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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이 외계생명체 신호를 발견했다'는 뉴스보다 중요한 것

'바다 행성' 가능성과 생명 신호 찾을 방법론 실천 가능해졌다는 게 의미 있어

2023.10.30(Mon) 11:22:49

[비즈한국] 최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또 한 번 큰 화제가 되었다. “제임스 웹이 외계생명체의 신호를 발견했다”는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 잘못된 이야기다. 이 뉴스들이 인용한 논문은 정작 정반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명 신호를 찾아보려 했으나 명확하게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진짜 결론이다. 워낙 우리를 홀리는 뉴스다보니 이 잘못된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버렸다. 

 

그렇다면 이번 논문의 결과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 요 며칠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바로잡고자 직접 논문 저자와 이메일 인터뷰도 진행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제임스 웹의 외계행성 K2-18b 관측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외계행성 K2-18b의 최근 관측 결과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소개한다.

 

사실 외계행성 K2-18b는 오래전부터 천문학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아온 곳이다. 이 행성은 태양보다 훨씬 미지근한 적색왜성 곁을 맴돌고 있다. 다만 그 궤도는 지구 궤도에 비해 훨씬 작다. 중심 별에서 행성까지 거리는 태양-지구 사이 거리의 16%밖에 안 된다. 그래서 중심 별은 굉장히 어둡지만 행성과의 거리가 가까운 덕분에 행성은 액체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존에 걸쳐 있다.

 

그런데 이 행성이 오랫동안 주목 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행성 표면이 통째로 바다로 뒤덮였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외계행성 K2-18b의 상상도. 사진=NASA, ESA, CSA, Joseph Olmsted(STScI) Science: Nikku Madhusudhan(IoA)

 

이 행성의 추정 질량은 지구 질량의 8.6배 정도다. 지름은 지구의 2.6배 정도다. 즉 지구에 비해 훨씬 밀도가 높다. 질량과 크기를 보면 해왕성, 천왕성보다 살짝 작은 미니 천왕성급의 행성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행성은 아주 밀도 높은 수소로 이루어진 두꺼운 가스 행성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밀도가 아주 높은 단단한 암석 행성이고 그 외곽이 아주 두꺼운 수소 대기권으로 덮여 있는 것도 가능하다. 암석 행성이 아니라면 행성 전체가 물로 채워진 바다 행성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앞선 두 경우와 달리 아주 얇은 수소 대기권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수소 대기권으로 덮인 바다 행성을 천문학자들은 하이션(Hycean) 행성이라고 부른다. 이전까지 관측된 외계행성 K2-18b의 질량과 크기를 설명하는 모델은 이런 세 가지 추측 모두 가능하다. 

 

천문학자들을 가장 매료시킨 것은 마지막의 ‘하이션’ 행성일 가능성이다. 행성 전체가 두꺼운 액체 바다로 덮이라니? 육지가 존재하지 않는 바다만으로 구성된 물의 행성이 정말 가능할까? 이 먼 지구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방법이 있다. 물은 아주 중요한 용매다. 대부분의 화학 성분을 쉽게 녹이는 최고의 용매다. 따라서 두꺼운 액체 물 바다로 행성이 채워져 있다면 대기 중의 다양한 성분이 자연스럽게 물에 녹아들고 다시 또 물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순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그 흔적은 행성의 대기권 화학 조성에도 큰 차이를 만든다. 

 

외계행성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서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한 별빛을 분석할 수 있다. 사진=NASA


