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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핫플레이스 성수동에서 우는 '수제화거리' 상인들

동네 뜨자 임대료 폭등, 매출은 거의 없어 "언제 쫓겨날지 몰라"…정부·지자체 정책 좀 더 세심해져야

2023.07.03(Mon) 09:44:37

[비즈한국] MZ세대에게 요즘 서울에서 가장 떠오르는 핫플레이스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단연 성동구 성수동이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성수동에서도 연무장길 일대는 지난해 무신사 스튜디오, 디올 등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며 팝업 스토어의 성지로 떠올랐다. 이렇게 뜨는 성수동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50년 가까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터줏대감 수제화거리 상인들이다. 28~29일 방문한 수제화거리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와 낮은 매출 탓에 언제 쫓겨날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제조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낮은 관심도도 이들에게는 아픈 부분이었다. 

 

성수 수제화 특화 산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공동판매장의 모습. 성수역 1번 출구 앞 역세권임에도 매장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건물주가 들어오겠다고 나가래” 임대료에 보증금, 관리비도 크게 올라

 

이틀에 걸쳐 방문한 연무장길에는 이전 혹은 폐업한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제화 매장, 부자재 매장, 혹은 카페로 추정되는 곳들이었다. 빈 가게 앞에는 주인 연락처와 함께 이전한 곳의 위치를 출력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성수동 외곽으로 이전한 경우가 많았다. 팝업스토어 공간대여 광고들도 중간중간 보였다. 한 음료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앞에는 테이크아웃 음료와 쇼핑백을 들고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이날 열린 명품 브랜드의 팝업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유명인들이 타고 온 검은색 밴들도 연달아 좁은 거리를 지나갔다. 

 

연무장길에 위치한 수제화거리는 1990년대에 형성됐다. 맞춤 제작 구두인 살롱화가 명동에서 유명세를 얻은 후 업계 1위였던 금강제화 생산 공장이 금호동에 들어서자 제화공들은 인근 성수동에 생겨난 하청 공장으로 모여들었다. 피혁, 액세서리, 부자재 등 수제화 재료 가게들이 ​금세 ​한 블록씩을 채우면서 수제화거리가 탄생했다. 구두 제작 공장을 30년 넘게 운영해온 이 아무개 씨(73)는 “예전에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밥도 못 먹고 밤 11시까지 일을 해야 할 만큼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거리 자체도 구두 업계로 가득 차 있어 성수동 하면 수제화거리였다”며 “요즘은 기술자를 구하기도 힘들고 업종 자체도 쇠퇴해 과거에는 600여 개가 넘던 가게가 지금은 100개 남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제화거리 상인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높은 임대료다. 20년 가까이 피혁 상점을 운영해온 한 부부는 “장사는 안 되는데 세는 오르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변두리로 가는 가게가 많다. 자기 건물 가진 사람들만 버티고 있다”며 “자기 건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직원 없이 식구끼리 하면서 생활비를 가져갈까 말까 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하루 종일 있어도 매출이 없으니 전기값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으로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수제화 상점 주인 박 아무개 씨(56)도 “건물주가 다음 달에 들어오겠다며 나가라고 해서 그만두어야 하나 옮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 주변은 임대료가 다 올라서 마땅히 갈 곳도 없다”며 “내 나이가 집에 있을 나이는 아니다. 이제는 정말 구두 몇 켤레씩 손에 들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팔아야 하는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인근 상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20년 넘게 피혁 상점을 지켜온 한 상인은 “성수동이 유명하다고 하니 새로운 상점들이 너도나도 들어오는데 기존 상점들은 임대료가 올라 득보다 실이 많다. 바로 옆집만 해도 우리랑 임대료가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우리는 150만 원 정도인데 옆집은 300만 원을 내고 있다고 하더라. 이 자리에서만 계속 장사를 해왔는데 건물주가 나가라고 할까 걱정이다”라며 “주변에는 건물주가 임대료뿐 아니라 보증금이나 관리비도 동시에 큰 폭으로 올리니 감당이 안 돼 나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인근 부자재 상점 주인도 “건물주가 얼마 전 본인이 직접 가게를 하겠다며 나가라고 통보해 장사를 접게 됐다”며 “주택까지 개조해 카페로 만드는 등 자본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임대료를 올려놓고 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쫓겨날 것 같다”고 전했다.

