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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께 현대차 북한공장 추진 비화 '금지된 고백' 들어보니

대북라인 실무담당 정진태 전 총경리 책에서 공개…북한 아태 통해 비공식 추진, 돌연 무산

2017.10.27(Fri) 17:52:55

[비즈한국] 정진태 전 현대차그룹 중국 지주회사 총경리가 최근 출판한 자신의 책 ‘금지된 고백’에서 지난 2000년께 현대자동차가 북한 내 자동차공장 설립을 추진했던 비화를 털어놨다. 현대자동차 대북라인 실무를 담당했던 정 전 총경리의 회고에는 3차에 걸친 현대가 ‘왕자의 난’​과 남북정상회담 등이 얽히고설킨 뒷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서문에서 “정주영 명예회장이 미래 먹거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남북경제협력사업 중, 자동차 부문 협력 사업을 큰아들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추진한 한 사람으로서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자 책을 썼다”며 “향후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이 다시 논의될 때 참고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15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 주최 송별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책에서 정 전 총경리는 2001년 4월 ‘한겨레’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방북 추진 특종 이후 돌연 무산된 현대차 대북사업의 시작과 끝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당시 현대차 측은 “현대차그룹은 대북사업은 물론 북측 조문 사절단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정몽구 회장의 방북을 추진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총경리의 서술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의 후계자 경쟁을 위해 북한 내 자동차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애 마지막 사업으로 남북경제 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정 명예회장이 전 재산의 10%를 대북사업에 투자하고 이 사업의 주도권을 쥐는 사람이 후계자로 지명될 것’이라는 그룹 안팎의 소문 때문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비즈한국 DB


정몽구 회장은 당시 정몽헌 회장의 눈을 피하며 비공식 라인을 통해 북한 아태(조선아세아태평양위원회) 간부들과 북한 내 자동차 조립공장의 설립을 추진했다. 

 

정 전 총경리가 공개한 ‘현대차그룹 북한 내 자동차 조립공장 설립 의향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북한 내 자동차 생산 공장 설립 △현대/기아 수출용 차량의 북한 내 조립 생산 및 제3국 수출 △북한 고유 모델 승용차 개발 지원 △부품 및 완성차 수송에 따른 물류비용 최소화를 위한 개성 봉동-파주 문산 간 미연결 구간 20Km 연결해 철도 수송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정몽구 회장은 이를 위한 물밑작업으로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동생인 대중가수 로저 클린턴의 평양공연 개최를 이뤄냈으며, 남북정상회담 시 자동차 사업에 대한 논의가 나오지 않도록 아태 북경 대표 등에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쥔 정몽헌 회장이 대북사업을 이용해 자동차 경영권을 쟁탈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3차에 걸친 왕자의 난 끝에 2000년 6월 28일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그룹 역계열 분리를 발표하며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001년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사망한 뒤 북측은 조문 사절단을 파견했고, 이에 정몽구 회장 측은 답례단 방북을 결정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한겨레’의 정몽구 회장 방북 보도로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급락하자 방북 및 대북사업 추진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권고사직한 정 전 총경리는 책에서 대북라인 실무를 맡던 당시 친분을 유지한 아태 간부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상사였던 ‘H 고문’에 대한 석연찮음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 공장 설립이 무산된 이후, 아태 평양 측에서 보낸 편지를 H 고문에게 전했으나 이후 정 회장으로부터 답변이 없었던 것은 중간에서 보고를 묵살했거나 왜곡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책의 말미에서 정 전 총경리는 “이 책을 쓰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혹 보고되지 않은 일들로 인해 MK(정몽구) 회장이 괜한 오해를 받는 것 아닐까 하여 늑장 보고로 알리고자 하는 데 있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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