만약 액체 바다가 없다면 행성의 대기는 천왕성, 해왕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메테인,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이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얇은 대기권 아래 두꺼운 액체 바다가 있다면 물에 녹아든 메테인 속의 탄소가 따로 떨어져 나와 물속의 산소와 다시 결합하면서 높은 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질 수 있다. 행성의 대기에도 높은 함량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모델을 근거로 천문학자들은 행성 K2-18b의 대기 화학 성분을 자세하게 볼 수 있다면 이곳이 정말 바다 행성인지 결론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제임스 웹이 이 행성을 겨냥한 이유가 이것이다. 외계생명체의 신호를 찾겠다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 이 행성이 정말 바다 세계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는 어떤 결론을 보여주었을까. 외계행성의 대기 성분은 행성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순간 확인할 수 있다. 행성을 감싼 얇은 대기권을 통과한 별빛의 스펙트럼에 별빛의 일부를 흡수한 대기 중 화학 성분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이번 관측에서 천문학자들은 총 두 번의 트랜짓을 관측했다. 2023년 1월 20일 첫 번째 트랜짓에서는 제임스 웹의 분광 장비 NIRSpec으로 스펙트럼을 얻었다. 이후 두 번째 트랜짓 관측은 2023년 6월 1일에 있었다. 이때는 또 다른 분광 장비 NIRISS를 활용했다. 

 

두 번째 트랜짓에서 첫 번째와 달리 NIRISS 장비를 쓴 이유가 있다. 이 장비가 관측하는 적외선 파장의 범위는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하는 근적외선 파장 범위와 살짝 겹친다. 그래서 이 겹치는 파장 범위에서 앞선 허블 관측과 데이터를 비교하면 이번 제임스 웹의 관측 데이터가 제대로 된 결과인지를 더블 체크할 수 있다.

 

이런 꼼꼼한 분석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0.9-5.2μm에 이르는 적외선 파장 범위의 스펙트럼을 얻었다. 그 속에서 메테인과 이산화탄소 성분이 남긴 흔적을 비교적 선명하게 확인했다. 그 결과는 정확히 이 행성이 바다 세계, 즉 하이션 행성일 때 대기권에 존재해야 할 성분들이었다! 어떤 대륙도 존재하지 않고 행성 표면 전체가 찰랑이는 바다로만 구성된 세상이라니. 그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제임스 웹으로 분석한 외계행성 K2-18b의 스펙트럼.

 

이번 논문에서는 메테인과 이산화탄소 외에도 다양한 화학 성분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려고 했다. 바로 여기에서 왜곡 보도들이 시작되었다. 추가로 존재 여부를 확인한 성분 중에 DMS(Dimethyl sulfide), 디메틸설파이드가 있었던 것. 

 

디메틸설파이드는 꽤 흥미로운 성분이다. 지구에서 이 성분을 만드는 기작은 거의 유일하다. 바다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뿐이다. 따라서 디메틸설파이드를 지구 바깥 다른 행성에서도 비슷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생명 활동의 지표, 바이오마커로 쓸 수 있다. 그런 특별한 이유로 인해 이번 논문 저자들도 메테인과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추가로 이 성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쉽다. 이번 관측으로 완성된 스펙트럼을 보면 디메틸설파이드의 신호가 검출될 수 있는 파장 범위에서 스펙트럼이 너무 지저분하다. 하필이면 이 파장 범위가 디메틸설파이드뿐 아니라 온갖 다양한 화학 성분이 모두 신호를 남길 수 있는 범위이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이번 데이터가 디메틸설파이드의 존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없다. 

 

보라색 선이 디메틸설파이드의 신호다. 다른 성분들과 비슷한 파장 범위에서 신호를 방출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이 성분의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앞서 소개한 다른 두 주요 성분 메테인과 이산화탄소의 경우 그 존재 여부는 통계상 5σ(시그마), 3σ 수준의 유의수준을 보인다. 각각 99.999%, 95% 이상으로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디메틸설파이드의 결과는 여기에 훨씬 못 미친다. 보통 과학에서는 유의수준이 5σ을 넘어야 확실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너그럽게 잡아도 3σ는 넘어야 인정한다. 그 이하의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과학의 문법으로 봤을 때 이번 외계행성 K2-18b의 대기권에서 바이오마커 디메틸설파이드가 확인되었다고 말하는 건 틀렸다. 이 부분은 저자에게 이메일로도 확인했다.

