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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집 없이 어떻게 결혼해요? 4년차 맞은 '청년기본법' 현실과 괴리된 이유

2020년 제정, 올해 청년정책 예산 25조 투입…예산 투입만으론 한계

2023.05.12(Fri) 19:48:41

[비즈한국] 정부는 2020년 사회 경제적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 기본법’을 제정했다. 교육·고용·직업 훈련에서 평등한 기회 제공,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참여 촉진 등이 담긴 청년 기본법은 2020년 1월 국회를 통과한 뒤 같은 해 8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시행된 청년기본법은 5년 단위 청년정책 기본계획과 연도별 청년정책 시행계획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 12월 향후 5년(2021~2025년) 청년정책 비전과 방향을 담은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매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2월 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청년 기본법 제정과 이에 따른 청년정책 계획 시행에도 청년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청년층 중 일자리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이들은 올해 1분기에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서울 집값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30년 넘게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청년기본법 시행 후 국무조정실 내 한시 조직이었던 청년정책추진단을 청년정책조정실로 격상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5대 분야에 다양한 과제를 마련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수립해 집행 중이다. 특히 청년기본법 시행 후 청년정책 수요가 늘면서 정부의 청년 정책 과제와 예산이 확대되고 있다.

 

2021년 308개 과제에 23조 8000억 원이었던 청년정책 예산은 2022년에 376개 과제 24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세 번째로 수립된 2023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5대 분야에서 과제가 390개로 늘어났고, 예산 역시 25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일자리와 주거 제공에 집중됐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창업활성화 등 일자리에 5조 8000억 원이, 청년 교육·일자리 연계 및 미래 역량 강화 등 교육에 7조 1000억 원이 배정됐다. 청년 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에는 10조 4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처럼 일자리와 주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일자리나 주거 상황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취업준비나 구직활동 없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15~29세)은 45만 5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1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관련 조사가 진행된 2003년 이래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2019년 1분기 36만 4000명이었던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여파에 2020년 1분기 42만 5000명, 2021년 45만 3000명까지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가 가시면서 2022년 1분기에 43만 3000명으로 줄었으나 올 1분기에 1년 전보다 2만2000명이 늘었다.

 

수출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내수가 부진하면서 청년 채용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쉬는 청년들이 급증한 것이다. 정부가 청년 기본법에 따라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교육과 일자리 부분에 예산 투입을 늘렸음에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 더 악화된 셈이다.

 

주거 사정도 좋지 않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민간임대 임대료를 시세의 75~85%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서울시 주택가격을 생각하면 청년층이 만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2023년 30.8로 세계 주요 도시 중 15번째로 높았다.

 

PIR이 30.8이라는 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0.8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서울의 주택 가격이 높은 데 반해 직장인들의 월급은 그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뉴욕의 경우 PIR이 서울의 3분의 1 수준인 9.9였다. 뉴욕 거주자들의 소득 수준이 주거 수준에 맞춰 높게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청년기본법 제정에도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 사정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결혼을 미루는 청년이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33.72세였고, 여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31.26세를 기록했다. 20년 전 남성 29.77세, 여성 27.01세보다 4세 정도 늘어난 것으로 매년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다 청년 일자리·주거사정 개선 미비가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문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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