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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백브리핑③] AI 발전은 지구 환경에 득일까 실일까

학습 과정서 막대한 전기 사용…재생에너지 활용, 친환경 기술 개발 등 기업들 탄소 감축에 안간힘

2023.06.09(Fri) 13:50:17

[비즈한국]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먼 미래에나 볼 줄 알았던 창의적인 AI가 우리 곁에 다가오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생성형 AI는 기술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혼란도 불러일으켰다. 갑자기 이뤄진 기술의 진보를 제도와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윤리, 제도,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마찰음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AI의 발전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야 한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AI 백브리핑’에선 고도화를 이룬 AI가 가져올 ‘멋진 신세계’ 이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고도 이어진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집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환경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은 두 얼굴을 가진 존재다. AI로 환경오염의 해결책을 찾는 동시에, AI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의 환경오염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한다. AI 모델이 발전할수록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 세트가 늘어 에너지 소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훈련만이 아니다.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도 일반 검색 서비스보다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이 훨씬 많다.

 

AI 개발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는 생성형 AI 열풍 전부터 나왔다. 2019년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연구진은 대형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62만 6000파운드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1만 1023파운드)의 약 57배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생성형 AI 모델이 쓰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탠퍼드대학이 4월 발표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언어 생성형 AI 모델인 GPT-3가 학습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502톤으로, 한 사람이 1년간 배출하는 양(5.51톤)의 91배에 달한다. 

 

전기 사용량으로 보면 GPT-3 모델의 학습에 소모되는 전력은 1287메가와트시(MWh)다. 2021년 기준 미국 가정의 1년 평균 전력 소비량은 1만 632킬로와트시(KWh)다. 1MWh가 1000KWh니, GPT-3 모델이 학습하는 데에 미국 가정이 약 12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이 투입되는 셈이다.

 

스웨덴 우메오대학의 버지니아 디그넘 교수는 2022년 12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제4회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보호 국제 콘퍼런스’에서 “AI는 컴퓨팅 리소스에 의존하는데, 컴퓨팅 자원은 막대한 에너지 자원과 천연자원을 소비한다”라며 “AI 개발 비용을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발생하는 AI의 비용을 잊으면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그렇다 보니 AI 기술 개발에 나선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은 스스로 탄소중립 경영을 표방한다. 그렇다면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어떤 친환경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올여름 ‘하이퍼클로바 X’ 출시를 앞둔 네이버의 친환경 정책 중심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각’이 있다. 네이버는 2013년 춘천에 첫 데이터센터 각을 오픈하고 현재 세종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짓고 있다. 각 세종의 서버 용량은 춘천 센터보다 6배 커, 에너지 사용량이나 탄소 배출량도 늘어난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2018년 6만 4906톤에서 2019년 7만 1534톤, 2020년 7만 3176톤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출량 대비 감소분은 1만 7283톤, 1만 9149톤, 1만 8771톤으로 배출량처럼 꾸준히 증가하진 않았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에너지 효율화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서버의 열을 내리기 위해 친환경 탄소 저감 기술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내 조명 등 공용 전기로는 지열·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서버실의 폐열은 눈을 녹이거나 장비 예열에 쓰는 식이다. 중수 처리를 통한 화장실 물 재활용, 빗물·지하수 활용 등으로 물 사용량도 줄였다.

 

초거대 AI 개발에 나선 IT 기업은 친환경 데이터센터 건립에 공들이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의 서버실(위)과 카카오의 안산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각 사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 AI 모델 ‘KoGPT’를 보유한 카카오도 연내 초거대 AI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설립에 집중했다. 현재는 데이터센터를 모두 임차해 사용 중인데, ​2022년 화재 이후 보안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2024년 1월 개소 목표인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부지에도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카카오의 안산 데이터센터는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우수, 중수, 폐열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춘다. 기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에서 15%를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카카오는 최근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을 기점으로 신규 데이터센터와 사옥에서 쓰는 전체 전력 사용량을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AI 컴퍼니를 표방하며 AI 역량 강화에 힘쓰는 SKT는 통상 2040, 2050년으로 설정하는 넷제로(탄소중립) 시기를 그룹 차원에서 2030년으로 당겼다. SK그룹은 CES 2022에서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인 2억 톤을 줄이겠다”라며 구체적인 목표도 밝혔다. SKT는 저전력 AI 반도체 ‘SAPEON(사피온)’을 자체 개발해 활용한다. 사피온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기존 GPU보다 빠르면서 저전력으로 실행할 수 있어 비교적 친환경적이다.

 

AI 기술이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환경 보호에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위성사진과 환경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로 공기 오염, 수질 오염 등을 예측하거나 동식물의 생태계 정보를 수집해 변화를 예측하고 보호하는 데 활용하는 식이다. 국가별 데이터를 통한 AI 기술로 탄소 배출량을 예측해 배출량을 줄이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기후환경AI연구센터 등이 AI로 기후·환경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이곳에선 딥러닝 기법으로 미래 탄소 배출량을 예측하고, 온실가스 공간 정보 지도 구축 및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이 친환경적인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ESG 경영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김태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AI·미래전략센터) 수석연구원은 “AI 개발에는 갈수록 에너지가 ​더 많이 쓰이고, 탄소 배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생성형 AI는 고성능 컴퓨팅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AI가 자원 최적화나 에너지 저감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탄소 배출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대신 초절전 반도체 등을 사용해서 소비량을 100에서 50으로 줄이는 식의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기업이 AI 개발에 쓰는 비용이 엄청나다. 예를 들어 오픈 AI의 전기세는 월 300억 원이 넘는다. 대형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들이 초절전 기술을 염두에 두는 이유”라며 “현재는 비용이 큰지만 갈수록 개선되으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효익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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