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사이언스] 맥주, 과학과 법 사이에서

주류 통신판매 안 되는데 전통주는 되고…휴, 일단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

2017.07.21(Fri) 16:13:10

[비즈한국] 힘들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간 저녁에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편한 자세로 앉아, 배달된 치킨과 함께 마시는 맥주 한 잔.

 

요즘처럼 더위가 심한 날이면 그 상쾌함이 더할 것 같은 상상이다. 이렇게 집에서뿐만 아니라 야구장, 강변의 공원, 퇴근길의 술자리 등 어느 곳에서나 인기 있는 술은 맥주다. 한국인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가량 술을 많이 마시는데 그중 60% 가까이 차지하는 것이 맥주인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맥주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대중적인 술이다.​

 


1516년 독일에서 공포된 ‘맥주순수령’이라는 법령에서 규정하기를 맥주를 만들 때에는 물, 홉, 보리만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의 주세법에서 정의하는 맥주는 엿기름(밀엿기름 포함), 홉(hop) 및 물을 원료로 발효한 것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에 더해 몇 가지 재료를 더하거나 혼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여기서 엿기름은 한자로 맥아(麥芽)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리의 싹을 내어 말린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흔히 식혜나 고추장 등을 만들 때 사용한다. 

 

엿기름은 그 안에 있는 효소(아밀레이스 amylase)가 곡물의 녹말을 분해하는 것을 도와 단 맛이 나는 단당류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홉은 삼과의 식물로, 그 꽃을 맥주의 원료로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특정 박테리아의 생장을 막는 성분이 들어 있고 맥주의 향과 맛을 낸다. ‘맥주순수령’이 홉을 포함시킨 것은 단순히 맥주의 제조법만을 정한 것만이 아니라 맥주의 변질을 막기 위해 몸에 나쁜 재료를 방부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맥주순수령’은 세계 최초의 식품안전법인 것이다.​

 

맥아(왼쪽)와 홉.


맥아의 효소로 녹말이 단당류로 바뀌는 것과 첨가물로서의 홉만이 원료라면 맛이 독특한 보리식혜와 다를 것이 없다. 당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 이로부터 알코올을 만들 수 있는 원료, 즉 효모(이스트 yeast)가 없는 것이다. 그럼 ‘맥주순수령’에서 효모가 빠진 이유는? 당시에는 효모라는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효모는 균류의 미생물로서,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분을 먹고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만들면서 부산물로 알코올을 만들어낸다(발효). 이때 이산화탄소도 만들어내는데 술이 익을 때 기포가 발생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술통을 계속해서 사용하면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가 다음 술을 만들 때 사용되므로 예전에는 그 존재를 모른 채로 사용했던 것이다(새 술통이라면? 효모가 생겨서 발효될 때까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뭔가 신령스러운 효과에 의해 술이 빚어진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효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7세기 말의 레이우엔훅(Anton van Leeuwenhoek)이다. 발견이란 말에 의문 부호를 붙인 이유는 레이우엔훅이 자신이 발명한 현미경으로 맥주에서 효모를 최초로 관찰하여 보고를 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

 

효모는 균류의 미생물로서,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분을 먹고 호흡을 하여 에너지를 만들면서 부산물로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정확한 메커니즘을 이해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효모라는 미생물이 알코올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파스퇴르(Louis Pasteur)에 의해서 밝혀졌다. ‘맥주순수령’으로부터 대략 400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만약 지금 새로 ‘맥주순수령’을 만든다면 효모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법이라는 것이 과학이나 사회의 변화 발전에 조금은(?), 그리고 당연하게도 뒤늦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주류의 통신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치킨을 배달시키면서 페트병에 담긴 생맥주를 함께 주문하는 것도 안 된다. 완제품 맥주는 음식인 치킨에 부수하여 배달 판매할 수 있지만, 생맥주를 페트병에 소분하여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음식에 부수하여 판매’하는 경우를 판단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전통주의 경우에는 그 보호와 육성을 위해서 온라인 판매는 합법이며 이번 달부터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업체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뭐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온라인 판매라는 새 술을 어떤 내용의 법들이 새 부대가 되어 담을지 고민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고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뭐, 날도 더운데 일단 맥주 한 잔 하고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2030현자타임] 장애인 이동권 없으면 '포용도시'도 없다
· 명품백보다 김밥…일상 속 프리미엄이 뜬다
· 'LG 아니었어?' 중국 에어컨은 어떻게 세계 1위가 됐을까
· [사이언스] 해리 포터 때문에… 올빼미 수난시대
· [사이언스] 소행성과 인류의 탄생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