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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리츠 한파'에 떠는 금융사, 얼어 죽는 개미들

전체 21개 상장리츠 중 13개가 52주 신저가…시중은행 수신상품 금리 상승에 매력 반감

2022.11.01(Tue) 16:43:49

[비즈한국]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이 횡보를 거듭하자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내세운 상장리츠(부동산투자신탁‧REITs)가 투자대안으로 떠올랐다. 금융사들도 저마다 리츠를 상장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글로벌 긴축으로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까지 덮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리츠 주가 급락에 따라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가 결국 개인투자자까지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글로벌 긴축으로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까지 덮치면서 리츠 시장이 얼어붙었다. 사진은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사진=연합뉴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여기에서 얻은 수익을 배당으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의해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자에게 배당해야 하는 만큼, 높은 배당 수익률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보유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목적으로 2001년 4월 도입됐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판매되는 사모리츠가 대부분이었다가, 2018년 말 정부가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공모리츠가 등장했다. 2018년 6개였던 상장리츠는 지난 6월 말 기준 20개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히 상장리츠 시장이 활발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6개, 5개 리츠가 상장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증시 활황으로 안정자산인 리츠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상대적으로 시들했다. 반면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던 2021년 하반기부터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상장한 SK리츠가 552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이후, NH농협리츠운용(NH올원리츠)과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글로벌리츠), 신한리츠운용(신한서부티엔디리츠) 등 주요 금융사들이 연이어 리츠를 선보였다.   

 

더욱이 이들 리츠 대부분은 지난해 연말 공모가(5000원) 보다 높은 주가를 기록하며 수익률을 자랑했다. SK리츠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6240원으로 장을 마무리하며 공모가 대비 주가가 24.8% 올랐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공모가 대비 11%, NH올원리츠는 3.8% 올랐다. 다만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공모가 5000원을 지켜낸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지난해 말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의 시장 변동성 확대를 언급하며 “내년(2022년) 주목할 만한 투자처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리츠”라고 입 모았다. 그러나 정작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과 이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 이어지면서 리츠 시장은 한파를 만났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매입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리츠의 수익률과 배당여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것. 

 

여기에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화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며 상장리츠 투자심리도 악화한 것. 상장리츠는 개발형 자산을 담고 있지 않아 부동산 PF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 우려가 증폭된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레고랜드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몰아치면서, 지난 10월 21일에는 전체 21개 상장리츠 가운데 13개 리츠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10월 4일 종가기준 4995원이던 SK리츠는 10월 21일 4390원으로 12%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ESR켄달스퀘어리츠는 5110원에서 3350원으로, NH올원리츠는 4195원에서 2895원으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사들은 올해 하반기 예정됐던 리츠 상장을 줄줄이 연기했다. 올해를 리츠 1위 증권사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던 대신증권(대신자산운용)은 오너일가가 심혈을 기울인 ‘대신글로벌코어리츠’ 상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한화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 다올자산운용, 인마크리츠운용 역시 리츠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잠정 연기했다.    

 

그간 리츠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던 증권사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나온다. “회사에서 압박해 리츠를 팔았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고객들이 떠나간다”는 불만이다. 리츠는 물가 상승분에도 부동산 임대료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한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 악화로 리츠 주가는 하락한 반면, 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상승해 리츠 배당 매력이 반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리츠 저가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 시장의 과도한 우려로 리츠 주가가 극단적인 하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저가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 배당률이 높아진 데다, 향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거나 부동산 시장 불안이 끝나면 리츠 주가 또한 다시 정상화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츠주들이 신저가를 경신한 직후인 지난 10월 24일 리츠 업종 관련 리포트를 통해 “현재 국내 상장리츠의 평균 P/NAV(시가총액/순자산가치)는 0.6배에 형성되고 있다”며 “이는 단번에 자산가치가 20% 급락한다는 것을 가정한 것으로, 극단적 밸류에이션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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