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가장 보통의 투자]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축소하는 까닭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 원인…소비 줄이고 투자 늘려야 할 시기

2023.02.03(Fri) 15:29:51

[비즈한국] 직장인 A 씨의 취미생활은 ‘아이디어 상품’을 쇼핑하는 것이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상품을 자주 구매한다. A 씨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상품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강조한다. 그의 하루는 ‘택배 앱 알람’으로 시작된다. A 씨는 “이번 달도 월급은 스쳐 지나가겠지만, 쇼핑 욕구는 참을 수 없다”며 “택배 오는 날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다가올 봄을 맞이해 옷을 구매하려다가 멈칫했다.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최대 개월 수가 7개월에서 3개월로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쇼핑몰에 이유를 물어보니,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은 카드사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최근 카드사들이 고금리 여파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고 나섰다.

 

A씨와 B씨처럼 쇼핑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러나 남는 것은 다시 공허함이다. 그들은 또다시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쇼핑을 하고, 무이자 할부를 이용해 구매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4개월 이상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점차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AA+등급(민간 신용평가 4개 사 평균) 3년물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는 연 3.826%로, 지난해 11월 이후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 2.348%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는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신용카드사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3개월 이내로만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와 부분 무이자 할부 혜택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리볼빙 잔액도 최대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리볼빙 자산은 총 17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리볼빙은 일정 비율만 결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이월해 갚는 서비스다. 약정결제 비율은 카드사에서 정한 최소 결제 비율부터 10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연체를 막고 상환을 연장할 수 있지만, 이월 금액에는 개인 신용평점 등에 따라 최대 20%의 금리가 붙고, 신용평점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장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무이자 할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사람들에게 ‘리볼빙’은 또 다른 수단이 되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신용카드 재테크’, ‘카드테크’, ‘카테크’ 등으로 신용카드로 꿀팁을 얻을 수 있다는 방법이 나와 있다. 이 가운데는 ‘카드 풍차돌리기’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예컨대 카드를 신규 발급해 카드사에서 하는 캐시백 이벤트에 참여한 뒤 해지하고, 다시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아 캐시백 이벤트에 참여하는 식이다.

 

혹자는 신규 발급을 위해 페이백을 많이 해주는 카드모집인을 인터넷 카페에서 찾기도 한다. 짠테크로 부수입을 올리는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반복된 카드 발급으로 일시적으로 신용평점이 하락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차라리 ‘빚 다이어트’를 해 현금을 늘리는 것이 ‘돈 모으기’에는 더욱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용카드는 1950년대 처음 등장했다. 미국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지갑을 두고 나온 사실을 모른 채 식당에 들어갔다가 곤란을 겪으며 만든 것이 당장 결제하지 않아도 되는 ‘신용카드’의 첫 모습이다. 요즘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만 일상생활하기에는 불편한 시대가 됐다. 그만큼 신용카드는 획기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신용카드가 구매 욕구를 자극해 소비를 부추긴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가 안 좋을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대출, 신용카드 등의 연체율이다.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순간의 나락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이다. 하물며 미국 경제사회학자 로버트 매닝이 저서 ‘신용카드 제국’에서 신용카드를 ‘파국으로 가는 달콤한 유혹’이라고 못 박았을까.

 

신용카드 플랫폼 고릴라에 따르면 카드 사용자 2명 중 1명은 신용카드를 선택할 때 무이자할부 혜택이 있는 카드를 쓰겠다고 했다. 금리 상승으로 무이자 할부가 자취를 감추면서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카드가 눈에 띄는 혜택으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좋은 투자 태도는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한 재무 전문가는 한 달에 교육비를 제외하고 40퍼센트 내외로 지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충고한다. 신용카드를 어느 정도로 이용해야 하냐는 질문에도 “지출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용하지 말라”고 강권했다. 일단 소비성 지출을 줄여보자. 지출을 줄이고 현금을 모으는 재미부터 찾게 된다면 투자의 재미에도 눈을 뜨게 될지 모를 일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냉탕과 온탕 오가는 회사채, 지금 투자해도 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지금은 황금 보기를 '황금' 같이 할 때
· [가장 보통의 투자] 새해 주식 시장 꿈틀거리는 까닭
· [가장 보통의 투자] 퇴사를 꿈꾸는 자, 퇴직연금부터 굴려라
· [가장 보통의 투자] 일본 여행 수요 급증으로 본 엔화 투자 전략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