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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푸르밀 '예정된 사업종료'? 2018년부터 상표권 갱신 안 했다

로고 포함해 현재 생산 중인 제품 40여 개 소멸…신동환 대표 취임 시기와 맞물려

2022.10.27(Thu) 17:33:23

[비즈한국] 11월 30일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범롯데가 푸르밀이 그동안 소유 상표권 상당수를 갱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밝혀졌다. 10월 27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주식회사 푸르밀이 출원인으로 등록된 약 40개의 상표권이 소멸한 상태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사진=전다현 기자

 

상표권은 통상 상표권 등록일자 기준으로 10년간 권리가 유지된다. 이후에는 상표권 갱신을 신청해야 권리가 연장된다. 그러나 푸르밀은 2018년부터 다수의 상표권을 갱신하지 않았다. 키프리스에는 이들 상표권이 소멸된 이유를 ‘존속기간 만료’라고 표기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존속기간 만료는 상표권을 갱신하지 않아서 된 것이다. 상표출원 시 등록일자 기준으로 10년이 유지되는데, 10년마다 갱신해야 상표권이 유지된다. 상표 유지비 등이 부담되거나 상표가 더 이상 필요 없어서 갱신하지 않는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환 대표 취임한 2018년부터 상표권 다수 포기 

 

현재 푸르밀이 출원인으로 소유한 상표권은 ‘펜토스 Pentos’, ‘푸르밀 엔원 특허 받은 김치 유래 유산균 함유 Natural Keeper N1 NK 프로젝트 N1’, ‘PURMIL N-I’, ‘치거트 Cheegurt’, ‘쿨스타 ’, ‘푸르밀 PURMIL’ 등이다. 2008년 출원한 푸르밀 PURMIL과 펜토스 Pentos, 아토프리 등을 제외하면 모두 2014년 이후 등록해 아직은 갱신이 필요 없는 상표다. 

 

푸르밀은 ‘푸르밀가나’​ 등 2018년부터 상표권을 갱신하지 않아 다수의 상표권이 소멸했다. 사진=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푸르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제품은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또 현재 사용하는 이름 중에는 독점 상표권을 취득하지 못한 것도 있다. 다만 푸르밀 로고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 소멸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푸르밀이 갱신하지 않은 상표권에는 ‘푸르밀가나’, ‘푸르밀 always pure’ 등 현재 생산 제품인 상표도 포함된다. 이 상표들의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2019년에 갱신했어야 한다. 푸르밀이 2018년 이후 갱신한 상표는 푸르밀 PURMIL, 펜토스 Pentos, 아토프리 세 가지뿐이다. 2018년은 신준호 전 회장의 차남 신동환 대표가 취임해 본격적으로 오너 경영을 시작한 시기다.

 

푸르밀 관계자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제품의 상표권은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소멸된 상표 중에는 현재 사용 중인 푸르밀 로고도 포함돼 있다. 사진=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그동안 푸르밀이 상표권에 무심했던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비피더스’ 상표를 놓고 타사가 ‘비피더스 명장’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15년에 소멸 예정이던 ‘산록골드’, ‘요베리’ 등은 당시 갱신해 현재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푸르밀이 그동안 상당수 상표권을 갱신하지 않아 현재 푸르밀이 법인을 청산하더라도 청산 대상이 되는 상표권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반발 여전, 고용노동부 “노사 대화 지켜보는 중”

 

사업종료와 정리해고 통보에 대해 푸르밀 임직원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관련기사 “IMF 때 보는 듯” 푸르밀 전격폐업 충격, 연쇄 도산 ‘나비효과’ 일으킬까). 10월 26일 푸르밀 노조원 100여 명은 영등포구 본사 앞에서 ‘일방적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푸르밀 노동조합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다. 푸르밀 노조는 “정리해고는 살인”이라며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업종료와 정리해고가 오너 일가의 자산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정리해고 후 법인을 청산하지 않고 ‘영업 손실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 반납을 회피한 후 재매각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월 26일 푸르밀 노조는 집회를 열어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규탄하고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전다현 기자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정리해고 통보 이후) 노사 회의를 진행했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리해고에 대한 오너 입장은 강경하다. (오너 일가가) 법인을 청산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현재 부당해고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노조로서 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문은영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통상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청산법인이 따로 설립돼 정리 절차를 진행해 법인이 소멸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 종료로 정리해고를 통보한 이후 폐업을 안 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사업장이 없어져야 하는데, 사실상 폐지되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그렇다. 정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별다른 대응이나 조정을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노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뒤에 다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고 설명할 뿐, 이 외 별다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영등포구에 위치한 푸르밀 본사 건물에는 신준호 전 회장 일가의 가족기업인 대선건설과 세양월드가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대선건설과 세양월드 모두 푸르밀 본사 주소와 같은 영등포구 문래동으로 본점 주소가 표기됐다. 현재 세양월드는 신동환 푸르밀 대표가 대표이사를, 대선건설은 신준호 전 회장 딸인 신경아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푸르밀은 본사 부지를 포함, 부산 해운대에 토지·건물과 전주·대구 공장 등을 소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토지들의 공시지가는 472억 원 수준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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