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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미래의학] 효과적인 암 치료 위해 '융합의학'이 필요하다

암 환자 고통 앞에 함께 선 양의사와 한의사

2022.09.23(Fri) 14:19:28

[비즈한국] 서양의학의 한계와 단점을 한의학에서 보완하면 더 온전한 시너지 의학이 탄생하여 치료가 어려운 악성, 만성 등 많은 질환에서 최고의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사실에 주목해 국내에서도 여러 시도와 노력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두 의학을 융합하는 방법론(methodology)을 몰랐기 때문이다. 

 

경희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시도한 동서 의학은 융합이 아닌 통합적 관점이었다. 차제에 혼동하기 쉬운 융합, 통합, 통섭, 통전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하는 게 좋겠다. 우선 통합과 융합은 다르다. 통합(統合)은 서로 다른 시스템이나 인적 자원을 결합하는 물리적 결합이고, 융합(融合)은 서로 다른 콘텐츠를 결합하는 화학적 결합이다. 통전(統全)은 통합과 융합을 통해 이루어진 생명의 온전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통섭(統攝)은 통합이나 융합을 이끌어내는 노력이다. 

 

서양 의학은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데 탁월하지만 항암 독성으로 면역기능과 골수·조혈 및 위장기능을 손상해 치료의 고통을 피하기 어렵다. 이걸 한의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


두 의학 간의 물리적 통합은 쉽지만, 콘텐츠를 결합하는 화학적 융합을 이루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의학 용어(영어와 한자), 질병 분석과 진단(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개념), 논리(귀납법과 연역법), 치료법(화학약품과 천연재) 등 모든 면에서 전혀 달라 접점이 없다. 이런 두 의학을 어떻게 융합해야 할까. 장점은 살리면서 부작용이나 단점을 줄이기 위해 두 의학을 재구성해서 만나는 것이다. 일례로 암 치료를 보면, 서양 의술은 암세포를 죽이는 데 탁월하지만 항암 독성으로 면역기능과 골수·조혈 및 위장기능을 손상해 치료의 고통을 피하기 어렵다. 이걸 보완하는 길은 항암 독성을 완화하고 면역기능을 올리는 한방 솔루션을 새롭게 개발해 양방의 항암 요법과 융합하는 것이다. 그러면 암세포는 죽이되 몸의 면역기능은 살려, 환자의 고통을 줄일 뿐 아니라 재발과 전이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암세포 죽이는 서양의학, 면역기능 올려주는 한의학이 함께하면?

 

필자는 1991년부터 두 의학 융합을 위해 노력한 결과 찾아낸 화학적 융합 방법론을 바탕으로 1996년 양의사와 한의사가 협력해 더 나은 암 치료의학을 세우자는 목적으로 통합 암 의학회를 설립했다. 암 전문 양의사, 한의사, 암 식이 영양학자, 암 환자 대표, 정부 관계자 등 50여 명으로 구성되었고, 필자가 초대 회장으로 봉사한 바 있다. 매달 세미나 형태로 공부하면서 몇 가지 좋은 결론을 얻었다. 

 

주요 내용을 말하자면, 암 제거는 항암 등의 표준치료가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인정했고, 암 진단받은 환자 중 간혹 항암치료를 안 하고 산속에서 자연생활로 나은 국내외 사례를 열거하면서 자연요법도 필요할 수 있으며, 공격적이고 독성이 강한 표준치료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그리고 한의학은 서양의학의 항암제처럼 확실한 약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향후 한의학은 항암 치료보다 항암 독성과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는 쪽으로 재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기본 정신을 가지고 융합의학적 암 치료법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러한 융합의학 관련 연구 업적을 공로로 인정받아 1999년 5월 보건복지부 신지식인 의료인 1호를 수상하게 되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동·서 의학 분야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1999년 말,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융합의학의 임상연구 프로젝트를 최초로 제공했다. 동서의학 분야 정부 지원이 결정된 순간, 그동안 외롭게 달려온 두 의학의 융합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뛸 듯이 기뻤다. 많은 대학이 지원했으나 필자의 병원이 선정되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순천향대학교, 동국대 한방병원, 서울의료원과 손을 잡고 악성질환으로 간암과 위암을 선정했고, 만성질환으로 만성 전립선증후군, 자가면역질환으로 베체트 신드롬을 선택하여 양한방 융합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문제는 의과대학의 협력 여부였다. 

