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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시대 '쉬운 게임' 뜬다…대형 게임사 '방치형 게임' 출시붐

글로벌 시장서 가파른 성장, 부진 탈출 돌파구로…"2~3년 후 유럽·미국 이용자 늘 것" 전망

2023.06.07(Wed) 17:37:24

[비즈한국] 과연 ‘쉬운’ 게임이 실적 부진의 돌파구가 될까. 넷마블이 최근 발표한 신작 중 인기 IP를 활용한 방치형 게임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넷마블은 메이저 게임 시장의 무주공산인 방치형 게임에 깃발을 꽂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위 장르로 꼽히는 방치형 게임 시장에 자본력을 가진 대형 게임사가 뛰어든 이유가 뭘까.  

 

넷마블은 9월 자사 대표 IP 세븐나이츠를 활용한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한다.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이 지난 1일 지타워에서 열린 ‘2023 넷마블 1st 신작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할 신작 3종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게임은 ‘신의 탑: 새로운 세계’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 ‘세븐나이츠 키우기’로 각각 7월, 8월, 9월에 전 세계에 출시한다. 

 

흥미로운 건 신작의 특징으로 낮은 진입 장벽과 대중성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신작 3종은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과 각각의 지식재산권(IP)을 잘 살린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공통점”이라며 “낮은 진입 장벽,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 뛰어난 전략성 등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요소가 많아 국내외에서 가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넷마블넥서스가 개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넷마블의 핵심 IP인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만든 방치형 모바일 RPG다. 세븐나이츠의 영웅 150여 명​을 귀여운 느낌의 SD 캐릭터(2~3등신으로 표현한 ​사람 형태의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용자는 별다른 조작 없이 자신의 덱에 최대 10명의 영웅을 배치해 몬스터를 처치하면 된다. 영웅을 얻기 쉽고 성장도 빠르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한 손가락으로 편하게,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세븐나이츠 성장, 수집, 전략의 재미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엔투가 개발한 ‘신의 탑: 새로운 세계’도 간편한 조작을 강조한다. 6월 사전 등록과 함께 세 작품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이는 신의 탑은 동명의 인기 웹툰 IP를 활용한 수집형 RPG다. 캐릭터의 속성과 포지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전투 게임으로, 신의 탑 SIU 작가와 협업해 웹툰 IP를 충실히 구현했다.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와 스킬에는 원작의 설정을 반영했다.

 

신의 탑에는 이용자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신수 링크 시스템’은 손쉽게 캐릭터를 키울 수 있는 공유 성장 시스템이다. 이용자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능력치를 올릴 필요 없이, 신수 링크 슬롯 자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 신규 캐릭터를 획득해 슬롯에 배치하면 자동으로 능력이 향상돼 바로 전투에 활용하는 식이다. 또 모험 모드 등 플레이 중에 이용자가 게임을 쉬더라도 보상이 쌓이도록 했다. 역시 성장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넷마블 신작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복잡한 조작 없이 이용자가 자신의 덱에 최대 10명의 영웅을 배치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임이다. 사진=넷마블 제공

 

개발 인력과 자본을 갖춘 대형 게임사가 방치형 게임 등 ‘가벼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권민관 넷마블엔투 대표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권 대표는 쇼케이스에서 “경쟁자는 다른 게임이 아니라 웹툰이나 쇼츠 같은 스낵컬처 콘텐츠다. 게임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이다. 세로모드로 한 손으로 즐길 수 있다. 자동 전투로 진행해 컨트롤 조작을 최소화했다”라고 밝혔다. 숏폼 콘텐츠를 필두로 짧은 시간 즐기는 콘텐츠 찾는 이들이 늘자 게임도 이 같은 트렌드에 편승한 셈이다.

 

방치형 게임을 향한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박성은, 2020)도 있다. ‘모바일 MMORPG 자동전투 시스템의 플레이 동기 및 재미 요소에 대한 연구(추계예술대 일반대학원 문화예술학과 박사 학위 논문)’는 “모바일 게임 내의 자동전투 시스템이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이용자는 자동전투 시스템에서 감상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거 자동전투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인 인식으로 변화하는 데 기여한다”라고 평했다. 

 

가벼운 콘텐츠를 선호하는 추세는 이용자의 개입이 적은 방치형 게임의 인기로 이어졌다. 시스템이 단순한 방치형 게임은 주로 인디 게임사나 소형 개발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진입 장벽이 낮지만 충성층이나 과금 이용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주류로 자리 잡진 못했다.

 

과거 국내 개발사가 ‘어비스리움(아이들상상공장)’ ‘거지 키우기 시리즈(마나바바)’ 등 히트작을 냈지만 출시한 지 수년이 지난 데다 이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이처럼 플레이어는 많지만 강자는 없는 시장에 대형 게임사가 깃발을 꽂으러 나선 셈이다.

 

김정민 넷마블넥서스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방치형 게임이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 시장을 가져갈 큰 게임이 없어서 우리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세븐나이츠2나 레볼루션은 무겁고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세븐나이츠1처럼 가볍고 부담 없이 접근하는 게임을 만들어 캐주얼한 이용자를 잡을 것”이라며 신작 개발 배경과 목표를 설명했다.

 

네오위즈 자회사 하이디어가 개발한 힐링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4000만 회를 기록했다. 사진=네오위즈 제공


넷마블을 포함해 여러 게임사가 실적 부진으로 고민하는 가운데 대중성 있는 가벼운 게임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중대형 게임사가 방치형 게임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사례도 있다. 2021년 11월 네오위즈에 인수된 개발사 HIDEA(하이디어)가 만든 힐링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는 네오위즈의 1분기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냈다. 

 

네오위즈의 실적은 2022년 들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PC·콘솔 게임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했는데, 모바일 게임 부문은 고양이와 스프의 선전에 힘입어 5.1% 증가했다. 잘 만든 방치형 게임이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고양이와 스프는 2021년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4000만 건을 기록했고, 최근 중국 게임사 킹소프트 시요와 현지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 등 순항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방치형 게임이 주목 받는다. 광고 솔루션 업체 MAF는 2022년 10월 리포트에서 “2021~2022년 163개의 아케이드 방치형 게임이 앱스토어에 출시됐고, 이 중 8개가 1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중국·인도·러시아·베트남·브라질은 다운로드 증가율 상위 5개국”이라며 “아케이드 방치형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다운로드 1억 회를 넘는 작품이 없지만 인기와 혁신이 이어지면 다운로드 수는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첫 게임학 박사인 윤형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적은 방치형 게임을 게임으로 볼 수 있냐는 논의가 나왔는데, 그사이 여러 게임이 성공하고 인식이 달라졌다”라며 “미국에선 단시간 레벨업을 선호하는 추세고, 유럽에서는 참신한 게임을 찾고 있어 프랑스·영국·독일 등에서 방치형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라며 개화하는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윤 교수는 대형 게임사가 나서는 것을 두고 “방치형 게임도 단순했던 과거와 달리 복잡해지고 있다. 개발 난도는 낮은데 수익을 거두니까 게임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방치형 게임이 그동안 한국·중국 시장에서 인기였다면 2~3년 후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다.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이제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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