 

#사려는 사람도, 일하려는 사람도 없다

 

수제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든 점도 수제화거리 상인들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상인들은 수제화 산업 자체가 살아나야 수제화거리가 유지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제화 상점 주인 한 아무개 씨는 “쿠팡 같은 곳에서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이면 오는데 누가 며칠씩 걸리는 수제화를 구입하겠나. 수제화 제작이 힘들지만 이걸 알아주고 기꺼이 돈을 내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저렴하게 판매하자니 단가가 맞지 않는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줘도 다음 달이면 또 월세를 내야 한다. 일시적인 지원보다는 산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인근 부자재 상점 주인도 “요즘은 구인 공고를 내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 분야 교육을 접할 기회도 적고 일 자체도 3D 업종으로 힘들다 보니 사람이 안 구해져 가게 유지가 어렵다”며 “나도 쉬어야 하는 나이인데 아들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물건도 보러 가야 하고, 찾으러 오는 손님 응대도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적자가 나든 말든 사람을 구해서 하고 싶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나온다”라고 전했다. 그는 “매출이라도 나오면 그나마 다행인데 하루 종일 열어도 겨우 반 야드, 일 야드 이렇게 나간다. 여기 있는 재고도 다 돈인데 이렇게 쌓여 있고, 창고 이용료도 매달 부담한다.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구두를 제작한 유홍식 국내 수제화 1호 명장의 가게 내부. 사진=김초영 기자

 

지자체와 정부가 펼치는 수제화 관련 정책이 세심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50년 넘게 수제화 업계에 있으며 김정숙 여사의 수제화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전태수 장인은 “국가에서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적어 산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이들이 없다”며 “시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월급 200만 원씩 주면서 수제화 제작을 가르치고 있는데, 교육이 끝나고 나면 이쪽에 남아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학생들도 들여오고 꾸준히 교육생을 양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이 촘촘히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기능인들이 그나마 살아 있을 때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구두를 제작한 유홍식 국내 수제화 1호 명장도 “교육생들이 열 달을 배우고 나와도 구두를 수선해보라고 하면 못한다. 기본적으로 3년은 배울 수 있도록 교육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구가 조성한 수제화 공동판매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35년 경력의 한 상인은 “성수동 수제화 상점의 특징은 제작자과 소비자가 직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매장 등의 유통 과정을 건너뛰어서 최소한의 마진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해야 하는데 일부 사장들이 마진을 2~3배 정도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이런 부분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며 “수제화와 관련해 전담 부서도 있고 몇십 억씩 돈을 들여 사업을 진행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제화 업종 특성상 이직률이 높다. 디자인, 패턴, 재단 담당은 월급제지만 미싱 작업을 하는 생산직부터는 도급제여서 돈을 많이 주는 데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단합이 어렵고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쉽지 않은데 지자체에서 이런 점을 알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판매장 계약 주기가 짧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계약이 만료돼 ​공동판매장에서 ​나왔다는 한 수제화 상점 주인은 “구에서는 공동판매장에서 기반을 잡아 다른 곳에 매장을 얻으라는 취지였지만, 지금 성수동 권리금이 조그만 매장도 거의 1억 원인데 어디에서 매장을 구할 수 있겠나. 계약 기간 2년은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홍식 장인도 “단골이 생겨나는 등 가게 수제화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럴 새도 없이 자리를 옮겨야 했다. 명장 가게와 같이 대표성을 띠는 일부 가게들은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쇠퇴하는 산업 지원, 다각도로 접근해야”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시즌 2를 통해 최근 치솟고 있는 성수역 주변과 연무장길 일대 임대료가 더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책이 성수 수제화 상점들에 초점이 맞춰지지는 않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의 신규 입점을 제한해 임대료 상승을 막는 방안이 주가 될 것”이라며 “이번 계획에 수제화거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성동구는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해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구역 내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점이 제한됐고 건물주와 임대료 안정을 위한 협약을 맺는 내용 등이 담기며 지역색을 성공적으로 지키고 임대료 안정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동구가 공개한 ‘2023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종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성수역 일대 젠트리피케이션 대응방안 모색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유동인구 및 매출과 함께 임대료도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3.3㎥(평)당 10만 원이던 임대료는 2022년 15만 원으로 50% 상승한 반면, 비슷한 기간 매출액은 25.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성동구는 건물 신증축 시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 체결을 전제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고, 골목길이 획일화되지 않도록 프랜차이즈의 신규 입점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도시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통해 확인된 일부 탈법 사례를 막기 위해 관리비 규제 신설, 상가임대차 실거래가 신고 의무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는 옛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상을 두고 다각도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제화와 같이 구 산업의 쇠퇴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자체에서 나선다고 하더라도 어느 업종을, 그 중에서도 어느 곳을 지원할지 선정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산업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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