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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차 돌아오면 '영광'도 돌아올까

9년 만에 차량 통행 임시 허용…"상권 살릴 마지막 희망" vs "대학가 자유로움 사라질 것" 엇갈려

2023.02.02(Thu) 17:36:33

[비즈한국]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신촌로터리~연세대삼거리)가 9년 만에 차가 통행하는 도로로 되돌아갔다. 연세로는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를 가로지르는 구간으로 신촌 상권의 중심이다. 2014년 1월 상습정체와 열악한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후 버스와 긴급차량, 자전거만 오갔는데, 1월 20일 자정을 기점으로 이륜차를 제외한 일반 차량의 통행이 허용됐다.

 

이번 결정은 9개월간의 임시 조치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일단 ‘차 있는 거리’로 신촌 상권이 눈에 띄게 회복하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영구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차량 통행 재개 후 2주,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상인들은 실내 마스크 해제와 맞물린 이번 조치가 상권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학생 등 일부 시민들은 불편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촌 연세로가 9년 만에 다시 일반 차량이 다니는 길이 됐다. 9개월의 임시 조치를 두고 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진=강은경 기자


#​“차도 젊은이도 발길 끊었다” 코로나 타격 두 배로…엇갈린 목소리

 

“예전 같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을 다시 불러 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말 그대로 상인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차 있는 거리에 대한 인근 상인들의 반응은 연세로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의 말로 요약된다. 가라앉은 신촌의 분위기가 반전되길 바라는 기대감이다. 신촌 상권은 2010년대 초부터 주춤하다가 코로나 사태 등을 계기로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 서울시는 보행자와 대중교통에 우선순위를 두는 교통정책을 펼쳤는데, 이 일환으로 신촌 연세로는 2014년 ‘차 없는 거리’가 됐다. 신촌은 2000년대 이후 많은 유동인구와 차량, 좁은 도로 등의 문제가 지적돼왔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연세로는 4차로의 도로가 2차로로 줄고 보도폭이 최대 8m로 확대됐다. 상인들은 환경 개선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반 차량의 진입을 막은 조치가 상권 침체를 가속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1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B 씨는 “가게 문을 열 당시에 비하면 쇼핑하고 밥 먹으려고 신촌을 찾는 사람들이 체감상 절반도 안 된다. 그때도 신촌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7~8년 전쯤부터 확 꺾였다”고 말했다. 연세로와 맞닿은 빌딩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C 씨는 “물품을 내리는 물류 차량이 큰길로 못 오니 뒤쪽 길을 통해 상가 옆에 차를 대놓고 빙 둘러 배달해왔다. 각 상점마다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로 우측 명물거리의 상인 C 씨도 “명물거리는 새로 지어진 건물도 많고 신촌에서는 비교적 젊은 상권이다. 차 없는 도로가 시작된 초반에는 그래도 버스킹 같이 젊은이들이 만드는 대학가 분위기가 잘 정착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안 좋아졌다. 도보로도 찾지 않고 차로는 닿지 않는 곳이 된 것”이라며 “다른 대학가보다도 코로나 충격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신촌 연세로 인근에서는 건물 전체가 공실인 상가가 다수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일부 상인과 시민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이번 조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세대 재학생 D 씨는 “과거엔 이 도로가 퇴근 시간대에는 걷는 것보다 버스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었다고 들었다. 아직은 방학이라 괜찮지만 개학 후 일대가 혼잡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창천동에서 자취하는 20대 E 씨도 “메인 도로 바로 뒤쪽 골목들에는 원래도 차가 다녔다. 주말에는 버스도 안 다니던 곳이라 차 없는 대학가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전(위)과 후의 차량 통행 흐름도. ​관할 서대문구청은 차량 정체나 교통 혼잡 우려에 대해 골목길 일방통행, 차도 개선 등으로 차량 통행 흐름이 10년 전처럼 원활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정말 ‘차 없는 도로’가 상권 침체 불러왔나

 

엇갈리는 반응 속에서 상권 침체가 보행자 중심의 차 없는 도로에서 기인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보행·문화공간 축소와 대기오염 유발 등 예상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뚜렷한데도 지자체가 충분한 검토 없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10월 주말 노선버스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서대문구가 고시한 행정예고의 의견 수렴 기간은 10월 11일이었지만, 10월 9일 밤부터 바로 시행됐다.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기후행동팀 활동가는 “문제를 제기하자 서대문구에서는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될 때는 공청회 등 굉장히 많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해제를 추진할 때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도 토론회, 주민설명회, 기자회견 등을 한 차례씩만 거쳤다”며 “서울시가 9개월간의 모니터링 결과와 그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도입 당시 연세로를 통과하는 차량의 80%는 단순통과차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1월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의 만족도는 12%에서 70%로 높아졌고, 신촌 상권 내 점포 방문객은 28.9% 늘었다. 교통량 감소는 교통사고를 절반 이상(54.5%) 줄이는 효과를 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일방통행길로 구성된 연세로 뒷골목. 사진=강은경 기자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1월부터 6월까지 신용카드 매출자료, 유동인구 등 상권 데이터와 교통량, 통행속도, 지체율 등의 교통 데이터를 활용해 제도의 영향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운영방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보도폭 확대, 분전함 등 보행장애물 정리로 연세로의 보행환경이 개선된 만큼 보행로 이용에는 불편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마스크 해제 등 위드코로나로 상권 대부분이 회복세에 돌입한 만큼 차 있는 거리의 효과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는 관할 구청인 서대문구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연세로는 코로나 기간 동안 서대문구 14개 동 중에서도 가장 침체된 구역이다”며 “모니터링 과정과 결과 도출에서도 다른 대학 상권과의 비교 분석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대문구는 신촌 활성화를 위해 신촌 일대 부설 주차장 공유를 추진한다. ‘범신촌상권’인 이화여대 앞 상권과 연계 사업도 진행한다. 이대 앞 일대에 음식점, 제과점, 공연장 등 권장 업종을 확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차량 통행 재개와 더불어 주차장 추가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와 주말과 공휴일 사용에 관해 협약을 맺은 상태로 이를 평일로 확대하거나 인근의 현대백화점, 교회 등과도 협약을 맺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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