 

#의료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의과대학과의 협력을 물색하던 중, 어느 대학 위암 외과 교수가 당장 같이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수술이나 항암을 할 때 백혈구 수치 감소, 모발 탈락, 구토 등을 줄이고 식사를 잘할 수 있도록 한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미 필자는 암을 죽이는 한약을 투여하면 양방의 항암제와 중복되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1998년부터 항암 치료의 독성과 부작용을 완화하는 ‘항암 병행방’을 개발해온 터였다. 이 처방은 보건복지부 연구 과제인 간암과 위암 환자에게 항암과 병행 투여해 그 효과를 검증받았다. 우선 백혈구 감소가 향상되었고 모발 탈락도 줄었으며, 환자들이 식사를 잘하는 등 컨디션 유지가 잘 이루어졌다. “그동안 왜 한약을 먹지 못하게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환자들이 따질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최초로 시도된 양한방 융합 임상 연구의 효과가 훌륭했다며 정부는 난치성 질환의 동서의학의 임상연구 프로젝트를 2차에 이어 3차까지 제공했다. 이 모든 연구 과제를 필자가 따냈다. 주목할 것은 한의학이 지독하게 오해받고 있는 대표 질환인 간염과 간경변도 간염은 의과대학과 공동 임상연구를, 간경변은 동물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고, 그 결과 천연물 간장 치료제 특허를 취득했으며, 한약이 간장 질환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건복지부 회견실에서 모든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기자 회견까지 열어서 밝혔다. 뉴스에서도 이 내용이 다뤄졌다.

 

암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할 때 백혈구 수치 감소, 모발 탈락, 구토 등을 줄이고 식사를 잘할 수 있도록 한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러한 필자의 연구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두 의학이 서로 융합하면 뛰어난 시너지 의학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서양의학은 남자, 한의학은 여자에 비유됨. 학문적으로 서로 보완이 가능한 부부 같은 관계인 셈)이다. 또 한약이 양의사와 국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암 질환과 간장 질환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질병에 맞게 전문적으로 고안된 한약은 매우 뛰어난 성능을 지녀 향후 천연물 신약 개발을 추진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양의사와 한의사가 손을 잡아 융합의학을 이뤄내야 한다. 융합의학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국가로 설 뿐 아니라 의료 관광과 신약개발 등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상을 가지고 이 계획을 2014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연설하게 되었다.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이에 동의하며 필자가 제안한 융합의학 병원 설립에 국가 예산 지원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동·서 의학의 모든 노력이 다 실패했는데 필자가 제안한 병원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실패하는 병원에 국민 세금을 쓸 수 없다며 지원을 거부했다. 국회와 충주시에서 부단히 설득하자 기재부는 마지못해 용역비 1억을 줄 테니 보건산업진흥원에서 타당성 조사를 먼저 시행하라고 했다. 타당성 조사에서 만약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4명이 필자의 병원을 찾아와 6개월 동안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 병원은 다른 동·서 의학 병원과 달리 융합 노하우를 세웠고, 꼭 필요한 병원 모델이라는 견해와 함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좋은 점수를 정부에 보고해주었다. 드디어 2018년에 285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고, 2021년 6월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암 전문 재활병원인 충주위담통합병원을 설립했다.

 

필자 최서형 박사는 양의학과 한의학을 융합하여 최고의 미래 의학을 구현하기 위해 1992년 양·한방 협진병원을 설립하고 두 의학 융합 방법론을 창안했다. 이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의 신지식인 의료계 1호로 선정됐다. 현재 담적 전문병원인 위담한방병원과 암, 치매, 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 충주위담통합병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최서형 위담한방병원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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