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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고금리'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빨간불 켜진 이유

흥국생명, 조기상환 관행 불이행으로 리스크 커져…당분간 투자심리에 '악영향'

2022.11.04(Fri) 14:46:31

[비즈한국]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잇따라 연기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대체 신종자본증권이 무엇이길래 보험사들의 발행 연기가 이어지는 것일까.

 

신종자본증권은 기업이나 은행, 보험사 등이 자본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고금리 채권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어서 반영구적이고, 발행사 입장에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받기도 하므로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인 성격을 갖는 증권인데,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도 한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발행사의 재무제표에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돼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자본 비율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사들이 많이 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흥국생명이 5년 조기상환 관행을 지키지 않으면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높다. 발행 회사가 가진 채권 중에서 변제 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후순위채권보다 뒤인 하위후순위채권이다. 이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무보증채권 순으로 투자자에게 줘야 할 금리가 높다. 보통 30년 만기로 발행되고 만기 이후 발행사가 만기 연장을 선택할 수 있어서 영구채의 하나로 분류된다.

 

투자자들에게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고금리’​라는 점이다. AAA 등급을 가진 시중 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채권의 금리는 매우 낮지만, 이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일반 선순위채권보다 2% 정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콜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어서 이자만 갚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콜 옵션’​이 붙는다. 콜 옵션은 발행사가 특정한 기간에 투자자들로부터 채권을 다시 사들여 원금을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명시된 만기가 없어도 콜 옵션 조건을 보면 발행사가 언제 원금을 갚아줄지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에서 콜 행사를 하지 않으면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연기한 것을 두고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3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과 1000억 원의 후순위채를 신규로 발행해 기존 발행분을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아시아 금융시장의 거래가 위축되면서 조달이 어렵게 되자 조기상환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지 않은 사례 이후 두 번째로 콜이행을 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만기가 30년으로 2047년 11월 9일이 최종 만기지만, 발행사의 조기상환과 만기 상환에 대한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번 콜행사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부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콜이 행사되지 않으면서 이 신종자본증권 금리 조건은 기존 4.475%에서 미국채 5년에 2.472%를 가산한 금리로 변경된다. 변경된 금리는 5년간 적용되는 조건이다. 유 연구원은 “당장 현금확보가 필요 없거나 재투자 기회가 많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액면이자 금액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조기상환일에 상환을 예상한 투자자에게는 원금회수가 늦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발행사가 첫 콜 일자를 예상 만기로 간주하고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관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콜 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말 그대로 ‘콜 옵션’​이기 때문에 콜 행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신종자본증권 투자의 단점이다. 예상치 않게 투자 기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자 미지급 조건도 있다. 특정 조건에서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회사에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변제 순위에서도 밀리게 된다. 이 때문에 신종자본증권을 투자할 때는 이런 점도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신종자본증권은 고금리 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만기가 길거나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리스크도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은 평판 리스크를 중요시해 조기상환일에 상환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흥국생명 사례로 당분간 투자심리는 약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레고랜드 이슈와 기업들의 펀더멘털 저하 가능성 고조로 국내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확대 기조였다”​며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미실시로 투자 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금리가 높아도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신종자본증권 투자는 많은 리스크 요인을 갖고 있지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제와 시장 상황에 좀 더 관심을 두고 투자 기회를 찾아보자. ​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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