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가장 보통의 투자] '저출산 시대' 대비할 장기 투자 전략 세워라

노동력 감소 및 내수시장 축소 확정적…급격한 사회변화는 또 다른 투자 기회

2023.02.27(Mon) 10:49:50

[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출산 이후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아휴직이 끝나가지만,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돌봐주는 시간도 한계가 있어 야근이 잦았던 A씨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육아기 단축근무제가 있지만, 마음 놓고 사용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며 “​여성이 출산 후 사회생활을 이어가기에는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나 환경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저출신 문제에 의한 인구 절벽은 이제 곧 마주할 현실이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지난해 인구동향을 내놨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출산율은 6년째 하락세다.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처참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출산율은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평균 1.59명이지만, 우리나라는 0.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혼인건수도 19만 1679건으로 전년보다 0.4% 줄었다.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21만 3502건에 비해서도 적은 수준이다. 주거난과 취업난때문이다.

 

최근 결혼한 직장인 B씨는 자녀 계획을 갖지 않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을 선언했다. B씨는 “낳아서 기르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삶을 즐기면서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론에서도, 현실에서도 떠들어대지만 미래에 얼마나 심각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경제는 물론, 산업, 기업에도 변화를 주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인구 감소로 인해 산업과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따져보면 장기 투자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면 인구 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를 직접 느끼려면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의 정원수를 찾아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 역시 초등학교 다닐 당시 한 반에 40~50명씩, 6반이 있었다. 한 학년만 240~300명은 족히 돼서 월요일 아침 운동장에서 조회하러 나갈 때마다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현재 그 초등학교의 총 정원은 180명이다. 과거 한 학년 수준의 인원도 안 되는 숫자다.

 

저출산 문제는 수 십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인 데다가 2005년부터 지난 2021년까지 저출산 대책에만 280조 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이미 여러 기업들은 시차출근제를 내놓으며 출산 가정을 위한 복지를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사용하는 직장인들은 많지 않다. 직장인 C씨는 “시차출근제를 사용하면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승진에서 밀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1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빠와 엄마가 모두 육아휴직을 쓴 경우에만 해당한다. C씨는 “​있거나 말거나 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인구 감소는 결국 미래 노동력을 감소시키고, 이는 내수 시장을 축소시킬 전망이다. 내수 시장 축소는 다시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연금 재정도 악화되는 등의 악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인구 감소에 있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저출산’​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말했듯이 저출산의 주원인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육아와 주거에 대한 경제적 부담, 육아 병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이 꼽힌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자동화 확대로 유휴 인력이 증가하면 주 4일제 근무와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노동강도를 낮춰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기업은 인구 감소 대책으로 자동화에 투자하고 있다. 오히려 자동화 진행에 따라 필요한 직원은 감소할 것이고, 실업으로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주 4일 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저출산을 해결하자는 게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런 사회 변화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연구원은 “​향후 로봇과 AI 산업, 엔터·레저·미디어산업, 유아 관련 산업 수혜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모두가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저출산 관련주는 또다시 급등했다. 저출산 대책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기대기 때문이다. ‘저출산’​이라는 테마로 단기 급등락으로 춤추는 투자 기회를 잡기보다 저출산으로 인한 영향을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오둥이를 낳은 군인 부부가 화제가 됐다. 부부는 임신 전 세 명 낳아서 살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임신 당시 다섯 아이여서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했다. 결국 다 낳아서 기르는, 힘든 길을 선택했지만, 행복하다는 그들에게 우리는 ‘애국자’​라고 말한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던 시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정부가 ‘​부디 하나만이라도 낳아다오’​라는 구호를 내걸어야 하는 것 아닐까.​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하루 아침에 스타 되고 잊혀지는 '엔터주'의 운명
· [가장 보통의 투자] 전 세계 뒤흔든 챗GPT에 투자하는 현명한 방법
· [가장 보통의 투자]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축소하는 까닭
· [가장 보통의 투자] 냉탕과 온탕 오가는 회사채, 지금 투자해도 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지금은 황금 보기를 '황금' 같이 할 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