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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 비싸서 못 받는다? '혼합진료 금지' 반대 주장 따져보니

온라인서 "의료 민영화 포석" 주장 일파만파…전문가 "지나친 비급여행위 제한, 민간보험 오히려 축소될 것"

2024.02.29(Thu) 17:37:46

[비즈한국]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혼합진료 금지’를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계는 “저수가 체계에서 힘들게 버텨왔던 1, 2차 의료기관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혼합진료 금지가 의료 민영화로 가기 위한 첫 단계라는 말까지 퍼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혼합진료 금지와 관련한 여러 쟁점을 정리하고, 소문의 진위를 따져봤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급여·비급여 동시 진료로 건강보험 부담 가중

 

혼합진료란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함께 진료하는 행위를 말한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도수치료를 받거나, 백내장 수술 시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실손보험으로 환자의 비용 부담이 줄면서 비급여 과잉 진료가 발생한다고 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도수치료의 89.4%, 백내장 수술의 100%가 혼합진료로 이뤄진다. 구체적인 혼합진료 금지 항목은 상반기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전문가 자문기구인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정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혼합진료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640억 원에 달한다. 환자의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 7129억 원에서 계속 증가해 2021년 30조 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32조 3213억 원까지 늘었다. 비급여 시장이 팽창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했고, 필수의료 인력 이탈이 가속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에 따르면 의원 기준 비급여율 순위가 높은 재활의학과, 안과, 정형외과는 의사임금 순위도 상위권이다.

 

반면 의료계는 환자의 선택권 제약과 1, 2차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 등을 주장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급여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혼합진료 금지는 이를 사실상 봉쇄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혼합진료 시 급여 항목도 건강보험 수가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과잉 진료가 아닌 환자의 선호, 혹은 필요에 따른 진료임에도 혼합진료라는 이유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다 보니 결국 급여 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1, 2차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개원의들은 혼합진료 금지로 급여 진료를 하는 환자가 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비급여 진료는 비용을 의사가 정할 수 있다보니 주 수입원이 된다. 하지만 과잉 진료를 하거나 법망을 피하는 진료를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수입 감소로 인한 1, 2차 의료기관의 폐업이 이어지면서 의료시스템 붕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의료비 억제 효과가 미흡한 반면 비급여 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과도한 의료 쇼핑을 막겠다는 취지이나, 결국 비급여 항목이 포함된 보험 상품 가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 역시 보험 시장만 커지고 의료비 지출은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비급여 진료만 하는 곳이 많아지는 등 의료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급여항목서 수면내시경·무통주사 빠진다?​ “가짜 뉴스”

 

이 같은 주장은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 의료계 관계자는 “5억 하던 (의사) 연간 수입이 4억 정도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의사의 수입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혼합진료 금지로 수입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병원의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의료비 지출 억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도 “수입이 감소할 것을 걱정하면서 의료비 지출 억제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 방침 발표 직후 온라인에서는 의료 민영화를 위한 절차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혼합진료 금지로 민간보험 시장이 커지면 국민건강보험이 축소되고, 결국 건강보험 가입자를 모든 의료기관이 ​진료하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는 등 의료서비스가 점차 산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의대 의료정책대응 TF가 “앞으로는 내시경을 수면으로 받길 희망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무통주사 역시 비급여 항목으로 수술까지 비급여로 비싸게 받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적은 글이 퍼졌다. 블라인드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이 의료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퍼졌고, 보험사 주가까지 오르면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런 주장이 사실일까. 우선 수면 내시경 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짜 뉴스다. 정부는 혼합진료 금지 항목으로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언급한 허용 사례로는 감기 몸살로 약 처방과 함께 비급여인 링거를 맞는 경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물리치료만 받고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받는 경우, 치과 시술 시 비급여인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면적으로 혼합진료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의료적 관점에서 적절성을 넘어서는 지나친 비급여 행위만을 대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보장성이 부족해 아직 급여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진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라면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수치료도 그 자체로는 과잉진료라고 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하루 두 번씩 받는 등 필요성을 넘어서는 경우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민영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사와 보험업계는 큰돈을 벌 수 있는데 의사들이 왜 정책에 반대하겠나. 단지 의대 증원 반대를 국민 감정에 호소하려고 하다 보니 논리적이지 못한 말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정부 발표를 살펴보면 혼합진료 금지는 의료 민영화와 거리가 멀다. 건강보험으로 반드시 필요한 치료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다. 건강보험으로 최대한 많은 항목을 다루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민간보험 시장이 축소되는 경우는 있어도 더 활성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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