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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남경필 지사의 모병제 주장에 반대한다

2016.09.06(Tue) 11:01:46

인류 전체의 역사를 스토리로 쓴다면, 그 스토리의 필기구는 무기와 전쟁일 것입니다. 밀덕텔링에서는 국내외 국방 이슈, 최신 무기 개발 동향,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같은 밀리터리 이슈 전반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군사전문가인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의 글을 통해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밀리터리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알기 쉽게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김두관 의원에 이어, 여권의 유력 정치인인 남경필 도지사가 모병제 화두를 다시 꺼냈다. 남경필 지사의 모병제 내용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9급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받는 30만 명의 모병제 병사로 대체하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연간 4조 원 이상의 비용보다 병력 감축으로 생기는 절약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남경필 지사의 모병제 주장에 반대한다.

   
▲ 모병제 대표국가인 미국 군인들의 훈련 모습. 

현대 사회에서 모병제로 정상 병력 수급을 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여건 중 2개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인구 대비 필요한 병력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경우다. 중국이 바로 이에 해당하며 15억 인구 중 230만 명이 군인인데, 인구비례로 따지자면 한국이 8만 명의 병력을 수급하는 것과 같다.

둘째, 근본적으로 군대가 10만 명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다. 집단방위체제에 종속되고, 국경과 영해를 맞대는 주변국들과 군사적 긴장관계에 속하지 않아, 국가 이익을 위한 해외파병이 군의 주요 임무가 되는 유럽의 중소국가들이 그 예이다.

셋쩨, 군인의 경제적 처우와 사회적인 지위가 매우 높을 경우다. 해방군 경력으로 쉽게 전역 후 일자리를 차지하고 꽌시(인맥)를 얻는 중국과, 참전용사들을 모든 국민이 극진히 대우하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미국이 그렇다.

넷째, 모병 대상자들인 청년 실업률이 높고 대학 등록금 등으로 빚을 지기 쉬울 경우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입대 지원자들은 대학교 모병관을 통해 군 입대 신청을 하며, 일반 서민이 감당하기 힘든 주택 대출이나 학자금 대출의 부담이 입대의 주요 요소라는 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불행하게도 네 가지 경우 중 그 어떤 조건도 충족하고 있지 않다.

현실을 봐야 한다. 모병제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은 모집해야 할 인원이 많지 않거나, 모병 대상자들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군대라는 최고의 3D 업종에 종사해야 할 정도의 압박을 받아야 한다. 특히 경제적 조건이 문제다.

천만 다행히도(?) 대한민국의 경제는 현재 가라앉는 중이고, 청년 실업도 정점을 찍어 역사상 최고의 스펙을 가진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지지 못해 ‘헬조선’이라 자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제가 계속 어려워질 것이니 모병제 병력 수급이 쉬울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명확하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절벽을 겪은 일본은 우리보다 3배나 인구가 많지만, 30만 명의 자위관을 수급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젊은이들이 너무 줄어드니 산업계에서 신입사원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라, 버블시대 이후로 청년 취업률이 최고 수준을 찍었기 때문이다.

자위관의 대우가 나쁜 것도 아니다. 공무원에 준하는 임금과 대우를 받는, 남경필 지사가 거론한 ‘월급 200만원 받는 9급 공무원 대우’ 이상으로 보수를 주는 데도 그렇다. 안타깝게도, 인구 절벽으로 인한 청년층 감소는 모병제의 장애물이다.

   
▲ 미군 모병소의 모습. 사진=미 육군 홈페이지

군사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한국군은 인구에 비해 과도한 상비군을 가지고 있고, 그중 지상군의 비율이 특히 높은 나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대규모 지상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상비군의 규모를 50만 명 이하로 줄이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북한이 민주화되어, 남북간 교류가 활발하여 10년 이상 평화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상비군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둘째, 그게 아니면, 북한이 핵무기 보유에만 집착하여 모든 재래식 군사력을 감축한 다음,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 경우에도 더 이상 대규모 병력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상황이 될 경우 남북간의 전쟁은 탱크와 비행기가 아닌 지도자들의 버튼에 의해서 시작되고, 전략 핵무기 3~4발로 한반도 전체가 30분 내 멸망하게 될 테니까.

두 가지 상황 전부 비현실적인 것은 누가 봐도 알 것이다.

필자가 상상해낼 수 있는 병력 30만으로 한국을 방어하는 유일한 방법은 휴전선의 전진방어 개념을 포기하고, 일산이 북한군 손에 떨어지든 말든 기갑 사단과 기계화 사단만 남기고 철책에 우리 병사들을 아무도 살게 하지 않는 것뿐이다. 한강 이북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전쟁 나면 국가가 당신의 목숨을 책임질 수 없다고 계약서를 들이미는 것이 앞서 제시한 상황보다는 그나마 할 만한 일이다.

더 문제인 점은, 모병제 전환과 월급 인상이 군 인권의 절대적이고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도 비싼 월급 주고 왕따와 괴롭힘이 만연하듯, 안타깝지만 월급을 많이 받고 대우가 좋은 군대도 군 의문사 사건과 가혹행위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2014년 8월 자위대 가혹행위 유출사건이 그것이다. 공무원 대우를 받는 직업군인들인 육상자위대 병사들이, 글로는 차마 옮기기 힘든 참혹한 가혹행위를 하는 사진이 공개되었고, 내무 부조리로 인한 자살사건도 심각하다. 가혹행위에 지쳐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공격헬기에 불을 지른 자위관도 있었다.

남경필 지사의 모병제 의도에는 선한 이유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준 개인사를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내건 이슈라는 점에서는 박수를 칠 만하다. 안타깝지만, 모병제를 하면 누군가는 군대를 가지 않겠지만, 군대를 가는 누군가에게는 모병제로 만든 군대는 최악의 직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자. 모병제로 인한 극심한 병력부족은 우리의 안보에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모병제로 바꿔도 내무 부조리, 성고문, 왕따, 폭행이 있는 군대가 될 수도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징병제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노력과 관심으로 군의 아픈 부분인 내무 부조리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고, 징병제 안에서도 우리 군인들의 대우를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징병제는 유지하자. 하지만 내무 부조리 해결에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우리 대신 징병된 군인들의 대우를 높이자. 모병제로 좋은 직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은,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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