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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기성용의 10년처럼 대표팀도 단단해질 수 있을까

졸전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풍경

2017.03.30(Thu) 15:20:01

[비즈한국] 지난 28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시리아를 상대로 월드컵 티켓을 잡기 위한 운명의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23일 중국 대표팀에게 졸전 끝에 패하면서 2위자리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시리아에게마저 패하면 앞으로 남은 일정인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경우의 수’를 따질 수도 있다. 

 

홈팀 응원석은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아시아 최대의 축구 전용시설인 경기장답게 사람이 참 많았다. 역시 경기볼 때는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셔야한다. 경기 보기 전 1층에 위치한 홈플러스로 향했다. 베네수엘라에 온 듯했다. 냉장고에 맥주를 채워놓기도 전에 서로 가져가고 있었다. 치킨을 사는 줄은 100m쯤 늘어서 있었다. 맥주만 겨우 품에 넣고 뛰쳐나왔다.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섰건만 통제인원 한 명밖에 없어 입장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었다. 조금 빨리 온 덕분에 다행히 경기 시작 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못 들어가서 골이 터지고 사람들이 항의하자 그제서야 티켓 확인도 없이 급하게 입장했다고 한다. 최 아무개 씨(28)는 “7시 20분에 도착했는데 8시 10분에 들어갔다. 골 장면을 놓쳤다. 지는 경기를 본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는 잔디 상태와 함께 축구협회의 경기운영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 같았다.

 

3만 명이 넘게 찾은 경기장은 원정석이나 2층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앞 쪽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온 것 같았다. 

 

경기 중간 서로 엉켜 넘어진 두 선수는 약 30초간 앉아 있다 결국 심판이 끝내 봐주지 않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경기가 시작됐다. 시작한지 4분 만에 홍정호가 골을 넣었다. 꼭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쉽게 가기 시작했다. ‘역으로 가네요’란 야구계 명언이 그대로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관중들은 환호했고 모두 중국전을 잊을 만큼 대승으로 향하는 줄 알았다.

 

‘역으로 가네요’는 역시 명언이었다. 기대와는 다른 전개가 또 다시 펼쳐졌다. 한 대 맞은 시리아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시종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특히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방향 전환을 하다가 넘어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시리아가 신을 내기 시작하면서 앞에 앉아 있는 중학생들은 분통이 터지는지 한국 대표팀이 약간의 좋은 찬스만 내면 스탠딩 응원으로 전환했다. 참다가 직접 ‘일어나면 뒤에서 안 보인다. 앉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부탁 받은 학생이 그 앞줄이 일어날 때마다 안 보인다고 소리를 질렀고 그 앞줄이 바로 앞줄을 진압했다. 

 

중학생과 달리 대표팀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시리아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4분에 넣은 골 이외에는 좋은 찬스를 잡지 못했다. 한국팀은 공을 잡기만하면 빼앗기거나 패스미스가 자주 연출됐다. 기대했던 손흥민은 영국에서 날아왔기 때문인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1골 우위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졸전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1골이 없었다면 시리아가 승점 3점을 챙겼을지도 모른다. 

 

옆 자리에 앉은 50대 아저씨도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빨리 패스하라고!”, “아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떡해” 등의 소리를 질렀다. ‘정말 더럽게 못하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후반전 정규시간이 끝나고 추가시간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시리아가 짜임새 있는 공격 전개를 통해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고 슈팅까지 했다.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기막힌 행운이 아니었다면 90분간 보여준 경기력의 마지막 변명마저 없어질 뻔했다. 

 

시리아를 상대로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던 한국 대표팀.


그 슈팅을 보는 순간 ‘감독 교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리아는 우즈베키스탄, 이란 등 아시아 강호와 달리 월드컵은 나가본 적도 없는 약체다. 약체 팀을 홈으로 불러들여 이 정도 졸전을 치르고 있다면 월드컵에 나가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

 

지난 2007년 당시 올림픽 대표팀 막내인 기성용 선수가 우즈베키스탄 전이 끝나고 자신의 미니홈피 대문에 올린 글이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졸전을 치른 대표팀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에 대한 원색적인 답변이었다.

 

10년이 지났다. 어느새 막내인 기성용은 주장이 됐다. 역시 10년 전과 비슷하게 대표팀은 졸전을 치렀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기성용은 한국 대표팀 선수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축구팬들의 비난도 기성용은 “밖에서는 감독님의 전술 문제를 탓하는데 내가 봤을 땐 전적으로 선수들 문제”라며 어른스럽게 답변했다. 10년이 지난 뒤 대표팀은 기성용처럼 성숙할 수 있을까.​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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