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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장애인 이동권 없으면 '포용도시'도 없다

노동·교육의 권리 박탈돼…서울에 살지만 서울에서 배제된 사람들

2017.07.21(Fri) 14:32:30

[비즈한국] 서울은 대도시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거주하고 시내 곳곳에 버스와 지하철이 있어 대중교통만으로 시내 이동이 가능하다. 5만 5000원짜리 지하철 정기권을 끊으면 서울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 

 

2016년 도시 국제경쟁력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6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글로벌 회계컨설팅 네트워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의 지속가능성 및 자연환경 평가에서는 유수의 대도시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그냥 대도시가 아니다. 눈부신 한강의 기적 위에 세워진,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대중교통과 자연환경을 가진, 대한민국 모두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최고의 도시다.

 

이토록 열린 도시에 살 권리가 없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시내버스에 탈 권리가 없고, 강동구에서 강남구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권리가 없다. 이동하지 못하는 삶은 자유로운 시민의 삶이 아니다. 이 점에서 그들의 삶은 자유롭지 못하고, 서울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살 권리가 박탈된 사람들이다. 바로 이동권 약자인 장애인과 노인들이다. 

 

서울의 건물과 인도 그리고 대중교통과 도로는 모두 건강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어졌다. 다리를 다치거나 휠체어에 타는 순간 우리의 이동권은 박탈된다.​


서울의 건물과 인도 그리고 대중교통과 도로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어졌다. 다리를 다치거나 휠체어에 타는 순간 이동권은 박탈된다. 계단의 경사는 너무 높고, 문은 너무 좁다. 휠체어를 위한 시설은 없다. 2015년 기준, 전국의 버스 5대 중 1대만이 휠체어의 출입이 가능한 저상버스였다. 

 

서울과 시외를 연결해주는 시외버스와 서울과 경기도를 연결해주는 광역버스는 휠체어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특별시와 광역버스는 버스 중의 절반을, 시와 군은 최소 3분의 1을 저상버스로 운영해야 하나 지켜지지 않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노인과 장애인은 눈물을 머금고 비싼 가격의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지하철은 어떨까. 버스에 비해 문도 널찍하고, 공간도 넓으니 사용하기 쉽지 않을까. 지하철 역시 이동권 약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서울 지하철 역사 열 군데 중 한 군데가 휠체어를 통한 진입이 불가능했다. 지하철의 출구 대부분이 계단으로 되어있거나 엘리베이터와 기타 보조 시설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장기적으로 출구에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보조 시설을 설치하고 지하철 출구의 폭을 넓히겠다고는 하지만 나중보다 지금이 중요하다.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슬로건이 허망하게 들린다. 그들의 ‘여러분’에 이동권 약자들은 없었다. 

 

매일 걷는 인도 역시 이동권 약자들에게 냉혹하다. 2015년 접수된 국민신문고의 장애인 이동 관련 민원 4건 중 1건이 장애인 이동을 위한 인도 위 안내시설 정비 요청이었다. 점자블록을 설치하고, 음향 신호기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었다. 높은 경사로와 인도를 개보수해달라는 민원도 10건 중 1건 꼴이었다. 

 

강남과 종로 등 주요 시내 거점을 제외하면, 한국의 인도는 그리 좋지 않다. 땅이 좁아 인도도 좁고, 산지가 많아 비탈지다.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과 간판 등이 휠체어의 이동을 막는다. 보기 좋으라고 설치된 가로수 역시 장애물일 뿐이다. 

 

장애인 및 교통 약자를 위한 이동권은 접근권의 일부다.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동등하고, 자유로운 보행을 하며 교통시설 및 기타 공공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다. 목발을 짚든, 휠체어를 타든,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한 이동권을 누려야만 한다.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은 현대사회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다. 이동권이 박탈당한 시민은 노동과 교육에서도 피해를 본다. 자유로운 이동은 모든 사회 활동의 중추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많은 법이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무가 아니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독일 등은 장애인 교통서비스 혹은 공공서비스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용 리프트와 같은 보조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버스와 기차 등을 예매할 때, 장애인이 어떻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따로 첨부한다. 한국은 과연 어떠한가. 

 

2016년 10월, UN은 ‘주거 및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관한 유엔회의’에서 빈민과 약자를 위한 도시인 ‘포용도시’라는 의제를 던졌다.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은 물론이요, 도시에 사는 어떠한 시민도 도시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서 배제가 되어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서울시 역시 포용도시라는 의제에 발맞춰 새로운 정책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동권부터 챙기자. 시민의 기본인 이동권마저 보장해주지 못하는 도시에서 어떠한 지속가능한 개발이 가능하겠는가.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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