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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선사시대 사람들의 고래사냥 구경,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먼저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와 공룡 발자국 화석도 함께 볼 수 있어

2023.01.11(Wed) 10:28:46

[비즈한국] 누구나 알지만 직접 본 사람은 아주 드문 유적이 있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같은 것이 그렇다. 한국사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외따로 떨어진 반구대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이들은 드물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인근에서 공룡발자국화석과 또 다른 선사시대 암각화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댐으로 인해 물에 잠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300여 점에 이르는 그림 중 현재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30여 점에 불과하다. 사진=울산시청 제공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

 

울산역에서 자동차로 약 25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시 5분쯤 걸으면 대곡천 너머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보인다. 언뜻 평범한 바위벽처럼 보이지만 천변에 설치된 무료 망원경으로 보면 그 옛날 선사시대인들이 바위에 그려놓은 호랑이며 사슴, 고래 같은 동물들이 형체를 드러낸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이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과 기하학적 문양들도 있다. 

 

이곳에서 암각화가 발견된 것은 1971년이다. 한 해 전 가까운 천전리에서 선사시대 암각화가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주변 지역을 조사하던 중 대곡리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암각화 300여 점이 새겨진 바위가 발견된 것이다. 특히 대곡리 암각화의 고래 사냥 그림은 약 7000년 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인정되었다. 

 

대곡리 암각화의 고래 사냥 그림은 약 7000년 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인정되었다. 사진=울산시청 제공

 

발견 당시는 이미 6년 전에 건설된 사연댐이 가동되는 중이었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 조절을 위해 수문을 열면서 대곡천 수위가 올라가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겼다. 이런 일이 지금까지 반복되면서 암각화가 훼손되어 300여 점에 이르는 그림 중 현재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30여 점에 불과하다. 1995년 반구대 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된 이후 문화재청과 울산광역시에서 여러 보존 방안을 내놓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반구대 암각화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망원경으로 봐도 그다지 선명하지 않은 그림은 1km쯤 떨어진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래 모양의 건물에 들어서면 진짜 고래 뱃속에 들어온 듯 꾸며진 전시실에서 실물 크기로 재현된 반구대 암각화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선 반구대 암각화뿐 아니라 그보다 먼저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고래 모양의 울산암각화박물관 내부 전시실에서는 실물 크기로 재현된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천전리 암각화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암각화 옆 평화로운 공룡발자국화석

 

반구대 암각화와 울산암각화박물관 사이에는 대곡리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물가에 자리 잡은 커다란 너럭바위에 듬성듬성 구멍이 파인 것이 쉽게 눈에 띈다. 이것들은 지금부터 약 1억 년 전 백악기 전기에 살던 공룡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공룡들은 아열대 기후에서 번성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때는 이 지역 또한 아열대 기후였다고 한다. 

 

대곡천에는 여러 장소에서 공룡 발자국이 확인되지만 이곳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가장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100m² 넓이의 바위에 약 25개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는데, 덩치가 큰 초식공룡인 용각류와 비교적 작은 이구아나과에 속하는 공룡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발자국이 일정한 방향으로 난 것으로 보아 공룡들이 이 일대에서 평화롭게 돌아다닌 듯하다고 추정한다. 거대한 공룡과 인간의 조상인 작은 포유류들이 평화롭게 공존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반구대 암각화와 울산암각화박물관 사이에는 대곡리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약 1억 년 전 백악기 전기에 살던 공룡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울산시청 제공

 

대곡리공룡발자국화석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천전리 암각화가 있다. 반구대 암각화에 앞서 발견된 이곳에는 신석시시대부터 신라시대에 이르는 동안 그림과 글씨가 새겨졌다. 대곡리보다 상류에 위치해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고, 그림을 새긴 바위면이 앞으로 기울어져 비바람을 피해 보존 상태가 좋다. 

 

암각화 좌측은 신석기시대의 간략한 그림이 보이고, 위쪽에는 청동기시대의 기하학적 그림이, 아래쪽으론 신라인들이 새긴 글씨가 빼곡하게 남아 있다. 글씨 또한 보존 상태가 좋아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현재 천전리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국내 준비 첫 단계로 이후 ‘우선등재목록’, ‘등재신청후보’를 거쳐 ‘등재신청대상’이 된다. 잠정목록에 오른 뒤 1년 이상 지나야 세계유산 등재 신청 자격이 된다. 

 

반구대 암각화에 앞서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 신석시시대부터 신라시대에 이르는 동안 그림과 글씨가 새겨졌으며 보존 상태도 좋다. 사진=울산시청 제공

 

<여행정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위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안길 285

△문의: 052-254-5724

△운영시간: 상시, 연중무휴

 

울산암각화박물관

△위치: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54

△문의: 052-229-4797

△운영시간: 09:00~18:00, 월요일, 1월1일 휴관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

△위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202

△문의: 052-120(울산시청)

△운영시간: 상시, 연중무휴

 

천전리 암각화 

△위치: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산210-2

△문의: 052-229-7637

△운영시간: 상시,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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