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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편승 치료제 개발업체들, 주가조작 수사 등 몸살 속사정

문재인 정부 'K 바이오' 육성에 우후죽순 쇄도, 허위·과장 의혹에 주가는 껑충 총수일가 매각 논란도

2022.11.11(Fri) 15:22:06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때 잘나갔던 일부 진단키트, 치료제 개발 업체들이 주가조작 혐의 및 소액주주와 법정 공방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단키트 업체인 피에이치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일양약품과 부광약품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일련의 유상증자 상황에 반발한 소액주주들과 법정공장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2020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을 방문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청와대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진단키트,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업체들을 ‘K바이오’의 주역으로 꼽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바 있다. 2020년 3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생산업체인 씨젠을 방문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진단키트 업체들에 대해 수출·자금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바이오 분야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진단시약분야 기술개발 지원에 나섰다. 이에 2020년 7월 기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수출용 허가를 받은 국내 업체만 무려 49개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진출로 인한 진단키트 시장 경쟁 과열에 이어 백신과 치료제들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진단키트 업체들의 봄날은 지나갔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최근 진단키트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인 피에이치씨(옛 필로시스헬스케어)에 대해 주가조작 혐의로 압수수색과 함께 회사 임원 2명을 구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피에이치씨 외에 진단키트 개발과 치료제 임상 실험 등 호재로 주가가 급등했던 다른 코스닥 상장 2개 기업들에 대한 주가 조작 정황을 잡고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에이치씨 전신인 필로시스헬스케어는 2020년 8월 관계사인 필로시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국내 업체 최초로 검체채취키트의 사용승인(허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회사 주가는 무려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세를 보였다. 발표 전인 8월 14일 1325원이었던 주가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6370원으로 급등했다. 이후에도 강세가 이어지며 같은 해 9월 11일 장중 9121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지난해 3월 필로시스헬스케어는 현재의 피에이치씨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감사 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이 나오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3월 22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거래 정지 가격은 고점대비 80.9% 하락한 1740원이다. 이달 8일에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단일판매·공급계약 해지 공시번복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검찰은 피에이치씨 전신인 필로시스헬스케어의 2020년 당시 발표가 과장이거나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회사 임원들도 허위·과장 정보 제시로 주가를 부풀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에이치씨 측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련 업계에서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주력했다. 임상 돌입뿐만 아니라 후보 물질 만으로도 상장사의 주가는 요동쳤고 비상장사들의 경우 상장 문턱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현재 성적표는 백신 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드물고, 쓰이지 않는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여전히 개발 진행 중이거나 중도 하차한 업체들이 대부분인 실정이다.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28곳으로 이 중 일양약품, GC녹십자, 부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셀트리온, HK이노엔, 제넥신, 큐리언트가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올 6월 자체 개발해오던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셀트리온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있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사진=박정훈 기자


이중 일양약품은 코로나19 비임상 연구를 부풀려 주가조작을 한 혐의에 대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일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자사 제품 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회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70% 감소했고 특히 당시 유력 치료제 후보 물질보다 우수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은 관련한 임상에 돌입했지만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임상 결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을 포기했다. 

 

일양약품은 발표 전인 2020년 2월 말 2만 원대였던 주가가 같은 해 3월 관련 발표와 6월 러시아에서 코로나 치료제 임상 승인을 받으며 초강세를 보이면서 그해 7월 24일에는 장중 10만 6500원까지 뛰었다. 그런데 이렇게 주가가 오른 2020년 3월부터 7월 사이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일양약품 주가는 이달 현재 1만 원대 후반에서 형성 중이다. 일양약품을 수사 중인 경찰은 당시 연구에 참여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팀의 보고서와 일양약품이 당시 공개한 보도자료가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일양약품은 “당사의 주식거래로 인해 손실을 입은 일부 주주들이 2021년 5월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고려대 연구 결과를 다르게 설명한 사실이 없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본 건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없다고 경찰에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부광약품 소액주주 30여 명은 올 2월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일가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소액주주들은 “김 회장 일가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실패를 확인하고 주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전에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음에도 이를 숨기는 한편 총수일가가 이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1만 4550원이었던 주가는 같은 해 7월 24일 장중 4만 2537원까지 뛰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16일 부광약품 총수일가 4명은 돌연 보유 지분 중인 193만8000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매각에 나선 주주는 김동연 회장의 아들인 김상훈 사장과 딸인 김은주 씨와 김은미 씨, 김 사장의 아들 김동환 씨 등이었다. 

 

부광약품은 당시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끝낸 상태였고 2상 시험의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주가 급등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팽배했었다. 당시 부광약품은 연부연납 중인 증여세 납부와 이에 따라 발생한 부채 상환을 위해 불가피하게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이후 부광약품은 지난해 9월 30일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하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현재 부광약품 주가는 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형성 중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온전히 코로나19 치료제와 주가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유상증자 추진과 신주발행과 관련해 소액주주들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올 7월 회사 2대 주주인 금호에이치티로부터 58억 원의 자금을 받아 유상증자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삼은 소액주주들이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여 무산됐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현재 22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건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이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액주주들은 신주발행에 대해 지분가치 희석과 불필요한 자금조달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불똥이 어디로까지 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의지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고, 신약개발 분야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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