 

이번 관측 결과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듯이 워낙 제임스 웹의 관측 퀄리티가 좋다보니 훨씬 좋지 않은 관측 데이터를 갖고 개발한 기존의 분석 툴을 그대로 적용하기 위험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선 다른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의 대기권 스펙트럼 데이터를 분석할 때 어떤 데이터 분석 툴을 갖고 분석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밌게도 이 부분을 지적했던 사람이 이번 외계행성 K2-18b 관측 결과 논문을 발표한 저자다.

 

이번 논문에서 저자는 분석 툴 하나만을 적용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몇 년 전, 분석 툴에 따라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했던 저자가 왜 이번에는 그런 세밀한 고려를 하지 않았을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에게 물어봤다.

 

저자는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함께 지적해주었다. 그는 앞선 논문에서는 3~5μm에 이르는 훨씬 제한된 파장 범위의 관측 데이터를 활용했을 때의 문제를 주로 지적한 것이며, 더 넓은 파장에 걸쳐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분석 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정도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두 배 넓은 0.9~5.2μm 범위의 적외선 파장에서 스펙트럼을 얻었다. 물론 자신들의 데이터를 더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 툴을 중복, 적용해서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의견을 함께 남겼다. 

 

이번 관측을 진행한 천문학자들은 이미 내년 제임스 웹의 추가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외계행성 K2-18b을 MIRI로 한 번 더 관측할 예정이다. 이번 관측에서 NIRSpec을 활용한 분광 관측은 파장 2.8~5.2μm 범위만 커버한다. 이 파장 범위에서는 디메틸설파이드뿐 아니라 온갖 다양한 화학 성분들이 함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명확하게 바이오마커 디메틸설파이드의 존재 여부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다음 관측에서는 파장이 훨씬 더 긴 5~10μm까지 범위를 넓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범위에서는 디메틸설파이드가 다른 화학 성분들의 방해 없이 독립적으로 스펙트럼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다음 관측을 통해 디메틸설파이드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확인할 예정이다. 

 

제임스 웹의 이번 발견에 담긴 진짜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외계행성 K2-18b이 정말 액체 바다로만 이루어진 하이션 행성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것. 그리고 본격적으로 제임스 웹과 함께 외계행성의 생명 신호까지 찾는 방법론을 드디어 실천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몇 주 사이 퍼져버린 왜곡, 과장 보도들로 인해 천문학적으로 더 중요한 진짜 의미들이 시시해져버렸다. 외계행성이 바다로 덮여 있든, 제임스 웹으로 생명 신호를 찾는 방법이 처음 테스트되었든, 결국 진짜 외계생명체를 찾은 건 아니니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과학을 다루는 뉴스에서는 더더욱 왜곡, 과장이 없어야 한다. 

 

시간여행, 외계인 등 현실 세계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SF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만 접하게 되면 그런 것들이 과학의 주류라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과학적으로 더 중요한 주제는 시시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과학 콘텐츠가 오히려 과학을 오해하게 만들고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 세계의 과학을 지루하고 재미없는, 호기심이 전혀 들지 않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과학은 마법이 아니다. 과학에선 신비롭고 기적 같은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 대다수의 과학은 기적이 아닌 일상을 이야기한다. 과학의 주목적은 우리 눈앞에 펼쳐진 일상의 우주, 일상의 자연이 왜 지금 보이는 모습대로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다. 

 

우주는 왜 어두울까라는 시답잖아 보이는 질문에서 지금의 빅뱅 이론이 탄생했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왜 달은 떠 있을까라는 시시한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지금의 만유인력 법칙이 되었다. 당연해 보이는 풍경이 왜 당연할 수밖에 없는지를 인간의 언어로 풀어 설명해주는 것이 과학의 진짜 매력이다. 

 

이번 글을 통해 ‘제임스 웹이 외계 생명체 신호를 발견했다’는 가십에서 벗어나 ‘액체 바다만으로 구성된 하이션 행성이 실존한다’는 천문학적으로 더 의미 있는 발견에 주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f57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aead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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