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막대한 부를 얻은 젊은 부자들이 등장했다. 부모에게 상속이나 증여한 종잣돈으로 부를 불린 사람도 있다. 자수성가한 기존의 부자들과 다른 새로운 젊은 부자들을 ‘영앤리치(Young & Rich)’라 칭한다. 새로운 시대에 주목 받는 영앤리치는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비즈한국이 대한민국 영앤리치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자본금 100만 원, 설립 5년 만에 5000억에 매각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콘텐츠 시장 공략을 위해 모바일 웹소설 플랫폼 레디쉬를 5000억 원에 인수했다. 레디쉬는 1990년 11월생인 이승윤 전 대표가 2016년 5월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한 출판사다. 이 전 대표는 설립 5년 만에 5000억 원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막대한 부를 얻어 ‘영앤리치’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레디쉬는 네이버가 6500억 원에 인수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은 작은 규모의 회사였다. 실제로 왓패드의 사용자는 매월 9000만 명, 레디쉬코리아의 사용자는 매월 100만 명 수준이었다. 이 전 대표는 카카오가 왓패드 인수가와 비슷한 금액에 레디쉬를 인수한 배경에 대해 “이미 한국에서 잘되던 ‘기다리면 무료’ 모델과 할리우드의 집단창작 시스템, 게임 산업에서 쓰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좀 낙후된 출판업계로 가져온 것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베낄 수 있는 모델”이라면서 “베낄 수 없는 건 현재 우리 팀의 케미스트리, 실행력, 실행 속도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디테일하게 실행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의 지분율은 알려진 바가 없어 레디쉬 매각으로 그의 개인 자산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다만 2021년 한국인이 설립한 스타트업 가운데 인수 규모가 세 번째로 컸고(1위 하이퍼커넥스 2조 원, 2위 지그재그 1조 원), 인수 이후에도 그가 1년간 레디쉬 경영과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전략 담당까지 겸했다는 점을 보면, 스타트업 대표였던 이 전 대표가 대기업 CEO에 버금가는 인물이 됐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승윤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레디쉬를 떠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레디쉬 매각 후 수백억 원대 유형 자산을 매입했다. 이제는 ‘부자’를 넘어 ‘준재벌’이라 부를 만하다.
#멘붕 상황에서도 낙관주의로 버텨
이승윤 전 대표에게 실패는 없었을까.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철학경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2015년 저널리즘 스타트업 ‘바이라인’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또 레디쉬 창업 초창기에 성과를 내지 못해 빚을 진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여러 인터뷰에서 “3억 원 정도 빚을 내고 더 이상 개인의 신용으로는 빚을 낼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고 멘붕 상황이었다. 매일매일 돈에 쪼들리면서 살면 압박감이 굉장히 크더라”며 “한 번에 50억~100억 원 투자를 받는 건 불가능했다. 2018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스물다섯 번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진짜 가까스로 마지막에는 80억 원 정도 현금이 남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낙관주의를 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뭐가 안 되더라도 ‘이걸 아직 안 해봤네?’, ‘다음에 이걸 시도하면 될 거야’라는 낙관주의를 놓지 않았다. 안 되는 이유가 만 가지 있어도 이 문제 하나가 풀리면 잘 풀릴 거라는 믿음과 낙관주의를 갖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창업자는 버텨야 한다. 버텨야 기회가 오니까”라고 강조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강조했다.
#현재 또 다른 사업 준비
이 전 대표는 정형외과 의사 이홍근 씨와 전 인하대 생활과학대학 교수 정성혜 씨(디자인하우스혜 대표)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했다.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지만 유복한 환경에 안주하지는 않은 듯하다. 2012년 3월 그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학생 자치기구 ‘옥스퍼드유니언’ 회장에 당선됐을 때 부모가 맛있는공부와 한 인터뷰 내용을 보자.
부친 이홍근 씨는 “승윤이가 초등 저학년 때 빈부 격차가 심한 동네에 살았다. 하루는 친구네 집에서 놀다 와서는 ‘왜 내 친구는 가난하냐’고 묻더라. 난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이 공존하듯 돈 많은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는 것’이라며 ‘여러 부류의 친구를 고루 사귀는 게 좋다’고 얘기해줬다”며 회장 당선 비결이 원만한 교우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모친 정성혜 교수는 “한번은 승윤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는데 두 달도 채 못 다니고 ‘다니기 싫다’며 버티더라. 과감하게 끊었다”면서 “학원 레벨 테스트 탈락 후 함께 미국으로 여행 갔을 땐 ‘여기에 좀 더 머물며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기에 두 말 않고 방법을 찾았다. 다행히 현지에 사는 언니의 도움으로 약 4개월간 그곳 초등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었다. 귀국하더니 자신을 탈락시켰던 그 학원 최상위반에 보란 듯이 들어가더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엄마표 스케줄’로 아이를 하루 종일 돌리는 건 아이 망치는 지름길이다. 아무리 어린아이도 고민과 실패를 거듭해야 성장하는 법”이라면서 자녀 교육 비법을 ‘자립심 키우기’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데, 동생과 함께 어머니 사업체인 디자인하우스혜에서 3년간(2019년 8월~2022년 8월)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레디쉬 경영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는 현재 또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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