매출 의존도를 확인할 수 있는 DBCNS자동차손해사정의 경우 97.3%에 달했다. KB손해보험 자회사 KB손해사정의 모회사 매출 의존도는 99.2%였다.

 

정치권은 대형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불공정거래로 비판해왔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쇄도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2017년 5월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자사에 유리하게 강요하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비례대표)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때 일반 보험계약자에게도 손해사정서를 제출해 보험금 산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병두 의원은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려 했지만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에 앞서 간담회 등을 개최했는데 업계와 이견을 좁힐 수 없었다. 현재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정을 보험업법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 방안을 금융위원회 등과 논의하고 있다.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일련의 규제 움직임에 긴장하면서도 업계의 특성을 모르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반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는 언제 어디서라도 발생할 수 있으며, 보험사 자회사를 제외하면 전국에 네트워크를 가진 손해사정법인이 드물다”라며 “검증되지 않은 곳에서 손해사정을 할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보험사들이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보험사가 동일 시스템에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온 손해사정 자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를 통해 이익을 향유하는 경우가 문제로, 모(母)보험사로 경영 성과가 귀속되는 손해사정 자회사와는 다르다”며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 업무 위탁 비율을 ​무리하게 ​규제하면 오히려 특정 손해사정법인으로 일감이 편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손해사정 자회사를 통한 경쟁을 제한해온 탓에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박탈당했고 독립 손해사정법인은 생존권을 위협받아왔다”며 “공정하고 다양한 손해사정 시장을 위해 현재와 같은 시장 모순은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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