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산 갈 것 같은" 산업은행 안팎으로 뒤숭숭

[비즈한국] “진짜로 부산에 갈 것 같은 분위기에 그만두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산업은행 직원의 전언이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을 거듭 지시했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이에 화답했다. 산은 노조가 집단 행동에 나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움직임을 제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연스레 산업은행을 떠나는 직원도 늘고 있다. 평소 퇴사 인력의 2배에 가까운 인원이 부산 이전을 앞두고 퇴사했다는 후문이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퇴사자도 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대통령 “부산 이전 조속추진” 발언에 산은 회장 화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산항 신항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조속하게 추진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을 콕 집어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산업은행 회장도 참석하셨는데 부산이 세계적 해양도시, 세계적 무역도시, 또 배후에 첨단 기술산업이 있는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

이에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은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산은이 조만간 부산 이전 관련 대통령실에 보고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에 근무 중인 본사 직원들을 부산에 단계적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인데, 선발대 인원은 500여 명 수준으로, 본사 직원(1700여 명)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산은 노조와 직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산은 노조 관계자와 직원 300~400여 명은 지난 6월 8일부터 세 달이 되도록, 매일 오전 8시 30분 20분간 서울 여의도 본점 앞에서 돌아가며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회장 집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노조 측은 “강 회장으로부터 이제는 (부산 이전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대를 계속할 의지를 내비쳤다.

산은 노조 측은 “서울에 집중된 금융시장을 이탈하면 사업 배제나 수익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또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거의 모든 재원을 산은이 스스로 벌어서 충당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전 강행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부산 이전’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선 때만 해도 공약 차원이었기 때문에 실제 추진 여부를 놓고 잠시 눈치를 보는 시점이 있었다면, 지금은 ‘진짜 가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강석훈 회장이 산은 수장에 임명되면서 받은 미션 가운데 ‘부산 이전도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귀띔했다.

#늘어나는 퇴사자

올해 들어 최근까지 산은 직원 중 전문직을 포함해 45명(임금피크제 대상 제외) 안팎의 인원이 나갔다고 한다. 통상 퇴사자가 연 40여 명인데,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한 해 퇴사자에 가까운 수가 산은을 그만둔 셈이다.

특히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인력의 이탈이 늘었다고 한다. 실제 산은은 최근 석·박사 학위 소지자 및 변호사 자격 소지자 등 15명의 신규 채용에 나섰다. 정기 공채시즌도 아닌데 전문인력을 두 자릿수나 모집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직업 선택의 자유도가 높은 전문직들이 부산 이전을 앞두고 그만두는 경우가 늘었다”며 “기사에서는 40여 명이라고 하지만 체감하기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좋은 오퍼를 받고 누가 어느 회사에 간다더라’는 말과 함께 퇴사 배경 얘기가 돌았다면, 최근에는 ‘부산 이전 앞두고 빨리 나가려고 어느 회사로 옮겼다더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며 “부산 이전이 가시화될수록 퇴사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